상가·주택 침수로 살림살이 흙범벅…아파트 주차장 차 100여대 침수
"순식간에 물 차올라 가족앨범까지" 광주 신안교 주민들 '한숨'
"너무 빠르게 침수돼 물건을 챙길 수가 없었어요.

무엇보다도 가족 앨범이 다 젖어버려 마음이 안 좋아요.

"
9일 오후 광주 북구 신안동 신안교 일대 주택가와 상가는 침수로 못쓰게 된 가재도구와 쓰레기를 정리하는 주민들로 분주했다.

이 일대는 지난 7∼8일 집중호우로 인해 신안교가 범람해 침수 피해를 당했다.

임재규(39) 씨는 아이들의 옷가지와 책, 앨범을 마당에 꺼내 말리며 한숨을 쉬었다.

임씨는 어린 자녀들을 2층으로 올리는 사이 순식간에 집안에 물이 차올라 살림살이를 하나도 챙기지 못했다.

임씨는 "새벽에 가까이 사시는 장인어른의 연락을 받고 집에 물이 차는 것을 알았다"며 "사람이 안 다쳐서 다행이지만 부모님 사진까지 다 젖어 속상하다"고 말했다.

"순식간에 물 차올라 가족앨범까지" 광주 신안교 주민들 '한숨'
최종문(70) 씨는 친구 두 명과 함께 사무실 배수 작업을 하고 있었다.

이곳에서 15년째 사무실을 운영해온 최씨는 "이곳에 살면서 이런 일은 처음이다.

하늘에서 내린 일이니 어쩔 도리가 있겠는가"라며 묵묵히 흙으로 엉망이 된 집기들을 정리했다.

"순식간에 물 차올라 가족앨범까지" 광주 신안교 주민들 '한숨'
지하주차장에 물이 차 차량 100여대가 침수된 인근 아파트에서도 이틀째 배수 작업이 진행되고 있었다.

조금씩 물이 빠지면서 흙범벅이 된 차체가 드러나자 주민들은 망연자실할 뿐이었다.

주민들은 아파트 구내방송을 듣고 곧장 주차장으로 향했지만 이미 물이 많이 들이차 발만 동동 굴러야 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순식간에 물 차올라 가족앨범까지" 광주 신안교 주민들 '한숨'
침수로 수도와 전기도 끊기면서 주민들은 구청에서 보급하는 생수를 들고 17층 높이 아파트를 계단으로 힘겹게 오르내렸다.

일부 주민들은 칫솔과 간단한 세면도구를 들고 아파트 지상 주차장에 설치된 간이 샤워장과 화장실을 이용했다.

광주 북구청 공무원들도 목장갑을 끼고 수해 복구를 도왔다.

구청 직원들은 주택가에서 침수로 나오는 생활쓰레기를 수거하고 수도가 중단된 아파트 주민들에게 생수를 나눠주며 구슬땀을 흘렸다.

한 아파트 주민은 "앞으로 태풍과 큰비가 계속 올 텐데 우수관 점검 등 대책을 얼른 세워야 더 큰 피해는 없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