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개천에 소형버스·자전거 '둥둥'…주민·상인들 '한숨'
장터 전기공급 중단 캄캄해…"태풍 온다는데 여기는 피해가길"
물 빠진 영호남 화합상징 화개장터, 폭격 맞은 전쟁터였다
긴 장마 속 전날 최대 531㎜ 폭우를 기록한 경남 하동군 화개면 침수 현장은 9일 전쟁터를 방불케 했다.

건물 1층 높이까지 물이 찼던 화개장터는 이날 오전 거의 물이 빠졌지만, 바닥은 흙탕물과 한약재를 비롯한 침수 피해 물품 등이 뒤섞여 아수라장이었다.

영호남 화합의 상징인 화개장터 입구에는 식당 어항에서 빠져나온 물고기 몇 마리가 죽어 있었고 음료수 등을 보관하는 대형 냉장고도 놓여있었다.

섬진강과 화개장터 사이에 위치한 화개천에는 폭우로 침수된 소형 버스와 자전거 둥둥 떠다녔다.

평소 같으면 영호남 관광객이 북적여야 할 주말이지만 화개장터에는 주민과 상인들 한숨 소리만 울려 퍼졌다.
물 빠진 영호남 화합상징 화개장터, 폭격 맞은 전쟁터였다
화개면 원탑마을 170가구 400여명과 화개장터 상인 100여명은 전날 통제돼 마을을 찾지 못하고 이날 오전부터 물에 잠겼던 마을과 장터를 방문했다.

생각보다 피해가 컸던지 대부분 상인은 망연자실했다.

화개장터 내 기념품 매장을 운영하는 배 모(62) 씨는 "자연재해는 뉴스에서만 보던 일이라고 생각했는데 이런 일은 겪으니 정신이 없다"고 밝혔다.
물 빠진 영호남 화합상징 화개장터, 폭격 맞은 전쟁터였다
이어 "가게를 치워도 치워도 끝이 없는데 어떻게 정리를 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걱정했다.

꿀 등 건강식품을 판매하던 김모 씨는 "물건을 다 버려야 할 것 같은데 참담한 심정을 말로 표현하지 못하겠다"고 설명했다.

화개장터는 전기 공급이 중단돼 한밤중처럼 어두웠다.

기념·공예품 매장 관계자는 폭우에 젖은 물건을 하나라도 더 건지기 위해 수건과 휴지 등으로 물기를 제거했다.
물 빠진 영호남 화합상징 화개장터, 폭격 맞은 전쟁터였다
이날 하동군청 소속 공무원 전원과 경찰, 소방관, 군인, 자원봉사자 등 1천243명이 피해지역 복구작업 총력전을 벌였다.

이들은 덤프·펌프·살수차 등 장비 수십 대를 동원해 피해지역 곳곳에서 상품·집기 등을 정리·세척했다.

또 수도·전기·가스 등을 원상복구 하며 구슬땀을 흘렸다.

화개면사무소 입구에서 만난 한 주민은 "태풍이 또 온다는데…여기는 피해갔으면 좋겠다"며 걱정했다.

9일 하동군에 따르면 지난 7∼8일 집중호우로 화개면 346㎜를 비롯해 평균 193㎜ 비가 내렸다.

특히 화개면 삼정마을은 531㎜라는 기록적인 폭우를 기록했다.

사전 대비로 다행히 인명피해는 발생하지 않았으나 군 내 40세대 40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그리고 배·벼·블루베리·녹차 등 농경지 74.4㏊가 피해를 본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