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틀째 폭우와 영산강 수위 상승에 나주 곳곳 생채기
섬으로 변한 요양원 보트 탈출 행렬, 소떼는 잠긴 들녘서 허우적
지친 몸을 고무보트에 맡긴 어르신들은 흙탕물 호수를 가로질러 '뭍'에 도착하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8일 폭우에 영산강물이 불어나면서 오가는 길목이 잠겨버린 전남 나주시 구진포의 한 요양원에서는 가슴 졸이는 탈출행렬이 이어졌다.

마을이 통째로 침수돼 요양원에 갇힌 고령의 입소자 20명과 종사자 16명은 소방구조대가 투입한 고무보트를 타고 '섬'으로 변해버린 건물에서 차례차례 빠져나왔다.

고무보트는 선외기 프로펠러에 수초나 이물질이 걸릴까 봐 도로가 있는 자리를 따라 느리게 나아갔다.

섬으로 변한 요양원 보트 탈출 행렬, 소떼는 잠긴 들녘서 허우적
침수가 시작된 내리막 도로의 초입에서 떠난 보트가 구조를 마치고 돌아오기까지는 약 20분이 소요됐다.

거동이 불편해 누워서만 지내던 입소자는 들것에 몸을 눕힌 자세 그대로 보트에 올랐다.

오후 들어 빗줄기가 가늘어지면서 시작한 구조는 3시간가량 이어진 끝에 마무리됐다.

입소자들은 보트 선착장으로 변한 도로에서 대기하던 구급차를 타고 병원이나 다른 요양 시설로 떠났다.

구진포에서 자동차로 약 5분 떨어진 다시면 농경지는 하천 둑이 무너지면서 영산강물이 밀려 들어와 커다란 흙탕물 호수로 변했다.

농경지 한복판에 있던 축사까지 흙탕물이 집어삼키면서 소 떼가 허우적대며 탈출로를 찾아 헤맸다.

수면위로 콧구멍과 얼굴 일부만 겨우 내민 소들은 서로의 등위에 교대로 턱을 걸치며 긴 시간을 간신히 버텨냈다.

섬으로 변한 요양원 보트 탈출 행렬, 소떼는 잠긴 들녘서 허우적
차량 통행이 끊긴 도로 가장자리에서 이 모습을 지켜보던 주민 이개홍(55) 씨는 "1989년 영산강 대수해 때보다 비도 많이 왔고 피해도 더 큰 것 같다"고 말했다.

나주시는 이번 비로 주택과 농작물, 축산농가 등 사유시설 161곳이 물에 잠긴 것으로 파악했다.

도로와 하천, 제방 등 공공시설 파손은 60건으로 잠정 집계됐다.

세찬 비가 이틀 동안 이어져 정확한 피해 규모를 파악하는 데는 수일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