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인공지능과 빅데이터, 지나간 시간을 소환하다
아침에 눈을 뜨면 스마트폰으로 뉴스를 보거나 SNS를 확인한다. 출퇴근길에도 잠들기 전까지도 마찬가지다. 틈틈이 재밌는 영상이나 드라마 등도 찾아본다. 콘텐츠 소비가 곧 일상이 된 것이다. 그런데 사람마다 즐겨 보는 콘텐츠, 즐겨 찾는 플랫폼은 각각 다르다. 콘텐츠 공급자들은 과거의 획일적인 공급 방식에서 벗어나 사람들의 다양한 콘텐츠 욕구를 분석해 발 빠르게 적용해야만 한다. 그래야만 제각각의 취향을 가진 소비자가 주도하는 콘텐츠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

《언택트 시대 콘텐츠, 새로운 소비자를 욕망하다》는 빠르고 다양하게 변화하는 소비자의 소비 행태를 분석하고, 새로운 콘텐츠 공급 방식을 제안한다. 대부분 동국대 영상대학원 출신으로 구성된 콘텐츠 전문가 10인이 공동 집필했다. 김종철 AI콜라보 대표, 노창현 미디어코드 C&C 대표, 이관준 올댓퍼포먼스 대표, 한승원 HJ컬쳐 대표 등이 참여했다.

저자들에 따르면 Z세대(1990년대 중반~2000년대 초반 출생한 세대)는 자신의 신념을 높게 평가하며 디지털 동영상 정보에 민감하다. 스스로 자신의 선택에 우월감을 갖기도 하며, ‘다른 사람하고 나는 다르다’고도 생각한다. 이로 인해 다른 사람이 선택하지 않은 것들 중 가치 있는 콘텐츠를 발견하는 걸 좋아하며 즐긴다. 언젠가 다른 사람들이 흥미를 느끼고 열광하면 그것이 나의 특별함을 증명하는 것이라고 여긴다. 이런 경향을 가진 Z세대는 1인 미디어의 주요 구독자가 되고 있으며, 이 욕구를 채워주는 콘텐츠가 큰 인기를 얻고 있다.

Z세대뿐 아니라 최근 다양한 세대가 콘텐츠를 즐긴다. 각자 소비하는 콘텐츠는 다르지만 일부 교집합이 만들어지기도 한다. 아날로그 콘텐츠를 소비했던 세대는 디지털 콘텐츠를 소비할 때도 과거의 느낌을 담은 콘텐츠를 즐겨 찾는 경향이 있다. 순수하게 디지털을 중심으로 콘텐츠를 소비하는 세대는 디지털 콘텐츠를 즐기면서도, 때로는 아날로그 콘텐츠에 대한 관심을 보인다.

그래서 ‘레트로(복고)’ 열풍이 반복적으로 불고 있다. 기술 발전은 미래를 위한 여정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과거를 기억하게 하는 중요한 수단이 되기도 한다.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는 지나간 시간을 언제든 소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콘텐츠 공급자는 이런 수요를 파악하고 적극 활용할 줄 알아야 한다.

AI 기술이 적용되면서 ‘음성’을 활용한 콘텐츠도 많이 나오고 있다. 최근엔 기계가 사람의 많은 말을 알아듣고 텍스트와 신호로 바꿀 수 있는 수준이 됐다. AI 스피커 등이 만들어지며 노약자, 나홀로족의 외로움도 달래준다. 머지않아 애완동물 자리를 대체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일 나간 부모 대신 로봇, AI 스피커가 어린이와 대화하고 콘텐츠 이용을 도울 수도 있다. 음성을 활용한 콘텐츠는 앞으로 문화적·교육적으로 더욱 의미가 커질 것으로 보인다.

저자들은 강조한다. “공급자가 소비를 주도하려 하지만 소비자가 한발 빨리 움직이고 있기 때문에 따라잡기는 결코 쉽지 않다. 그러나 언제나 냉정하고 정확한 소비자 중심 시장에서도 재미, 감동, 공감을 줄 수 있는 콘텐츠는 반드시 살아남는다. 이것이 공급자들이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이자 의무다.”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