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프리 스피치·조금 따끔할 겁니다

▲ 난치의 상상력 = 안희제 지음.
저자는 20살 때 면역질환인 크론병을 진단받는다.

면역계가 정상 세포를 공격하는 과잉 면역 반응을 일으켜 소화기의 입구부터 출구까지 염증이 생기는 희소병이다.

그 후 저자는 평범한 일상을 잃었다.

친구들과 떨어져 혼자 밥을 먹는 날이 늘었고 수시로 몰려오는 통증에 조퇴와 결석을 반복해야 했다.

고통스러운 수술, 지리멸렬한 요양, 그리고 외로움이 청춘을 얼룩지게 했지만, 고통은 자주 묵살됐다.

사람들은 휠체어 같은 보장구를 하지도, 증상이 겉으로 드러나지도 않는 저자의 장애를 인정하지 않았고 술을 마실 수 없는 그에게 엄청난 양의 물을 마시기를 강요하거나 군 면제를 받은 것을 두고 '신의 아들'이라며 비아냥댔다.

장애인권동아리 회장으로 출마했을 때는 장애인이 아니라는 이유로 동료들의 반대에 부딪혔고 노인으로부터 '젊으니 금방 나을 것'이라는 무례한 훈수를 듣기도 했으며 상대의 오해를 사지 않기 위해 자신이 사실은 희소병 환자라는 점을 설득해야 했다.

저자는 타인의 몸을 함부로 의심하는 사회와 약자에게 질병과 죽음을 강요하는 사회를 아픈 사람의 위치에서 해석하고 비판한다.

그리고 자신의 이야기가 더 많은 이들이 자신의 몸을 돌아보고 이를 표현하는 시작이 되기를 바라면서 "몸에 관한 진솔한 이야기가 모인다면 세상은 흔들릴 것"이라고 말한다.

동녘. 340쪽. 1만6천원.
[신간] 난치의 상상력·혼밥 판사

▲ 혼밥 판사 = 정재민 지음.
판결문에는 채 담아내지 못한 인간사의 사정과 각자의 마음을 다시 돌아보며 밥상 위 자신만의 법정을 꾸리는 전직 판사의 법과 사람에 관한 이야기다.

언제나 상처로 시작해서 상처로 끝나는 재판에서 녹초가 된 저자에게는 식사 시간이 곧 회복의 순간이었다.

혼자일지라도 따뜻한 밥상을 마주하면 울적함도 녹아내리고 허한 마음이 훈훈하게 채워지면서 밥상 맞은편으로 사건의 당사자들, 옛 기억 속 사람들을 상상으로 불러 앉힌다.

라면을 먹을 때는 군 검사로 근무하던 무렵 처리했던 한 부사관의 자살 사건이 떠오른다.

연락을 받은 유족들 가운데 누구도 애통해하지 않는 것에서 자살 이유를 짐작할 수 있었다.

식사 때면 그가 숙소 구내식당에서 혼자 라면과 공깃밥을 먹곤 했다는 이야기를 들은 저자는 185㎝의 장신인 그가 커다란 등짝으로 다른 모든 사람을 등지고 혼자서 라면에 밥을 말아 먹는 장면을 연상했다.

돼지갈비에 소주 한잔을 걸칠 때는 예전에 이혼 소송에서 봤던 돼지갈빗집 여주인이 생각난다.

식탁 맞은편에 앉은 그녀에게 "이혼이 합의되고 펑펑 우셨는데 그동안 열심히 사셨으니 이제는 인생을 즐기셔도 되지 않겠습니까"라고 말하는 상상을 해본다.

재판 이야기뿐만 아니라 특급 호텔 총괄 셰프를 만나 판사와 셰프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생각해보고, 여행을 떠나 먹었던 두부 맛도 떠올려본다.

지인의 결혼식에 가서는 어린 시절의 추억 속에 남아 있는 잔칫상의 모습을 기억하며 여유와 사랑이 메말라가는 지금의 우리 사회를 돌아보기도 한다.

창비. 236쪽. 1만5천원.
[신간] 난치의 상상력·혼밥 판사

▲ 언프리 스피치 = 조슈아 웡, 제이슨 응 지음, 도지영 옮김.
고교생 때 홍콩 '우산 혁명'의 주역으로 일약 세계적인 인물이 된 조슈아 웡과 그의 동료 제이슨 응이 홍콩 민주화 운동의 역사를 돌아보고 2019년 범죄인 인도법 사태 이후 최근의 홍콩 정국에 관해 견해를 밝힌다.

3개 장으로 구성된 책의 제1장은 웡이 14살에 학생운동을 시작한 때부터 우산혁명을 이끌고 민주파 정당 데모시스토를 창립하기까지 과정을 담았다.

2장은 웡이 20살 여름부터 가을에 걸쳐 투옥됐을 당시 감옥에서 쓴 일기와 편지를 엮었다.

짤막한 글들 속에 홍콩 정치운동의 현재와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 교도소 생활의 이모저모를 썼다.

책의 핵심이라고 할 3장은 홍콩을 유례없는 대규모 시위 열기로 달군 2019년 범죄인 인도법 위기와 그 이후의 상황을 설명하고 세계인들이 자신의 민주적 권리를 지키기 위해 깨어나기를 바라는 메시지를 전한다.

웡은 한국어판 서문에서 "한국의 독자 여러분도 홍콩 시민들이 이루어 가는 민주화운동을 기억해 주세요.

그 기억들이 쌓이고 쌓여 결국 언젠가는 홍콩에도 오늘날 한국처럼 자유와 민주가 이루어지는 날이 올 것이라 믿습니다"라고 썼다.

허니와이즈. 284쪽. 1만8천원.
[신간] 난치의 상상력·혼밥 판사

▲ 조금 따끔할 겁니다 = 애덤 케이 지음, 김혜원 옮김.
영국에서 의대를 나와 공공 의료 병원 NHS의 산부인과 의사로 일하다 코미디언으로 변신한 저자가 의사 재직 시 적어두었던 일지를 바탕으로 때로는 웃기고 때로는 눈물짓게 하는 진료실과 수술실 안팎의 이야기들을 들려준다.

인턴 시절 만났던 70대 남성 환자는 요로 감염증 후유증으로 인한 치매가 심해져 의사들의 회진 때마다 따라다니며 교수 행세를 했다.

저자는 의사가 무슨 말을 할 때마다 그가 옆에서 "그렇지"라거나 "정확해"라고 추임새를 넣는 것이 싫지 않아 그의 교수 행세를 방임했다.

그러나 어느 날 그가 저자 옆에 있다가 갑자기 바닥에 실례하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교수직'에서 은퇴할 수밖에 없었다.

모처럼 분만 병동에서 정시에 퇴근해 할머니 집에서 식사하는 날이었다.

할머니는 손가락에 침을 묻혀 저자의 뺨에 묻은 음식을 닦아냈고 잠시 뒤 다시 그 손가락을 빨았다.

저자는 그것이 환자의 신체에서 튄 피라는 것을 약간 늦게 깨달았지만 할머니에게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제왕절개 수술을 할 때 자궁에 달라붙은 창자를 조심스럽게 떼어내자 창자 내용물의 악취가 수술실에 진동했다.

창자가 구멍 나 내용물이 새어 나온 것으로 생각해 난감해하는 순간 시니어 인턴이 소심한 목소리로 "죄송합니다.

제가 방귀 뀌었습니다"라고 털어놨다.

이 책은 출간되자마자 영국에서 베스트셀러가 됐고 37개 언어로 번역됐다.

영국 BBC 방송국에 의해 드라마로 만들어질 예정이다.

문학사상. 376쪽. 1만4천500원.
[신간] 난치의 상상력·혼밥 판사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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