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4~16일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공연하는 ‘세비야의 이발사’. /김선국제오페라단 제공
오는 14~16일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공연하는 ‘세비야의 이발사’. /김선국제오페라단 제공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이후 한동안 멈췄던 대면 공연을 재개하는 국내 오페라계의 선택은 로시니의 대표적인 희극 오페라 ‘세비야의 이발사’였다. 이달에만 다양한 규모와 형식으로 제작된 네 편의 ‘세비야의 이발사’가 무대에 오른다.

먼저 경기 성남아트센터가 오는 8일 콘서트 오페라 형식으로 이 작품을 콘서트홀 무대에 올린다. 콘서트 오페라는 명칭 그대로 무대 세트 없이 콘서트 형식으로 극을 진행한다. 무대 연출과 소품을 최소한으로 활용한 대신 연주와 성악 작품 해설에 초점을 맞춘 공연 형식이다. 성남아트센터는 지난해 첫선을 보인 ‘오페라정원’ 시리즈의 두 번째 작품으로 ‘세비야의 이발사’를 무대에 올린다. 바리톤 김종표가 피가로, 테너 강동명이 알마비바 백작, 메조소프라노 김정미가 로지나 역을 맡아 극을 이끈다. 홍석원 한경필하모닉오케스트라 음악감독이 지휘봉을 잡고 고음악 전문 연주단체 ‘카메라타 안티콰’를 이끈다. 이정현 JTBC 아나운서가 사회자로 나선다.

이어 김선국제오페라단이 오는 14~16일 2300여 석 규모의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전막 공연을 펼친다. ‘대한민국 오페라 페스티벌’ 참가작으로 로시니의 작품을 선택했다. 이탈리아 지휘자 카를로 팔레스키가 뉴서울필하모닉오케스트라를 이끌고 메트오페라합창단이 무대에 선다. 소프라노 양두름, 구은경, 장은수가 로지나 역, 테너 강동명, 노경범이 알마비바 백작 역, 바리톤 김종표, 조현일이 피가로 역을 번갈아 맡는다.

서울시오페라단은 중극장 규모의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609석)를 무대로 선택했다. 대극장 공연에 비해 관객들이 무대를 더 가까이서 관람할 수 있다. 바리톤 공병우와 안대현, 김은곤이 피가로를 맡고, 테너 허남원과 정제윤, 김재일이 알마비바 백작으로 분한다. 로지나 역은 소프라노 변지영과 이결, 김예은이 번갈아 맡는다.

전남 여수 GS칼텍스 예울마루 대극장은 26일 오페라의 주요 아리아에 해설을 곁들인 ‘헬로! 오페라 시리즈’ 중 하나로 이 작품을 무대에 올린다. 예울마루가 자체 제작하는 공연이다. 테너 하세훈, 바리톤 김종표, 소프라노 장혜지 등이 무대에 선다.

코로나 속 첫 대면 공연을 여는 공연장과 오페라단이 앞다퉈 ‘세비야의 이발사’를 올리는 이유는 뭘까. 뛰어난 구성과 음악, 풍자적인 내용을 갖춘 유쾌한 스토리로 코로나19로 쌓인 피로와 불안감을 잠시 날려버리기에 제격이란 점이 가장 큰 요인으로 꼽힌다. 이 작품은 바람둥이 알마비바 백작이 매혹적인 로지나를 보고 반해 세비야까지 쫓아가 마을의 만능재주꾼 피가로의 도움을 받아 사랑을 쟁취하는 내용이다. 오페라 애호가가 아니더라도 누구나 흥겹게 즐길 수 있는 줄거리와 음악으로 인기를 모으는 작품이다.

성악가들의 기교도 재미를 준다. 아리아를 열창할 때 극적으로 음을 올리고 꺾는 벨칸토 창법을 구사해야 하는 아리아가 많다. 황장원 음악평론가는 “로시니 시대의 ‘벨칸토 오페라’를 대표하는 명작”이라며 “다양한 벨칸토 창법과 함께 성악가들의 희극 연기로 지루할 틈이 없는 오페라”라고 평가했다.

공연단체들이 비교적 쉽게 기획할 수 있는 것도 이 작품의 특징이다. 배우들이 아리아와 연기로 관객들의 웃음을 유발하는 작품이다 보니 무대 연출이 공연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상대적으로 작다. 한정호 음악평론가는 “주연과 조연 구분 없이 모든 배역이 존재감을 드러내야 하는 작품”이라며 “성악가와 연주자의 힘만으로 공연을 흥행시킬 수 있고, 예산이 적게 드는 중극장에서도 올릴 수 있는 오페라”라고 설명했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