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계 이황의 고향인 경북 안동 예안(禮安)에 처음 정착한 광산 김씨는 21세(世) 김효로(1454~1534)였다. 예안의 입향조이자 광산 김씨 예안파의 시조다. 그의 후손들은 실용적인 가학의 전통을 꾸준히 지킨 것으로 유명하다.

특히 24세 김령의 ‘계암일록’(1603~1641)과 ‘정미일록’(1607)부터 25세 김광계의 ‘매원일기’(1603~1645), 26세 김염의 ‘묵재일기’(1636~1640)와 김선의 ‘여온일기’(1639~1644), 27세 김순의의 ‘과헌일기’(1662~1714) 등 4대에 걸쳐 100여 년 동안 쓴 일기는 당대의 생활사 자료 저장소로 꼽힌다. 병자호란 등 국난 때의 의병활동 기록, 예안의 양반 가문과 지방관의 갈등, 재산 분쟁 기록, 손님맞이와 제사, 질병 치료와 식생활 등 생생한 생활사 자료들이 기록돼 있어서다.

국립민속박물관이 한국국학진흥원과 함께 상설전시관에서 5일 개막한 전시 ‘군자의 길을 걷다-광산 김씨 예안파 김효로 집안의 가족 이야기’에는 이들 일기를 비롯해 ‘김효로 예조계후입안’ 등 보물 15건,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요리책의 하나인 ‘수운잡방’(경상북도 유형문화재 제435호) 등 각종 문집과 고문헌, 민속품 등 260여 점을 소개한다.

퇴계 이황과 김효로의 인연, 김효로의 아들 김연·김유는 물론 손자인 김부필·부의·부인·부신·부륜까지 퇴계의 제자가 된 사연 등도 알 수 있다. 김유와 그의 손자 김령이 지은 수운잡방에는 121종의 술과 음식을 만드는 법이 담겨 있는데 고추가 전래되기 전이라 매운 음식이 전혀 없어 주목된다. 전시는 내년 5월까지.

서화동 선임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