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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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 최장 수준의 장마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기상청이 올여름 예보가 엇나간 이유에 대해 '블로킹' 현상을 들었다. 고위도 지역에서 정체하거나 매우 느리게 이동하는 온난 고기압인 이른바 '블로킹'이 발생하면서 주변 대기의 흐름을 막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기상청은 앞서 지난 5월 23일 '2020년 여름철 기상전망' 발표에서 당시의 기상 특성과 해수면 온도, 북극 해빙, 티베트 지역의 눈 덮임 정도, 기후예측 모델 결과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한 뒤 여기에다 국내외 전문가들의 의견을 더해 6∼8월 기상 전망을 예측했다. 올해 여름이 평년보다 덥고, 7월 말과 8월 초 사이 무더위가 절정에 이를 것으로 기상청은 예상했다.

하지만 중부지방은 지난 6월 24일 시작된 장마가 8월 5일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으며, 7월 말∼8월 초 기온 역시 흐리고 비 오는 날이 많아 예년보다 선선했다. 예상치 못하게 발생한 블로킹은 기상청의 이 같은 여름철 전망을 무색하게 만들었다는 설명이다.

기후변화로 북극에서 이상고온 현상이 나타난 여파로 제트기류(상층의 강한 바람 띠)의 흐름이 약해지면서 북극의 한기가 중위도 지역까지 남하했다. 여기에 우랄산맥과 중국 북동부에 만들어진 2개의 블로킹에 의해 고위도의 찬 공기가 중위도에 계속 공급됐고, 이에 평시라면 지금쯤 북쪽으로 확장해야 할 북태평양고기압이 찬 공기에 막히면서 정체전선이 형성됐다. 이 정체전선이 동아시아 지역을 오르락내리락하며 예년보다 많은 비를 뿌린 것이다. 기상청 관계자는 "블로킹은 발생 여부를 사전에 예측하기 어렵다"면서 "기후변화는 어디에서 어떤 방식으로 나타날지 모른다"고 말했다.

블로킹이 새로운 현상은 아니지만, 올해는 장마 기간과 맞물린 데다 머무는 기간이 이례적으로 긴 점도 기상 예측을 어렵게 했다. 일반적으로 블로킹은 길어봐야 열흘 정도 이어지는데 이 경우 북태평양고기압이 한순간에 올라오기 때문에 비가 많이 와도 7월 하순께는 종료될 것으로 봤다는 게 기상청의 설명이다. 기상청 관계자는 "기상청도 예보가 틀렸다는 점을 인정하고 아프게 생각하고 있다"며 "다만 장기예보는 불확실할 수밖에 없고 단기예보를 수정하듯 장기예보도 최신정보로 업데이트를 하고 있으니 이를 참고해달라"고 당부했다.

중부지방의 경우 역대 장마가 가장 길었던 해는 2013년의 49일이고, 장마가 가장 늦게 끝난 해는 1987년 8월 10일이다. 기상청은 5일 내놓은 '10일 전망'에서 오는 14일까지 서울·경기도와 강원 영서에서 비가 이어지겠다고 예상했다. 이 경우 장마 기간과 종료 시기 모두 과거 기록을 경신하게 된다.

지난달 말 장마가 끝난 남부지방은 오는 10일까지 소나기가 오는 곳이 있겠으나 이는 대기 불안정에 의한 일시적 현상으로, 장마가 다시 시작한 것은 아니라고 기상청은 설명했다. 장마철에서 벗어나면 차차 기온이 상승하며 더위가 찾아올 예정이다. 남부지방은 평년보다 0.5∼1.0도 높고, 중부지방은 평년과 비슷하거나 0.5도 정도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폭염 일수는 남부지방을 중심으로 평년(5.5일)과 비슷하거나 많겠다. 9월은 중순부터 중국 내륙에서 다가오는 건조한 공기의 영향을 받아 낮 시간대를 중심으로 더운 날이 많을 전망이다.

한경닷컴 뉴스룸 o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