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일조선인 남편 따라 북한에 간 일본인들 얘기 담아

"오래 살았어. 죽은 남편은 다정한 사람이었어. 북한 사람들은 친절했고, (우리는) 비교적 순탄한 삶을 살았어."
북한에서 살고 있는 '일본인 아내'들의 소회다.

저자가 만난 9명의 일본인 아내는 반세기 전의 '선택(조선으로의 이주)'을 후회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다만 아쉬운 사실은 고국인 일본과의 자유로운 왕래가 실현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사진작가 하야시 노리코(林典子·37) 씨는 2013년부터 지난해까지 모두 열한 차례 방북해 그곳에 살고 있는 일본인 아내들을 취재했다.

그리고 이들이 들려주는 반세기의 이야기를 책으로 엮어냈다.

포토 다큐멘터리 '조선으로 간 일본인 아내'는 지난해 6월 일본에서 출간된 데 이어 이번에 한국에서도 발간됐다.

한국어판은 일본어판에 수록되지 않은 사진 13장이 추가로 실려 감회를 더해준다.

하야시 노리코 씨의 저서 '조선으로 간 일본인 아내'
1952년 4월, 샌프란시스코강화조약이 발효되자 일본에 사는 조선인들은 일본 국적을 상실하고 외국인이 됐다.

이때부터 재일조선인은 사회적·정치적 권리를 완전히 박탈당했다.

취업도 극히 일부 분야로 제한돼 1954년 실업률이 일본인보다 8배나 높았다.

귀국을 원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다.

이른바 '재일조선인 귀국사업'은 1959년 12월부터 1984년 7월까지 진행돼 모두 9만3천 명의 재일조선인과 그 가족이 북한으로 건너갔다.

북한과 일본 적십자사가 공동 주최한 이 귀국사업은 일본에선 '귀환', 한국에선 '북송'으로 불렸다.

대부분(북한에 건너간 재일조선인의 95%)의 고향이 남한이었기에 엄밀히 말하면 '귀국사업'이 아니었다.

북한은 이 사업을 재일교포의 북한 귀국이 사회주의 제도의 우월성을 알리는 것이라고 선전했다.

이 기간에 조선인 남편을 따라 바다를 건너간 '일본인 아내'는 모두 1천830명에 이르렀다.

이들 일본인 아내는 1997년(15명)과 1998년(12명), 2000년(16명)에 한 차례씩 고향 방문을 했으나, 북한의 일본인 납치 문제 대두 등으로 북일 관계가 악화하면서 고향방문사업이 중단돼 모국 찾기는 더이상 불가능해졌다.

한국 정부는 재일조선인의 '북송'이 일본 정부의 추방 정책과 북한 정부의 정치 목적이 야합한 산물이라며 처음부터 그 추진을 격렬히 반대했다.

이에 따라 이들은 일본에서도, 북한에서도, 남한에서도 잊힌 존재가 돼버렸다.

지금 이들은 북에서 무슨 생각을 하고 무슨 희망을 품고 살아갈까?
저자는 "일본인 아내들의 삶을 증거로 남겨두고 싶다"며 "아무도 기록하지 않으면 그들은 마치 존재하지 않았던 사람들로 취급될 것"이라고 집필 동기와 이유를 밝힌다.

그러면서 "내가 만나지 못한 일본인 아내들이 훨씬 많다.

어떤 경우에도 그 사람 하나하나의 인생은 평등하고 둘도 없는 것임을 취재를 통해 강하게 느꼈다"고 들려준다.

미국의 대학에서 국제정치학과 분쟁평화구축학을 전공한 하야시 씨는 '젠더'와 '장소와 개인의 기억'을 테마로 세계 각지에서 취재를 진행해 미국 일간지 '뉴욕타임스'와 주간지 '뉴스위크' 등에 기고해왔으며, 2014년에는 전미보도사진가협회 보도사진공모전에 출품해 현대사회 문제부문 1위 등을 수상한 바 있다.

정수윤 옮김. 정은문고 펴냄. 268쪽. 1만8천원.
하야시 노리코 씨의 저서 '조선으로 간 일본인 아내'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