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사태로 6개월 연기 끝에 6일 개막…막판 리허설 한창
이성열 감독 "감개무량해, 공연 미뤄지며 배우 캐릭터는 더 여물어"
'앙코르 같다'고 할까…국립극단 70주년 무대 '화전가'
올해로 창단 70주년을 맞은 국립극단에 신작 '화전가'는 가뭄에 단비나 마찬가지인 작품이다.

국립극단은 지난 2월 70주년 기념 첫 작품으로 '화전가'를 준비하고 있었으나 개막을 불과 나흘 앞두고 문화체육관광부로부터 공연 중단 지침을 전달받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이 창궐하기 시작한 때라 관객과 배우, 스태프의 안전을 위한 고강도 조치였다.

그로부터 5개월이 지난 7월에야 작품을 준비했던 배우들이 다시 모였다.

직접 작품 연출에 나선 이성열 국립극단 단장 겸 예술감독도 그만큼 바빠졌다.

4일 전화로 이 감독에게 '화전가'를 뒤늦게나마 무대에 올리는 소감을 묻자 상기된 목소리 속에 격한 반가움이 드러났다.

"감개무량하죠. 공연을 무대에 올린다는 것은 배우나 스태프들, 연극인뿐만 아니라 공연을 보고 싶어하는 관객들에게는 큰 즐거움인데 지난 6개월간 공연이 이뤄지지 못해 서로 힘들고 갈증을 많이 냈어요.

다시 공연하면서 이전과 느낌이 달라진 거 같습니다.

더 소중하고, 기쁜 기회로 다가온다고 할까요.

"
6일부터 23일까지 명동예술극장에서 선보이는 '화전가'는 여인들의 삶을 화전놀이라는 소재에 담아 따뜻한 시선으로 그려낸 작품이다.

이 연극은 1950년 4월 '김씨'의 환갑을 축하하기 위해 한 집에 모인 9명의 여인이 잔치 대신 화전놀이를 떠나면서 시작한다.

해방의 기쁨도 잠시, 이념 대립과 민족 내분으로 전쟁을 앞둔 암울한 현실 속에서 일상을 끈질기게 버텨낸 여인들의 삶이 수다 속에 펼쳐진다.

'앙코르 같다'고 할까…국립극단 70주년 무대 '화전가'
이 작품은 '1945', '3월의 눈' 등으로 호평을 받았던 배삼식 작가의 3년 만의 신작이기도 하다.

개막을 앞두고 지난달 30일 있었던 1차 좌석 판매분은 불과 1시간 만에 예매가 마감됐다.

오랜만에 무대를 여는 국립극단의 신작이라는 점에서 관심이 집중된 덕분이다.

코로나 19로 좌석 간 거리 두기가 실시되며 관객이 들어갈 수 있는 자리가 반 이상이나 줄어든 데 따른 것이기도 하다.

작품을 올리는 배우들은 이날도 리허설을 진행하며 작품을 최종 점검했다.

장르를 가리지 않고 탄탄한 연기력을 선보여온 배우 예수정, 전국향, 김정은 등과 함께 '화전가'를 만드는 창작진들도 막바지 준비에 한창이다.

앙코르 공연도 아니고 5개월 만에 똑같은 작품을 다시 준비하기 위해 무대 위에 오른 배우들을 지켜본 모습은 어땠을까.

이 감독은 "5개월이라는 시간만큼 연기가 더 숙성됐다는 느낌"이었다며 "배우들 안에서 캐릭터가 더 여물 수 있는 시간이었던 거 같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연습 시간에도 방역에 신경을 쓰다 보니 아직 제대로 된 회식 한번 해보지 못했다"며 "다행히 배우나 스태프 사이에서 코로나 의심증세를 보여 연습에 나오지 못한 경우는 단 한건도 없었다"고 반겼다.

2017년 11월 국립극단장 겸 예술감독에 선임된 그는 이제 임기를 불과 석 달 남겨두고 있다.

'화전가'로 창단 70주년 무대를 뒤늦게 장식하고는 있지만 준비했던 작품이 너무나 많았기에 아쉬움이 무척 크다고 했다.

안타까워도 어떡하랴. 그는 모두가 코로나 19로 난리인데 어디에 하소연하기도 힘든 게 현실 아니겠냐고 '껄껄' 웃었다.

"올해는 코로나 때문에 준비한 프로그램의 반도 진행하지 못했어요.

상반기에는 정말 아무것도 못 했어요.

하반기에는 해야 할 텐데요…"
'앙코르 같다'고 할까…국립극단 70주년 무대 '화전가'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