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립교향악단과 미네소타 오케스트라가 4일 유튜브 채널을 통해 공개한 ‘님로드’ 합주 영상.  유튜브 영상 캡처
서울시립교향악단과 미네소타 오케스트라가 4일 유튜브 채널을 통해 공개한 ‘님로드’ 합주 영상. 유튜브 영상 캡처
‘우리는 음악으로 하나가 돼 이 위기를 극복할 것입니다’란 자막과 함께 현악 선율이 매우 여리게 깔린다. 엘가의 ‘수수께끼 변주곡’ 중 ‘님로드’. 곡목 소개에 이어 서울 잠실 롯데콘서트홀에 자리잡은 지휘자 오스모 벤스케와 서울시립교향악단 단원들의 연주 모습이 또렷해진다. 화면 상단에는 각자의 집에서 연주하는 미국 미네소타 오케스트라 현악 단원들의 모습이 4~5명씩 연이어 나타난다. 오보에-클라리넷-플루트-바순의 목관악기 주자들이 화면에 등장하면서 주선율을 연주하는 현악의 음량도 커진다.

콘서트홀의 서울시향 연주자들과 화면에 번갈아 나오는 ‘방구석 미네소타 오케스트라 연주자’들의 모습이 벤스케의 손짓 및 음악과 함께 절묘하게 어우리진다. 묵직한 금관악기가 가세한 관현악의 총주로 님로드의 잔잔하고 숭고한 선율은 절정을 향해 치닫는다. 이윽고 ‘모두 다시 강인함, 희망과 평안 속에서 이 시간을 견뎌 내길 바랍니다’란 자막과 함께 고요한 피아니시모(매우 여리게)로 연주가 마무리된다.

서울시향과 미네소타 오케스트라가 4일 유튜브에 공개한 님로드 합주 영상이다. 두 교향악단의 음악감독을 맡고 있는 벤스케의 지휘로 서울시향은 지난 6월 5일 롯데콘서트홀에서, 미네소타 오케스트라 단원 46명은 각자의 공간에서 연주한 것을 온라인에서 하나의 영상물로 합쳤다.

2003년부터 미네소타 오케스트라를 이끌고 있는 벤스케는 올 1월부터 서울시향 음악감독을 맡으면서 두 악단이 함께하는 공공예술 프로젝트를 구상했다. 애초 미네소타 오케스트라가 지난 6월 내한해 프로젝트를 진행할 예정이었으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무산됐다. 그 대안으로 기획한 것이 이번 ‘랜선 합주’다. 서울시향 관계자는 “국경을 넘은 음악적 연대의 표현으로서 한국과 미국의 두 오케스트라가 연합해 희망을 연주하는 무대로 기획했다”며 “벤스케와 서울시향이 함께하는 ‘새로운 일상(뉴노멀)’ 프로젝트의 일환”이라고 설명했다.

님로드는 14개 변주로 구성된 수수께끼 변주곡 중 아홉 번째 변주(아다지오)에 해당한다. 엘가가 절친한 벗인 출판업자 예거를 위해 작곡한 곡이다. 풍성한 관현악 구성과 따뜻한 선율이 담긴 이 곡은 공동체 간 화합을 염원하고 용기를 고취하는 의미로 국가 행사나 추모식에서 자주 연주된다. 팔레스타인 석학 에드워드 사이드와 유대계 지휘자 다니엘 바렌보임이 이스라엘과 아랍의 젊은 연주자들을 모아 창립한 서동시집 오케스트라가 2005년 팔레스타인 수도 라말라에서 연 역사적 공연의 마지막 곡으로 연주돼 더 유명해졌다. 2차 세계대전 당시 영국군 구출 작전을 그린 영화 ‘덩케르크’에서 가장 극적인 장면에 흘러 감동을 준 음악이기도 하다.

벤스케는 코로나19란 공통의 적과 맞선 세계 시민들에게 음악을 통한 치유의 힘을 보여주는 곡으로 님로드를 선택했다. 그는 “님로드는 슬픔, 희망, 더 나은 미래에 대한 믿음과 사랑에 대한 감정을 우리 안에서 끌어낼 수 있는 곡”이라며 “서울과 미국 미니애폴리스에서 이 곡을 함께 연주한 연주자들 모두 이런 감정과 생각을 공유했다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