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대 붕괴로 진입로 차단돼 이틀째 고립…"비 더올까 걱정"

"보조 배터리도 얼마 남지 않아 차 시동을 켜고 충전하며 버티고 있습니다.

"
4일 오전 경기 가평군 상면 임초리 마을 입구.
마을과 외부를 잇는 유일한 길과 다리는 거대한 흙더미로 갈라져 있었다.

폭우 속 굴착기 2대가 연신 흙을 파내고 돌을 옮겼지만, 토사가 무너진 지점에서는 멈추지 않고 흙이 흘러내렸다.

산사태로 부러진 전신주는 하천으로 쓰러져 전선들이 급류 위에서 위태롭게 흔들렸다.

도로 양쪽에서는 주민들이 긴장된 표정으로 복구 작업을 지켜봤다.

[르포] 도로 막히고 전기 끊긴 가평 마을…차 안서 충전하며 버텨
이 마을을 비롯한 가평 지역에서는 지난 1일 오후 6시부터 이날 오전 9시 현재까지 300㎜에 육박하는 폭우가 쏟아졌다.

임초리 마을 진입로에서는 3일 오후 축대가 무너지며 도로가 막히고 전신주가 부러졌다.

복구가 진행 중이지만 언제 완료될지 막막한 상황이다.

나갈 길이 막힌 데다 전날 저녁부터 전기와 수도마저 끊기는 바람에 마을 주민과 펜션에 머물던 피서객들은 차 안에 머물며 복구 완료를 기다리고 있다.

마을에 머무는 피서객 A씨는 "전기와 먹을 것이 끊겨 막막한 상황"이라며 "전기가 끊긴 후 펜션 내부에서는 할 수 있는 것이 없고 두려운 마음에 차 안에서 머물고 있다"고 말했다.

[르포] 도로 막히고 전기 끊긴 가평 마을…차 안서 충전하며 버텨
더 큰 문제는 폭우의 위협이 여전히 진행 중이라는 것이다.

이곳을 비롯한 가평 일대에서는 세찬 빗줄기가 오락가락 내리고 있다.

어떤 곳은 약 50m 이동해도 강수량이 급격히 달라질 정도로 변덕스럽다.

사고 현장 주변에서 오가는 차량을 통제하는 마을 주민 B씨는 "비가 엄청 왔다가 갑자기 햇살이 잠깐 비치며 예측 불가능한 날씨"라며 "이러다 갑자기 폭우가 쏟아져 더 큰 피해가 날지 걱정된다"고 말했다.

[르포] 도로 막히고 전기 끊긴 가평 마을…차 안서 충전하며 버텨
가평에서는 지난 3일 오전 일부 지역에 시간당 80㎜가 넘는 비가 쏟아지며 피해가 속출했다.

가평읍 산유리의 한 펜션에서는 토사가 관리동 위를 덮쳐 2살 아기를 포함한 일가족 3명이 숨지는 참사가 발생했다.

또 청평면 대성리 계곡에서 1명이 급류에 떠내려갔다는 신고가 접수돼 수색 작업이 진행 중이다.

청평면의 한 컨테이너에 물이 차 내부에 있던 2명이 고립됐다가 구조돼 병원으로 옮겨졌으며, 같은 면의 한 주택에서는 "토사가 무너져 집 바로 뒤까지 밀려왔는데 다리가 물에 잠겨 대피를 못 하고 있다"는 신고가 접수돼 구조 대원들이 3명을 대피시켰다.

폭우로 가평읍 달전천 제방이 유실되면서 땅에 묻혀 있던 상수도관 일부가 드러나 청평면 전역, 상면 행현리, 덕현리, 임초리의 상수도 공급이 중단됐다가 10시간 30분 만에 재개되기도 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