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약시간 집중된 폭우 피해 키워…안전불감증도 원인

2일 새벽부터 300㎜ 가까운 폭우가 쏟아진 충북 북부지역에서 산사태와 갑작스럽게 불어난 급류로 인해 4명이 목숨을 잃었다.

'4명 사망·8명 실종' 충북 인명피해 2000년대 3번째
2000년대 들어 발생한 호우·태풍 증 인명 피해 규모가 3번째로 크다.

급류에 휘말리는 등 생사가 확인되지 않은 실종자도 8명에 달해 피해는 더 커질 가능성이 있다.

2000년 이후 충북에서 인명 피해가 가장 컸던 자연재해는 2002년 한반도를 할퀴고 갔던 태풍 '루사'이다.

그해 8월 말 영동에는 시간당 70㎜에 육박하는 집중호우가 쏟아졌다.

설상가상으로 초강천 둑이 터지면서 군 전역이 '물바다'로 변하면서 9명이 숨지고 1명이 실종됐다.

시간당 최고 90㎜가 넘는 폭우가 쏟아졌던 2017년 7월 중순에도 사망자 5명이 발생했다.

당시 청주에서 발생한 산사태로 2명이 토사에 매몰돼 숨졌고, 같은 날 괴산군 청천면에서 2명이 급류에 휩쓸려 사망하는 등 사고가 속출했다.

'4명 사망·8명 실종' 충북 인명피해 2000년대 3번째
2일 한반도 중부지방을 강타한 집중호우도 시간당 70㎜ 안팎의 물 폭탄을 퍼부었다.

기상청에 따르면 북태평양고기압 가장자리를 따라 중부지방에 유입된 서해상의 수증기가 북서쪽 찬 공기와 만나면서 강력한 비구름을 형성했다.

이날 비가 큰 피해로 이어진 것은 오랜 장맛비로 인해 지반이 약해진 점과 이른 아침에 많은 비가 집중된 점 등이 꼽힌다.

이날 오후 4시 기준 강우량은 단양(영춘) 283.5㎜, 제천 267.6㎜, 충주(노은) 179㎜이다.

충주 엄정에는 오전 5∼6시 76.5㎜, 단양 영춘에는 오전 7∼8시 67㎜의 집중호우가 쏟아졌다.

토사 유출, 산사태가 이어지면서 이날 오전 6시 18분께 제천시 금성면의 한 캠핑장에서 A(42)씨가 목숨을 잃었고, 오전 8시 충주시 엄정면에서는 B(76)씨가 숨졌다.

'4명 사망·8명 실종' 충북 인명피해 2000년대 3번째
또 오전 10시 30분께 충주시 앙성면 능암리에서 C(56·여)씨가 산사태를 피하지 못해 목숨을 잃었다.

실종자도 8명이나 발생했는데, 이 가운데 급류에 휩쓸린 7명의 생사가 확인되지 않고 있다.

기상 당국이 일찌감치 호우 예비특보 발령했다는 점에서 지방자치단체의 안일한 대처, 사회 전반에 걸린 안전 불감증이 인명 피해를 키웠다는 주장도 있다.

공식적으로 충북에 호우특보가 발령된 것은 전날 오후 10시인데, 기상청은 16시간 전인 오전 6시 음성·진천·충주에, 같은 날 오후 4시 제천·단양 등에 호우 예비특보를 각각 내렸다.

예비특보에 맞춰 자치단체가 산사태 우려 지역이나 하천 주변, 낚시터, 캠핑장 등에 대한 대책을 일찌감치 마련해 이용객을 통제했더라면 피해가 줄었을 수도 있다.

충북도 관계자는 "호우특보가 내려지면 피해 우려 지역에 대해서는 즉시 대책을 세워야 하는데 최근 몇해간 자연재해가 없다 보니 사회 전반에 안전불감증이 커진 것 아닌가 싶다"고 털어놨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