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3일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마린스키 극장에 관객들이 띄엄띄엄 앉아 있다. 이들은 ‘2020 백야의 별(Stars of the White Nights)’ 축제의 첫 공연을 기다리고 있다. 백야를 나타내는 무대의 막 그림이 인상적이다. ‘백야의 별’ 축제는 지휘 거장 발레리 게르기예프 마린스키 극장 예술감독이 1993년 처음 연 이후 세계적인 오페라·발레 축제로 자리잡았다. 올해 개막 공연은 프랑스 오페라 연출가 이자벨 파르티오 피에리가 제작한 레온카발로의 오페라 ‘팔리아치’다. 당초 지난 5월 무대에 올릴 예정이었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개막이 약 2개월 미뤄졌다. 마린스키 극장도 이날 3개월여 만에 공연을 재개했다. 코로나19로 인해 ‘거리두기’를 하고 앉은 관객들의 뒷모습에서 오랜만에 공연을 보는 설렘이 느껴지는 것 같다.

국내에서도 교향악축제, 평창대관령음악제 등 코로나19를 뚫고 다양한 여름 음악축제가 열리고 있다. 안전하게 방역 수칙을 지키면서 한여름 밤 낭만적인 클래식 선율을 즐겨보는 건 어떨까.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