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한주 대한간학회 이사장

만성 B형간염 환자 23%
5년내 간경변으로 진행
A·B형 백신접종으로 예방

바이러스성 간염 통합 관리
간염에 대한 인식개선 필요
증상없어 간경변·간암 위험 큰 C형 간염…조기에 항바이러스제 쓰면 대부분 완치

“만성간염이 오래되면 간경변이나 간암으로 진행할 수 있습니다. 바이러스성 간염에 관심을 기울여야 합니다.”

이한주 대한간학회 이사장(사진)은 31일 “간염이라고 하면 술과 담배만 원인이라고 생각하는 환자가 많다”며 “바이러스 감염으로 간염이 생길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고 했다.

간은 몸속 해로운 물질을 해독하는 기관이다. 각종 영양소를 저장하는 기능도 한다. 간은 일부가 손상돼도 다른 조직에서 역할을 대신하기 때문에 기능이 망가질 정도로 손상되기 전에는 별다른 증상이 없다. ‘침묵의 장기’라고 불리는 이유다.

간염은 바이러스에 감염돼 생기는 바이러스성 간염, 알코올 등으로 인한 독성 감염 등으로 구분된다. 바이러스성 간염은 다른 감염병처럼 감염원이 몸속으로 들어가 간에 염증을 일으키는 것이다. 발견된 순서로 알파벳을 붙여 이름을 정했다. 국내에는 주로 급성 간염을 일으키는 A형 간염, 만성 간염을 일으키는 B·C형 환자가 흔하다.

몽골, 러시아 등 서남아시아 지역에는 D형 간염도 흔하다. 이 바이러스는 B형 간염 바이러스를 껍질로 쓰기 때문에 B형 간염 환자에게만 생긴다. 야생 멧돼지 등 설익은 돼지고기를 먹거나 날고기에 오염된 도마를 활용해 생으로 먹는 음식을 조리하다가 E형 간염 바이러스에 감염될 위험도 있다.

B·C형 간염은 만성간염을 일으켜 간경변, 간암 등의 위험을 높인다. 만성 B형 간염 환자의 23%가 5년 안에 간경변으로 진행된다. 만성 C형간염 환자는 30~40% 정도가 간경변, 간암으로 이어진다.

이 이사장은 “국내 B형 간염 환자는 대부분 바이러스에 걸린 어머니가 출산할 때 혈액에 노출돼 감염되는 모태 수직감염”이라며 “성접촉으로도 감염될 수 있어 미국에서는 성인 B형 간염을 일종의 성병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고 했다. 그는 “C형 간염도 혈액을 매개로 전파되기 때문에 비위생적인 주삿바늘이나 침, 미용 시술(문신, 피어싱) 등을 통해 감염될 수 있다”며 “미용 시술은 일회용품 사용을 법제화해 C형 간염 전파를 예방해야 한다”고 했다.

지난해 국내에서 오염된 조개젓갈을 섭취한 뒤 환자가 늘었던 A형 간염은 일상적인 접촉을 통해서도 전파된다. 6개월 간격으로 두 번 백신을 맞으면 예방할 수 있다. 국내 인구의 3~4% 정도가 감염된 것으로 알려진 B형 간염도 백신으로 예방할 수 있다. C형 간염은 백신이 없다. 이 이사장은 “C형 간염 백신을 개발하려는 시도가 여러 차례 있었지만 중화항체가 없어 모두 실패했다”고 했다.

B형 간염에 걸리면 바이러스를 억제하는 치료를 한다. 평생 치료제를 복용하면서 간경변, 간암 등으로 진행되는 시기를 늦추는 것이다. C형 간염은 항바이러스제를 2~3개월 투여하면 치료 성공률이 98%가 넘는다. 이 이사장은 “C형 간염은 증상이 없어 간경화, 간암 등으로 이어진 뒤 발견되는 환자가 많다”며 “완치 가능한 수단이 있기 때문에 국가검진을 도입해 환자를 일찍 찾아내야 한다”고 했다.

바이러스성 간염을 통합적으로 관리하는 체계도 마련돼야 한다. 지금은 감염원에 따라 감염병을 관리하기 때문에 A·B·C형 간염을 관리하는 부서가 다 다르다. 데이터 수집 등이 어려운 구조다. 이 이사장은 “질병관리본부가 청으로 승격되면 바이러스성 간염을 통합 관리하는 부서를 신설해달라고 건의할 계획”이라며 “효과적으로 바이러스성 질환을 관리하기 위해서도 필요하다”고 했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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