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평 장금자씨, 문해학교 거친지 1년반 만에 영예로운 수상

일흔이 넘은 나이에 한글을 익힌 할머니가 1년6개월만에 전국 문해 시화전에서 최우수상을 받아 화제다.

일흔 넘어 한글 뗀 '할머니 시인' 전국 문해시화전 최우수상

29일 증평군에 따르면 장금자(73·증평읍 송산리)씨가 교육부와 국가평생교육진흥원이 공모한 올해 전국 성인문해교육 시화공모전에서 최우수상을 받았다.

전국에서 3천800여점의 작품이 출품된 이번 공모전에 장씨는 '아침에는 두부국, 저녁에는 싸움국'이라는 작품을 내 대국민 투표를 거쳐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그는 지난해 증평군이 운영한 '찾아가는 문해학교 동행학당'에서 매주 2차례 한글을 익혔다.

그러고는 불과 1년 6개월만에 전국 대회에서 최우수상을 거머쥐는 저력을 과시했다.

'코로나 때문에 좋았다.

..(중략) 속만 썩이던 영감님, 평생 미워했는데…아침에는 두부국, 저녁에는 싸움국 그리 지내다 보니 정이 들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때문에 외출하지 못하는 남편과 종일 부대끼면서 느낀 감정을 담백하게 써 내려간 그의 시는 표현이 절제되고 독창적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문해학교에서 한글을 깨우친 지 얼마 안 된 사람의 작품이라고 믿기지 않는다는 반응도 많았다.

그는 "문해교육이 제2 인생을 열어줬다"며 "글을 배운 것도 꿈만 같은데, 이런 큰 상을 받게 돼 너무 기쁘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살아온 길을 되돌아보는 자서전을 펴내는 게 꿈"이라며 "모르는 건 부끄러운 것이 아니니 배우고 싶다면 주저하지 말고 용기를 내어 도전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공모전 수상작들은 유네스코가 정한 '세계문해의 날'을 맞아 올해 9월 열리는 전국 성인문해교육 시화작품전에서 선보인다.

증평군은 평생학습관과 31개 마을 경로당에서 325명의 어르신을 대상으로 한글 교실을 운영 중이다.

지난달에는 문해교실에서 한글을 익힌 어르신 10명의 글과 그림을 엮은 시화집 '막골 이야기'를 펴내기도 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