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버 멍방영이 young-ee가 다양한 쑥 디저트를 먹고 있다. 유튜브 화면 캡쳐.
유튜버 멍방영이 young-ee가 다양한 쑥 디저트를 먹고 있다. 유튜브 화면 캡쳐.
할머니들이 좋아할 것 같다는 의미인 '할매입맛'이 식품업계 트렌드로 주목받고 있다.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전통 식재료를 활용하고 자극적이지 않은 맛을 추구하는 젊은 세대들이 늘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뉴트로(새로움+복고) 열풍이 불면서 추억을 소환하는 문화가 확산한 점도 할매입맛을 돋우는 요인이 됐다.

흑임자 쑥 인절미 활용…순두부 아이스크림도

29일 업계에 따르면 CJ제일제당은 여름 신메뉴로 ‘비비고 흑임자죽'을 출시했다. 건강에 대한 관심 증가와 복고 트렌드 확대로 젊은 세대가 흑임자, 쑥 등 할매 입맛에 열광하는 현상을 반영했다는 설명이다.

CJ제일제당은 죽을 활용해 시원하게 먹는 ‘아이스 디저트’ 레시피도 선보인다. 비비고 흑임자죽, 단호박죽, 통단팥죽으로 만든 구슬팥빙수, 아이스바, 블랙큐브라떼, 쉐이크 등 간식 메뉴를 개발하고 해당 레시피를 인스타그램과 맘카페 등에 공개한다는 계획이다. CJ제일제당 식품전문몰 CJ더마켓과 홈플러스 일부 매장에도 출시된다.
CJ제일제당은 할매입맛에 열광하는 현상을 반영해 여름 신메뉴로 ‘비비고 흑임자죽'을 출시했다.
CJ제일제당은 할매입맛에 열광하는 현상을 반영해 여름 신메뉴로 ‘비비고 흑임자죽'을 출시했다.
할매입맛이 가장 많이 반영된 식품류는 디저트다. 젊은 세대의 취향을 즉각 반영하는 커피 프랜차이즈 업체들은 현재 흑임자, 쑥 , 인절미 등을 주 재료로 한 음료와 케이크, 빙수 등을 판매하고 있다.

빙과업계는 지난해부터 할매입맛 제품을 꾸준히 출시 중이다. 빙그레의 ‘인절미·흑임자·단호박맛 비비빅과 투게더 흑임자’, 롯데푸드 ‘빵빠레 흑임자’, 해태제과 ‘쌍쌍바 미숫가루’ 뿐 아니라 편의점이 직접 출시한 순두부 아이스크림도 있다. 편의점 GS25가 강릉시 맛집 '초당순두부'와 손잡고 내놓은 강릉초당순두부 아이스크림은 출시 두 달만에 100만개 이상 팔리며 인기를 입증했다. 지난 5월에는 초코맛을 더한 2탄을 출시했다.

지난달 세븐일레븐은 코리안 디저트 카페 '설빙'과 함께 인절미 디저트 시리즈(인절미·인절미롤케익·인절미크림단팥빵)를 출시했으며, 오리온 ‘찰 초코파이 흑임자·인절미’, 해태제과 ‘오예스 미숫가루 라테’ 등 제과업계도 전통 재료를 활용한 제품을 앞다퉈 출시 중이다.
(왼쪽부터)편의점에서 판매 중인 오리온 ‘찰 초코파이 흑임자·인절미, 홍삼  인절미라떼 흑임자라떼 음료 사진=채선희기자.
(왼쪽부터)편의점에서 판매 중인 오리온 ‘찰 초코파이 흑임자·인절미, 홍삼 인절미라떼 흑임자라떼 음료 사진=채선희기자.

할매입맛은 '건강한 맛'…코로나가 바꾼 풍경

현재 할매입맛 키워드는 현재 인스타그램에서만 약 1.6만개의 게시글을 자랑할 정도로 젊은 세대들에게 인기가 많다.

업계 안팎에선 그 중심에 소비 트렌드를 선도하는 MZ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한 밀레니얼 세대와 1990년대 중반~2000년대 초반 출생한 Z세대를 통칭하는 말)가 있다고 분석했다.

이들이 달달한 초딩입맛, 얼큰한 아재입맛을 넘어 맛이 심심하고 속이 편한 전통 음식을 선호하면서 식품업계의 트렌드가 바뀌었다는 설명이다.

MZ세대의 입맛을 바꾼 첫번째 요인은 건강에 대한 관심 증가다.

올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하면서 일상의 먹거리를 고르는 첫번째 기준이 건강이 된 것이다. MZ세대들은 지난해 인기를 끌었던 마라, 흑당 등 맵고 달달한 자극적인 맛보다 건강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음식을 찾고 있다.

최근 뉴트로 열풍이 불고 있는 점도 트렌드에 민감한 MZ세대를 전통 음식으로 몰리게 하는 요인이다. 부모세대의 추억이 담긴 인절미 흑임자 쑥 홍시 등 전통적인 식재료들을 '새로운 것'으로 받아들이고 공유하며 나만의 것으로 만들고 있는 것이다.

식품업계에선 할매입맛 트렌드가 앞으로도 이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한 식품업계 관계자는 "최근 건강에 대한 관심이 급증하고 있고 복고 열풍이 결합되면서 할매입맛 트렌드는 올해 꾸준히 이어질 전망"이라며 "앞으로 전통 식재료를 활용한 제품 라인업을 더 다양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채선희 한경닷컴 기자 csun00@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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