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체제 붕괴 시뮬레이션 그려…영화 시리즈, 게임으로도 제작"
영화감독 양우석(사진)은 자신이 글을 쓴 웹툰 시리즈 ‘스틸레인’을 두 편의 영화로 내놨다. 한 편은 북한 군부의 쿠데타로 남쪽으로 피신한 북한 정상을 그린 2017년 12월 개봉작 ‘강철비’(누적 관객 수 445만 명)다. 다른 한 편은 ‘강철비’와 내용으로 직접 연결되지 않지만 상호보완적인 속편을 표방하는 ‘강철비2: 정상회담’이다. 비핵화 협상을 진행하던 한국과 북한, 미국 정상들이 북한 강경파 군부에 피랍돼 핵잠수함에 인질로 갇히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오는 29일 개봉하는 이 영화는 북한군 간 총격전, 잠수함 간 전쟁 등으로 오락적인 재미를 주는 동시에 북핵 문제를 둘러싼 국제적인 역학관계를 보여준다. 총 제작비 154억원을 들인 대작이다. 지난 24일 서울 삼청동 한 카페에서 양 감독을 만났다.

영화 속 한반도는 중국에 충성하는 북한 강경파, 협상 대신 전쟁을 원하는 미국 네오콘, 센카쿠열도에서 중일전쟁을 일으키려는 미국, 전장을 센카쿠열도에서 독도로 옮기려는 일본 극우파 등 다양한 세력으로 인해 전쟁 위기로 치닫는다. “우리는 지난 70년간 여러 대비를 잘해왔지만, 북한 체제 붕괴에는 대비가 부족합니다. 그래서 ‘강철비’ 시리즈에서 쿠데타 등 북한 정권 붕괴에 대한 시뮬레이션을 계속 보여주고 있습니다.”

영화에서는 정상들을 납치한 북한 군부와 함께 독도에서 음모를 꾸미는 일본 극우파가 세계대전 위기로 몰아간다. “하지만 어느 한쪽을 일방적으로 빌런(악당)으로 보이게 하고 싶지는 않았어요. 모두가 나름의 논리를 지녔으니까요. 독도와 관련된 모든 이야기는 실제로 논의됐고, 계획됐던 사건을 바탕으로 했습니다.”

극중 중재자 노릇을 하는 한국 대통령 한경재(정우성)는 진지하게 그려졌지만 영국 배우 앵거스 멕페이든이 연기한 스무트 미국 대통령은 풍자적으로 묘사된다. “관객에게 숨을 쉬게 해주는 풍자와 해학의 대상은 늘 강자입니다. 약자를 풍자하면 의미가 전달되지 않거든요. 극중 인물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싱크로율이 높은 것은 미국이 최강자이기 때문이죠.”

유연석이 연기한 북한 최고지도자 ‘조선사’와 곽도원이 분한 호위총국장 ‘박진우’는 북한의 양면성을 드러낸다. “‘조선사’란 이름은 평화를 원하는 북한 주민들의 정서를 담았고, 박진우는 중국과의 ‘혈맹’을 강조하며 평화를 위협하는 캐릭터입니다. 이들은 지킬박사와 하이드 같은 존재예요.”

웹툰 ‘스틸레인’을 연재 중인 카카오페이지는 최근 ‘강철비’ 시리즈를 슈퍼 지식재산권(IP)으로 키울 계획이라고 밝혔다. “콘텐츠 마케팅이 갈수록 어려워지면서 원작을 영화화하는 비율이 미국에서는 70%에 이릅니다. 웹툰 플랫폼에서도 상위 10%와 하위 90% 간 매출 구조가 갈수록 벌어지고 있어요. 그래서 괜찮은 웹툰 IP를 영화와 드라마, 게임 등으로 확장하겠다는 거죠. ‘강철비’도 앞으로 게임 등 다양한 콘텐츠로 제작될 것입니다.”

유재혁 대중문화전문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