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현듯, 영화의 맛·한 공기의 사랑, 아낌의 인문학

▲ 인문학,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하다 = 모종린 지음.
서구 라이프스타일의 역사를 기반으로 물질과의 독립성과 추구하는 탈물질주의 가치에 따라 부르주아, 보헤미안, 히피, 보보, 힙스터, 노마드 등 6개 유형을 꼽으면서 해당 라이프스타일의 정의와 기원, 의미, 미래를 분석한다.

또 해당 라이프스타일을 대표하는 도시와 기업을 소개하며 라이프스타일 경제의 다양한 모델을 제시한다.

저자는 역사적으로 라이프스타일의 본질은 나와 물질의 관계에서 출발한다고 설명한다.

물질을 나의 삶의 어디에 두는지가 나의 라이프스타일을 결정하는 것이다.

부르주아가 물질주의를 대표한다면 나머지 5개 유형은 탈물질주의를 수용해 라이프스타일을 혁신한 세력이다.

물질주의가 신분, 경쟁, 조직력, 노력을 강조한다면 탈물질주의는 공통적으로 개성, 다양성, 삶의 질, 사회적 가치를 중시한다.

거시적으로 보면 라이프스타일 혁신 과정은 전근대 사회의 전통 가치와 근대 사회의 물질주의가 탈산업사회의 탈물질주의로 이동해가는 과정이라고 저자는 설명한다.

여러 탈물질의 삶의 방식 중 어떤 것을 선택하는지가 나와 물질의 관계, 즉 나의 라이프스타일을 더욱 명확하게 규정한다.

저자는 한번 몸에 맞는 라이프스타일을 찾으면 트렌드에 따라 바꾸지 않아도 된다면서 사회적, 인문학적 측면에서 나다움을 찾을 때 우리는 더 폭넓게 자신을 구성할 수 있게 되고 또 그것을 유지할 수 있는 일과 공간을 연결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강조한다.

지식의숲. 280쪽. 1만6천500원.
[신간] 인문학,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하다
▲ 불현듯, 영화의 맛 = 이주익 지음.
'만추'를 비롯해 여러 영화를 미국, 일본, 중국 등의 영화인들과 함께 만들어온 저자가 영화에 나온 음식을 영화적 맥락과 인물의 성격, 요리의 특징을 중심으로 살펴본다.

애니메이션 '메밀꽃 필 무렵'의 시원한 막국수를 통해 메밀이 구황식품에서 별미의 상징, 웰빙의 일상음식으로 변천하는 과정을 따라간다.

또 우디 앨런 감독의 '미드나잇 인 파리'의 와인 시음회 등 영화 속의 와인으로 전통과 현대의 충돌, 노스탤지어와 모더니즘의 대비를 읽어낸다.

한국, 중국, 일본 등 동아시아 나라들의 '만두 삼국지'를 펼쳐 보이고 '블레이드 러너'에서 해리슨 포드가 먹던 포장마차의 아시안 누들이 30년이 지난 지금 전혀 낯설지 않은 풍경이 됐음을 이야기한다.

저자는 '황해'에서 경찰에 며칠째 쫓기던 하정우가 한밤중 빈집에 몰래 들어가 감자를 쪄먹는 장면, '강철비'에서 남과 북의 '철우' 가운데 남쪽은 비빔국수, 북쪽은 잔치국수를 먹는 장면을 보면서 모든 상황에는 그에 맞는 음식이 있고 바로 이 분위기가 '영화의 맛'을 만들어낸다는 것을 절감하게 된다.

계단. 352쪽. 1만6천500원.
[신간] 인문학,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하다
▲ 한 공기의 사랑, 아낌의 인문학 = 강신주 지음.
EBS 강연 프로그램 'CLASSⓔ'에서 총 16회 방송된 동명의 강연을 책으로 엮었다.

고(苦), 무상(無常), 무아(無我), 정(靜), 인연, 주인, 애(愛), 생(生) 등 불교 철학을 담은 8개 키워드를 말머리 삼아 독자들이 사랑과 아낌의 의미를 되짚어보게 한다.

김선우 시인의 시 8편으로 각 주제를 열어 싯다르타와 나가르주나, 임제, 백장 등이 설파한 불교적 깨달음은 물론 모리스 메를로-퐁티의 '최소 폭력', 니체의 '영원 회귀', 질 들뢰즈의 '아장스망' 등 철학적 사유를 연관 지어 깊은 사색으로 이끈다.

어머니가 준 한 공기의 밥으로 아이의 배고픔은 사라지지만 한 번에 두 공기, 세 공기, 나아가 한 가마의 밥을 먹이려 한다면 아이는 배고픔의 고통이 아니라 그보다 더한 배부름의 고통을 느끼게 된다.

사랑도 마찬가지여서 우리는 사랑하는 사람이 한 공기만큼의 사랑을 필요로 할 때 딱 그만큼만 채워줄 수 있는 사랑을 할 수 있어야 한다.

그것이 저자가 말하는 '고통의 감수성'에 기반한 '한 공기의 사랑'이다.

EBS. 352쪽. 1만8천원.
[신간] 인문학,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하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