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야자키 마사카츠의 책 '부의 지도를 바꾼 돈의 세계사'

돈은 우리의 삶과 떼려야 뗄 수 없을 만큼 밀접한 요소다.

사회를 원활하게 움직이는 '혈액'이랄까.

가치를 측정하는 잣대이자 교환의 매개로 그 역할을 톡톡히 수행한다.

그렇다면 돈이 언제 어떤 모습으로 탄생했을까.

더불어 그 변천의 역사와 기능의 진화도 궁금해진다.

일본의 세계사 연구학자인 미야자키 마사카츠 씨는 저서 '부의 지도를 바꾼 돈의 세계사'에서 돈을 중심으로 인류사의 흐름을 살핀다.

동전과 지폐·은행·보험 등의 탄생 배경, 투자와 투기로 인한 돈의 팽창, 그리고 세계적 금융 위기까지 돈의 역사를 되짚는다.

책의 내용을 간단히 따라가보자.
처음에는 곡물, 가축 등 다양한 상품이 돈의 기능을 직접 맡았다.

그러다 특별한 소재만이 남게 됐다.

바로 돈이다.

상품들만으로는 교환의 범위와 규모가 작을 수밖에 없어 대규모 교역을 위해 교환의 기준이 되고 어디서나 인정받고 환영받을 수 있는 만능적 상품이 새롭게 필요했던 것이다.

돈의 흐름으로 인류 문명 발달사를 새롭게 읽다
지금으로부터 5천 년 전, 4대 문명의 탄생을 계기로 각각의 문명에서는 다양한 돈이 등장했다.

고대 이집트에서는 파라오의 영원한 생명과 불멸성을 상징하는 금이 사용됐고, 교역이 발달한 메소포타미아에서는 은이 주로 쓰였다.

'재물 재(財)', '재화 화(貨)', '바칠 공(貢)', '팔 판(販)', '가난할 빈(貧)', '귀할 귀(貴)', '쌓을 저(貯)', '살 매(買)', '품팔이 임(賃)', '바꿀 무(貿)', '재물 자(資)' 등의 한자 용어들에 '조개 패(貝)' 변이 한결같이 붙는 것에서 짐작할 수 있듯, 중국 문명에서는 초기에 조개껍데기 등이 돈으로 사용되다가 진의 시황제가 천하를 통일하면서 저렴한 금속인 동에 가치를 부여해 만든 반량전(半兩錢)이 통용됐다.

이어 송 시대에 동이 부족해지자 인류 최초의 지폐인 교자(交子)를 발행한다.

돈의 재료 가운데 특히 금과 은이 통화의 표준 단위가 되면서 이를 향한 강렬한 욕망이 신항로 개척, 신대륙 발견 등으로 이어졌다.

역사적으로 전 세계에 막강한 영향력을 끼친 강대국들은 재정, 즉 돈이 필수적으로 뒷받침됐다.

돈이 어디로 흘러갔는지에 따라 세계를 주름잡는 패권국의 지위가 결정됐던 것. 즉, 부의 지도가 곧 세계 패권의 지도라고 하겠다.

12~14세기에는 이탈리아 피렌체를 대표하는 메디치 가문이 은행업으로 막대한 부를 축적하며 문화 부흥을 이끈 르네상스의 기반을 다졌다.

15~16세기에는 신항로 개척과 신대륙 발견으로 스페인과 포르투갈이 부를 쌓았다.

이어 17세기에는 해상 패권을 장악한 네덜란드가 스페인으로부터 독립하며 동인도회사라는 세계 최초의 주식회사를 설립한다.

이에 앞서 7세부터 14세기까지는 이슬람교도가 이끄는 아랍 유목민, 터키인, 몽골인 등의 중앙아시아 유목민이 유라시아 통일을 이끌었다.

환어음과 수표, 지폐가 보급된 것은 유라시아 전역을 아우르는 교역이 활발히 이뤄졌던 바로 이때였다.

그리고 이슬람 세계의 금융 구조는 14~15세기 르네상스 시기의 이탈리아 상인에게까지 전해진다.

유럽에서 '은행(bank)'이라는 단어의 기원은 이탈리아어의 'banco'로, 시장에서 상인이 환전할 때 사용하던 '책상', 즉 환전상의 가판대가 어원이라는 사실도 새롭다.

'파산'과 '부도', '도산'을 뜻하는 '뱅크럽시(bankruptcy)'는 가판대를 뒤엎는다는 말에서 기원했다고 한다.

돈의 흐름으로 인류 문명 발달사를 새롭게 읽다
17세기 후반에는 영국이 대서양 무역의 주도권을 장악하며 근대적 은행과 보험을 탄생시켰다.

또한 18세기 후반부터 19세기 전반에 걸쳐 진행된 프랑스의 시민혁명과 영국의 산업혁명으로 세계의 부가 영국으로 집중됐다.

19세기 후반 중공업의 발달과 더불어 20세기 두 차례 세계대전을 겪으며 부를 축적한 미국은 초강대국이 돼 세계 경제를 지배하고 있다.

애초에 교환의 매개로 등장했던 돈이 20세기 들어서는 투기의 대상으로 탈바꿈했다.

결국 세계 최고의 경제대국인 미국에서도 1987년 블랙 먼데이라는 주가 대폭락이 있었고, 2008년에는 서브프라임 모기지론 사태로 주택과 증권의 거품이 붕괴하는 금융 위기를 겪었다.

저자는 세계적으로 시장에 여유 자금이 흘러들어와 투자·투기의 비대화, 난개발로 인한 지구 환경 악화, 세계적인 경제·사회 격차 확대와 같은 심각한 문제가 산더미처럼 쌓인 지금, 시야를 넓혀 이상적인 돈의 모습을 냉정하게 생각해봐야 한다며 발간 취지를 들려준다.

이제 우리 시대는 '돈'의 정리와 단순화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서수지 옮김. 탐나는책 펴냄. 240쪽. 1만6천원.
돈의 흐름으로 인류 문명 발달사를 새롭게 읽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