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인들과 나눈 사적인 대화 내용을 소설에 무단 인용해 논란을 일으킨 작가 김봉곤이 21일 피해자와 독자, 출판사, 동료 작가들에게 공식 사과했다. 논란 발생 열흘 만이다. 무단 인용 대목이 실린 단편소설 ‘그런 생활’로 받은 ‘제11회 문학동네 젊은작가상’도 반납하겠다고 밝혔다.

김봉곤은 이날 트위터에 글을 올려 “제 소설로 인해 고통받은 ‘다이섹슈얼’님과 ‘0’님께 사죄드린다”며 “독자, 출판 관계자, 동료 작가들에게도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그는 등단작 ‘여름, 스피드’에 등장하는 ‘영우’라고 밝힌 남성을 거론하며 “‘0’님의 문제 제기를 인정하고 부주의한 글쓰기가 가져온 폭력과 피해에 다시 한번 사죄드린다”고 말했다. 이어 “고유의 삶과 아픔을 헤아리지 못한 채 타인을 들여놓은 제 글쓰기의 문제점을 ‘다이섹슈얼’님과 ‘0’님 말을 통해 뒤늦게 깨닫고 이를 깊이 반성한다”고 덧붙였다.

문학동네와 창비는 지난 17일부터 논란이 된 작품이 실린 김봉곤의 책을 판매 중지한 데 이어 이날 모든 도서를 회수하고 이미 구매한 독자에게는 환불해 준다고 밝혔다. 대상 도서는 단편 ‘그런 생활’이 실린 소설집 시절과 기분(창비)과 제11회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문학동네), 단편 ‘여름, 스피드’가 실린 소설집 여름, 스피드(문학동네)다.

문학동네는 이날 발표한 ‘후속 조치’에서 “판매 중단한 책들에 대해 서점에 남아 있는 재고를 전량 회수하겠다”며 “여름, 스피드를 구매한 독자들께 환불해 주겠다”고 밝혔다. 이어 “제11회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은 ‘그런 생활’을 삭제하고 그 경위를 담은 개정판을 수상 작가들의 동의 절차를 거쳐 재출간하겠다”며 “지금까지 출간된 9쇄 9만 부 전량은 개정판으로 교환 혹은 환불해 주겠다”고 덧붙였다. 문학동네는 김봉곤이 밝힌 제11회 젊은작가상 반납 의사를 수용하기로 결정했다. 창비도 시절과 기분 미수정본뿐 아니라 논란이 된 대목을 이미 수정한 판본까지도 모두 회수하고 환불해 주기로 했다.

은정진 기자 silv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