홉스: 리바이어던의 탄생·모방 시대의 종말

▲ 조로아스터교의 역사 = 메리 보이스 지음, 공원국 옮김.
고대 종교 연구 권위자인 메리 보이스(1920~2006)의 '조로아스터교의 역사(A History of Zoroastrianism)' 시리즈 3권 가운데 1975년 출간된 첫 번째 책으로 태동기 조로아스터교의 역사와 창시자 조로아스터의 가르침을 재구성했다.

니체의 '자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에 나오는 자라투스트라가 조로아스터의 독일식 발음이라는 것은 웬만큼 알려졌지만 3천년 전 그가 창시한 종교에 관해서는 오해가 많다.

조로아스터교는 흔히 '배화교'라고 번역되지만, 엄밀히 말하자면 불 자체를 숭배하지는 않는다.

또 기독교, 이슬람교, 유대교의 유일신 사상에 큰 영향을 미쳤으나 조로아스터교 자체는 다신교적 배경에서 탄생했고 유일신만을 섬기지 않는다.

이미 오래전 사라진 종교라는 것도 사실이 아니어서 지금도 조로아스터교의 분파가 인도 등에서 신앙을 이어간다.

저자는 조로아스터교의 가르침이 기존의 종교 관념과는 매우 다르게 개혁적이었다는 점에 주목한다.

일례로 조로아스터는 도덕적으로 선한 이들이라면 성별이나 배움, 계급과 관계없이 구원받을 수 있다고 가르쳤다.

조로아스터는 악마적인 요소를 지닌 '다에바'를 단호히 배격하고 선(善)의 상징인 '아후라 마즈다'를 섬길 것을 강조했다.

이는 당시 다에바를 숭배하던 사람들에게는 매우 받아들여지기 어려운 것이었고 새롭고 도전적인 사상으로 인해 미움과 위협을 받게 된 조로아스터는 결국 다른 종교의 광신도에 의해 살해당한다.

그러나 부와 권력에 대한 인간적 욕망을 보상해 주는 예전의 신과는 달리 선한 것 자체를 상징하는 신을 모시는 조로아스터교는 최초로 도덕적 기준을 제시한 종교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또 창시자의 가르침에 따라 조로아스터교도들은 세상에 존재하는 동물들과 주변 환경에 대한 의무감을 갖게 됐으며 다신교적 배경에서 탄생한 동물의 희생 제의도 폐기하는 방향으로 나아갔다고 저자는 설명한다.

민음사. 592쪽. 2만8천원.
[신간] 조로아스터교의 역사
▲ 홉스: 리바이어던의 탄생 = 엘로이시어스 마티니치 지음, 진석용 옮김.
근대 인민 주권과 국민 국가 이론에 혁명을 일으킨 정치철학자, 기하학이라는 도구로 세계를 설명하겠다는 야심을 품은 수학자, 인민을 국가 형성의 주체로 세운 사회계약론의 설계자, 물리학으로 신의 존재를 증명하려 한 유물론자 등 다양한 면모를 지닌 홉스의 파란만장한 삶을 추적한다.

홉스의 어머니는 에스파냐 무적함대의 침략 소식을 듣고 공포에 질려 7개월 만에 홉스를 조산했다고 한다.

홉스는 이를 두고 자신이 "공포와 쌍둥이로 태어났다"고 말했거니와 이 말처럼 그의 삶은 전쟁과 혁명으로 가득 찼고 공포가 늘 운명처럼 따라다녔다.

청교도 혁명으로 내전이 발발하기 직전인 1641년 찰스 1세에 반대하는 의회 세력을 피해 프랑스에 망명한 홉스는 거기서 '리바이어던'을 집필했고 10년 후에는 프랑스 가톨릭 세력의 위협이 두려워 영국으로 복귀했다.

그 후에는 그를 무신론자로 여긴 영국 국교회 주교들이 화형에 처하려 하기도 했고 그의 책 '리바이어던'과 '시민론'은 옥스퍼드대학 금서 목록에 올라 불태워졌다.

이 같은 고난 속에서도 홉스는 '만인이 만인에 대해 늑대인' 자연 상태를 만인의 자발적인 사회계약으로 극복한다는 이념을 통해 근대 인민 주권과 민주주의의 초석을 놓았다.

그와 동시에 인민 전체의 동의에 기반해 절대주의 국가, 곧 리바이어던을 세운다는 기획을 제시함으로써 히틀러나 스탈린 체제와 같은 근대전체주의 체제의 원형을 제공하기도 했다.

미국 텍사스대학 철학과 교수이자 홉스 철학의 권위자인 저자는 구할 수 있는 모든 출간 자료와 미출간 자료들을 동원해 홉스 시대의 역사적·문화적 배경을 그려내고 모순에 가득 찬 그의 인생과 사상을 깊이 있게 분석한다.

교양인. 632쪽. 2만9천원.
[신간] 조로아스터교의 역사
▲ 모방 시대의 종말 = 이반 크라스테프·스티븐 홈스 지음, 이재황 옮김.
공산 진영의 붕괴가 임박한 것으로 보였던 1989년 미국의 정치학자 프랜시스 후쿠야마는 "서방 자유민주주의는 인류의 이데올로기적 진화의 종점"이라고 선언했으나 저자들은 냉전의 종말이 곧 자유민주주의 시대의 시작이라는 주장은 '환상'이라고 말한다.

2008년 금융위기, 시리아의 인도주의적 재난 앞에서 무기력한 서방의 대응, 유럽의 2015년 이민 위기, 브렉시트, 도널드 트럼프의 미국 대통령 당선, 그리고 2020년 코로나 19 사태 등 자유주의의 위기를 보여주는 사건은 끊이지 않고 있다.

저자들은 오늘날 우리가 당면한 문제들의 배경으로 모방의 속성과 그 반작용을 든다.

프랑스 철학자 르네 지라르가 갈파했듯이 모방은 인간의 가장 중요한 본성 가운데 하나이며 그 가운데 분노와 갈등을 불러일으킬 가능성이 가장 높은 것이 욕망의 모방이다.

냉전의 장벽이 무너진 후 세계는 모방자와 모방 대상으로, 민주주의를 이룩한 나라들과 민주주의로 이행하려 애쓰는 나라들로 나뉘게 됐다.

도덕적 이상의 모방은 기술 차용과는 달리 존경하는 상대를 닮게 하지만, 동시에 인정받기 위해 분투하는 한가운데서 자신의 정체성을 잃게 된다고 저자들은 지적한다.

저자들은 중·동유럽의 포퓰리스트들, 러시아의 푸틴, 심지어 트럼프의 득세조차 모방의 정치학으로 인해 초래된 분노로 설명할 수 있다면서 이들 사례가 유사하며 서로 연관돼 있음을 내보인다.

책과함께. 340쪽. 1만8천원.
[신간] 조로아스터교의 역사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