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동료작가·출판계에 사과

지인 여성과 나눈 메신저 대화 내용을 동의 없이 그대로 소설에 인용했다는 논란에 휩싸인 작가 김봉곤이 문제를 제기한 상대 여성의 사적 대화 무단 인용 주장 중 상당 부분을 반박하고 나섰다.

애초 메신저(카카오톡) 대화를 소설에 쓰겠다는 사전 동의를 얻은 것으로 판단했으며, "토씨 하나 바꾸지 않고 그대로 썼다"는 상대 여성의 주장도 사실이 아니라는 게 김봉곤의 주장이다.

김봉곤은 16일 소셜미디어에 올린 글에서 문제가 된 소설인 '그런 생활'을 집필하기 전 이 여성에게 원고 전문을 보냈으며, "네 마음에 들면 됐다"는 답변을 이 여성으로부터 받았다고 주장했다.

김봉곤은 또 이 소설이 실린 '2020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이 발간됐고 소설집 '시절과 기분'(창비)이 인쇄를 마친 시점인 지난 4월에 이 여성이 특정 대사와 맥락을 문제 삼긴 했으나 항의나 수정 요청으로 인식할 수 없었다며 "이것이 제가 소설에 D님(해당 여성)과의 카카오톡 대화를 차용하는 것에 대한 동의를 얻었다고 판단한 경위"라고 했다.

다만 그는 이 여성이 문제를 제기한 뒤로는 "확실하게 '동의'를 표한 것이 아닐 수도 있다고 생각하게 됐다"면서 "상처를 드린 점, 다시 한번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덧붙였다.

'사적대화 인용논란' 김봉곤 "차용 동의 얻었다고 판단"
김봉곤은 대화 전체를 모두 수정 없이 소설에 인용했다는 이 여성의 주장도 사실이 아니라는 취지의 입장을 밝혔다.

대화를 인용하긴 했으나 재구성과 일부 삭제, 일부 새 문장과 단어 등이 추가됐다고 그는 주장했다.

그는 이후 소설이 사유도 밝히지 않은 채 수정된 데 대해선 "독자 입장을 사려 깊게 고려하지 않은 제 독단"이라며 사과했지만, 해당 소설로 받은 '젊은 작가상'을 반납하라는 이 여성의 요구에 대해선 "아무것도 해명되지 않은 채 상을 반납함으로써 이 모든 일을 불명예스러운 해프닝으로 끝내고 싶지는 않다"며 거부했다.

특히 그는 "'그런 생활'과 관련해 윤리적인 문제가 있다면, 저는 '카카오톡 대화의 소설 차용'에 대한 D님의 동의 과정부터 꼼꼼히 재검토돼야 한다는 생각"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김봉곤은 다만 이 여성의 "고통을 외면한 채 저의 작가적 입지만을 안온하게 확보하는 방식으로 이 사태에 임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대화와 소통을 통해 적극적으로 문제를 풀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그는 또 독자와 동료 작가, 출판계 관계자들에게도 사과했다.

김봉곤이 'D님'이라고 표현한 이 여성은 최근 소셜미디어에 글을 올려 소설 '그런 생활'에 나오는 'C누나'의 대사는 자신이 메신저에서 김봉곤에게 했던 실제 발언을 "그대로 베껴 쓴 것"이라고 주장했으며, 자신의 요구로 추후 원고는 수정됐으나 수정 이유는 고지되지 않았다고 밝혀 논란이 일었다.

동성애자임을 공개적으로 밝힌 김봉곤은 2016년 등단 이후 동성애를 주제로 한 자전적 성격의 소설을 써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