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톡 대화 토씨 하나까지 그대로 옮겨" 지인 문제 제기
김봉곤 작가 '그런 생활', 성적 문자대화 인용 논란에 내용 수정
퀴어문학 작가 김봉곤(35)이 소설에 지인과의 사적인 문자 대화 내용을 인용했다가 논란이 빚어지자 출간된 단행본을 수정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문제가 된 작품은 성 소수자의 삶을 다룬 '그런 생활'이다.

올해 출간된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문학동네)과 김봉곤 소설집 '시절과 기분'(창비)에 수록됐다.

소설에는 주인공 '봉곤'과 카카오톡으로 성적인 대화를 나누고 조언을 하는 'C누나'가 등장한다.

자신이 '그런 생활'에 등장하는 'C누나'라고 밝힌 A씨는 지난 10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글을 올려 "'그런 생활'에 실린 'C누나'의 말은 제가 김봉곤 작가에게 보낸 카카오톡을 단 한 글자도 바꾸지 않고 그대로 옮겨 쓴 것"이라고 주장했다.

A씨는 '그런 생활'에 실린 자신의 문장이 원고지 약 10매 분량이며, 작가와 자신을 동시에 아는 사람들 모두 작품 속 'C누나'가 본인임을 알고 있었다고 덧붙였다.

그는 "제 말을 띄어쓰기 하나 토씨 하나 바꾸지 않고 그대로 베껴 쓴 것, 우리가 했던 많은 대화 중 성적 수치심과 자기혐오를 불러일으키는 부분을 고대로 쓴 것에 큰 충격을 받았다"라고 말했다.

A씨의 항의에 작가는 수정을 약속했지만 작품은 '문학과 사회' 작년 여름호에 수정 없이 발표됐다.

이후 김봉곤은 이 작품으로 문학동네 젊은작가상을 받았고, 소설이 수록된 단행본도 출간됐다.

이를 인지한 A씨는 글을 고치고 사과해달라고 요청했으나 김봉곤 작가가 무시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변호사를 선임한 다음에야 김봉곤 작가는 원고를 수정했으나, 원고 수정 사실을 공지해달라는 요청은 지금까지도 무시당하고 있다"며 작가와 출판사 측 대응을 비판했다.

김봉곤과 함께 올해 젊은작가상을 받은 작가 김초엽 작가 등도 SNS에서 A씨의 문제 제기에 공감하며 문단의 태도를 지적했다.

논란이 일자 김봉곤 작가는 11일 자신의 SNS에 글을 올려 해명했다.

그는 "원고가 게재되기 전 검토를 요청했고, 문제제기를 했을 때부터 수차례 사과했으며, 수정 요청을 즉각 이행했다"고 밝혔다.

이어 "일상의 대화를 세심히 점검하지 못한 점을 무거운 마음으로 되돌아보며, 저의 글쓰기가 누군가에게 상처가 될 수 있다는 사실에 대해 작가로서 더욱 민감하게 살피겠다"고 말했다.

김 작가는 A씨의 요구대로 '문학과사회' 온라인 열람 서비스 중지를 요청했고, 이후 문학동네와 창비의 단행본은 인용된 카톡 대화를 모두 삭제한 수정본으로 발행됐다고 설명했다.

문학동네는 13일 SNS에 올린 입장문에서 지난 5월 '그런 생활'과 관련된 문제 제기를 접하고 수정 내용을 작품에 반영했다고 밝혔다.

젊은작가상 수상을 취소하라는 A씨의 요구에 대해서는 "심사위원들은 해당 내용이 전체 작품을 판단하는 데 결정적인 요소가 아니라는 의견을 보내왔다"고 전했다.

또한 수정 사실 공지와 관련해서는 "사용 허락 과정과 수정 이유에 대한 당사자의 주장과 작가의 주장이 일치하지 않는 사안이기 때문에 어려울 수밖에 없었다"고 해명했다.

창비 역시 해당 부분은 수정했지만 A씨의 요구만으로 공지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창비 관계자는 14일 "단행본에 실린 작품은 수정했지만, 현재로서는 이를 별도로 공지하기는 어렵다"라며 "작가와 A씨가 원만하게 협의한다면 그에 따라 추가로 조치할 부분이 있는지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