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이후 처음 대면하는 오페라 '세비야의 이발사'
“이 마을의 만능집사가 나가신다. 길을 비켜라.(Largo al factotum della citta)”

조아키노 로시니의 희극 오페라 ‘세비야의 이발사’(사진) 1막에서 주인공 피가로가 부르는 유명한 아리아의 첫 대목이다. 작품이 지닌 경쾌하고 유쾌한 분위기에 ‘만능 재주꾼’ 피가로의 능청스러운 연기가 더해져 객석을 뒤집어 놓는 장면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지친 피로감과 불안감을 잠시 날려버리기에 제격이다.

서울시오페라단이 올해 첫 정기공연으로 ‘세비야의 이발사’를 다음달 18~22일 서울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 무대에 올린다. 코로나19 확산 이후 국내에서 처음 열리는 대면 오페라 전막 공연이다. 가정의 달인 5월에 공연할 예정이었으나 코로나19 사태로 3개월 늦게 무대에 오르게 됐다. 국립오페라단이 지난달 25일 대면 공연으로 올리려 했던 오페라 ‘마농’은 수도권 방역 강화 조치로 인해 무관중으로 전환했다.

서울시오페라단은 철저한 방역조치를 시행해 관객을 맞을 계획이다. 좌석의 앞뒤를 한 칸씩 비우는 ‘객석 간 거리두기’를 적용하고, 관객들은 공연장에 입장할 때 QR코드를 활용한 전자문진표를 제출해야 한다.

‘세비야의 이발사’는 작곡가 로시니가 프랑스 극작가 피에르 보마르셰의 3부작에서 1부를 떼내 제작한 오페라다. 체사레 스테르비니의 대본에 곡을 붙였다. 시간적 배경으론 모차르트의 오페라 ‘피가로의 결혼’에 앞선 이야기다. 알마비바 백작이 매혹적인 로지나를 보고 반해 세비야까지 쫓아가지만 늙은 후견인 바르톨로가 사랑을 방해한다. 백작이 마을의 만능재주꾼 피가로의 도움을 받아 사랑을 쟁취하는 줄거리다.

이번 공연에선 바리톤 공병우와 안대현, 김은곤이 피가로를 맡아 코믹 연기를 펼친다. 테너 허남원과 정제윤, 김재일이 알마비바 백작으로 분해 무대에 오른다. 매력적인 여주인공 로지나 역은 소프라노 변지영과 이결, 김예은이 번갈아 맡는다. 바르톨로는 성승민(베이스 바리톤)·염현준(바리톤)이, 로지나의 음악교사인 바질리오는 베이스 전승현·이대범·박의현이 연기한다. 바르톨로의 하녀 베르타는 이미란(메조소프라노)·곽레나(소프라노), 피오렐로 역에는 베이스 바리톤 박요셉이 출연한다.

이경재 서울시오페라단장은 “코로나19로 우울한 분위기를 전환하려 ‘세비야의 이발사’를 첫 정기공연 작품으로 골랐다”며 “관객들이 더 가까이서 극을 생생히 느낄 수 있도록 중극장인 M씨어터 무대에 올린다”고 말했다.

오페라 연출가 장서문이 이번 공연의 연출을 맡고, 구모영 천안시립교향악단 상임지휘자가 ‘광화문 심포니’를 이끌고 연주한다. 서울시오페라단은 이번 공연을 위해 민간 연주자를 대상으로 오디션을 통해 30여 명을 선발해 ‘광화문 심포니’를 꾸렸다. 코러스 합창으로 위너오페라합창단이 무대에 오른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