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해는 이해로 혐오는 사랑으로…백수린 소설집 '여름의 빌라'
한국 문단을 이끌어갈 차세대 작가로 주목받아온 백수린이 또 한권의 소설집을 펴냈다.

세 번째 소설집 '여름의 빌라'(문학동네)는 백수린이 '기대되는 신예'라는 꼬리표를 떼고 한국문학을 대표하는 작가로 성장하고 있음을 확인한다.

작가 특유의 섬세한 문장과 따뜻한 감성, 촘촘한 이야기는 더 깊고 단단해졌다.

문지문학상을 받은 표제작 '여름의 빌라'를 비롯해 현대문학상 수상작 '아직 집에는 가지 않을래요', 젊은작가상 수상작 '고요한 사건'·'시간의 궤적' 등 2016년 여름부터 올해 봄까지 선보인 여덟 편의 이야기를 담았다.

소설에서 화자들은 과거 어떤 시기나 사건을 돌아본다.

그때는 몰랐던 진실을 되짚어보기도 하고, 미처 하지 못한 말을 되뇌기도 한다.

지난날의 상처와 고통은 감싸 안고, 아름다운 시간은 더 찬란하게 비춘다.

'여름의 빌라'와 '시간의 궤적'은 과거에는 보지 못한 이면의 진실이 오랜 시차를 두고 드러나는 이야기다.

작가는 서로 다른 삶의 조건을 가진 사람들이 어떤 인연으로 급격히 가까워졌다가 멀어지는 과정을 반추하며 진실에 접근한다.

외면하지 않고 상실과 아픔을 정면으로 바라볼 때 비로소 오해가 풀리고 상처가 아문다.

소설에는 이국에서의 삶도 종종 등장한다.

국내에서라도 마치 이방인처럼 살아가는 사람들도 있다.

작가는 전학생, 아시아인, 여성 등 소수자의 위치에 있는 인물들의 삶에 끊임없이 시선을 보낸다.

여성의 억눌렸던 열정과 욕망을 우아하게 꺼내는 시도도 보인다.

이번에 묶은 여덟 편 중 작가가 가장 아끼는 작품으로 꼽은 '흑설탕 캔디'는 아들, 손주들과 함께 프랑스에서 살게 된 할머니가 그곳에서 마주한 삶의 새로운 환희를 애정 어린 시선으로 그린다.

백수린은 작가의 말에서 "이해는 오해로, 사랑은 혐오로 너무 쉽게 상해버리고, 그런 생각을 하면 어둡고 차가운 방에 홀로 남겨진 듯 슬프고 또 무서워진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세상을 살기 위해 우리가 기댈 수 있는 것은 이해와 사랑 말고는 달리 아무것도 없다고 나는 여전히 믿고 있고, 이 소설들 역시 그런 믿음 속에서 썼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소설에는 그런 믿음이 진하게 배어있다.

작가는 "성급한 판단을 유보한 채 마음 안에서 벌어지는 사건들을 직시하고 찬찬히 기록하는 것"이라는 자신의 사랑 방식을 충실히 보여줬다.

백수린은 2011년 경향신문 신춘문예에 당선돼 작품활동을 시작했으며 소설집 '폴링 인 폴', '참담한 빛', 중편 '친애하고 친애하는' 등을 펴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