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다서

▲ 딥 메디슨 = 에릭 토폴 지음, 이상열 옮김.
현직 심장 전문의가 이미 의료 현장에 깊숙이 들어와 있는 인공지능의 실태를 현장감 있게 설명하면서 의료의 본질을 회복하기 위한 인공지능의 활용에 관해 견해를 피력한다.

저자의 설명에 따르면 의료의 디지털화, 민주화를 이루고 인공지능을 의료의 중심으로 가져오는 과정의 정점이 바로 '딥 매디슨(deep medicine)이며 여기에는 3가지 딥 컴포넌트(deep component·심층 요소)가 필요하다.

모든 데이터를 이용해 개인을 심층적으로 정의하는 능력, 딥 러닝, 환자와 의사 간 딥 엠퍼시(deep empathy·심층 공감)와 딥 커넥션(deep connection·심층 연결)이다.

저자는 인공지능이 의료현장에 도움을 줄 무궁무진한 가능성에 관해 실제의 경험을 토대로 말하지만, 과장 광고와 과잉 기대는 경계한다.

미국의 한 아동병원에서는 건강하게 태어난 신생아가 생후 8일째 되던 날 경련이 멈추지 않는 '뇌전증지속상태'를 보여 자칫하면 목숨을 잃을 위기에 빠졌지만, 뇌 CT 촬영이나 뇌전도에서도 특이한 소견이 발견되지 않았다.

의료진이 속수무책으로 쩔쩔매기만 하는 동안 이 아기의 혈액샘플을 받은 유전체 연구소는 무려 125GB(기가바이트)에 달하는 염기 서열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ALDH7A1이란 유전자의 이상을 발견했고 의료진은 그에 따른 대책을 신속히 마련해 아기는 목숨을 건졌다.

아무리 숙련된 의사라도 전체 인구의 0.01%에서만 나타나는 이 희귀 변이를 자신의 경험과 의학 지식만으로는 판별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반면에 저자가 진료했던 한 폐 질환 환자는 거동이 불가능할 정도의 피로감이 엄습해 왔는데도 정확한 원인을 알 수 없었으나 환자가 희망하는 대로 우측 관상동맥 스텐트 삽입 시술을 했더니 곧 언제 그랬느냐는 듯이 기력을 회복했다.

인공지능 알고리즘으로 밝혀내지 못한 병인을 환자의 직감이 정확히 알아맞힌 셈이다.

저자는 이 같은 현장의 사례들과 많은 연구 결과를 검토한 결과 인공지능은 기계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업무를 담당하고 인간 역시 그들이 가장 잘 할 수 있는 업무, 즉 환자와 공감하고 함께 하는 데에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하는 것이 바람직한 미래상이라고 결론을 내린다.

소우주. 408쪽. 2만원
[신간] 딥 메디슨·오티움

▲ 오티움 = 문요한 지음.
정신과 의사인 저자는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초래된 일상의 변화와 그에 따른 정신적 어려움에 대처하는 방법으로 '오티움'을 제시한다.

라틴어에서 온 이 말은 결과를 떠나 활동 그 자체로 삶에 기쁨과 활기를 주는 '능동적 여가 활동'을 뜻한다.

오티움은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취미의 개념을 뛰어넘는다.

봉사나 공부, 운동 혹은 영성 활동까지 포함될 수 있다.

이러한 활동을 한다고 해서 돈이 생기거나 누군가에게 인정을 받는 것도 아니고 오히려 시간을 들이고 고생을 하는 활동이지만, 사람들은 기꺼이 여기에 시간을 투자하고 때로는 돈도 아끼지 않는다.

그 시간이 채움의 시간, 오티움이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평생 공부와 일에만 몰두해온 사람들이 기쁨과 보람을 안겨줄 여가 활동을 찾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다.

저자는 어떤 오티움은 찾지 않아도 우연처럼 자기 앞에 모습을 드러낸다고 한다.

그러면 그것을 잡으면 된다고 조언한다.

그는 자기 탐색과 가족 연구도 자신만의 오티움을 찾는 데 도움이 된다면서 구체적인 방법을 설명한다.

또 운동, 음악, 춤과 연기, 창작, 음식 등 11개의 테마를 제시하고 선입견 없이 도전해 보고 경험해 보면 반드시 자신에게 맞는 테마를 찾을 수 있다고 조언한다.

위즈덤하우스. 240쪽. 1만4천800원.
[신간] 딥 메디슨·오티움

▲ 한국의 다서 = 정민·유동훈 지음.
조선 지성사 연구의 대가와 차 전문 연구자가 조선의 차 문화를 보여주는 그 시대 저술 30종을 번역하고 해설한다.

조선 전기 학자 이목이 지은 '다부(茶賦)'는 230구에 달하는 장시이다.

중국 역대 고전에서 차와 관련한 온갖 고사와 인물을 소개하고 차의 산지와 종류별 이름, 차의 효용과 약성까지 방대한 정보를 담았다.

선비 이덕리가 진도 유배 중 지은 '기다(記茶)'는 국가 차원에서 차를 전매해 차 무역으로 국부를 창출하는 방안을 제시한 독창적 저술이다.

정약용의 작품으로 잘못 알려져 있던 것을 다산의 제자 이시헌의 집안에서 원문을 발견해 연구함으로써 바로잡았다.

고질적인 체증을 앓았던 정약용은 만덕사 주지 혜장에게 다시 차를 청하며 '걸명소(乞茗疏)를 썼다.

상소문 형식을 빌려 장난스럽게 차를 구걸하는 형식이지만 차 문화의 중흥을 알리는 뜻깊은 글이라고 저자들은 설명한다.

이 밖에도 선조의 차 사랑과 차 문화의 실태, 차와 관련된 실용적 지식을 엿볼 수 있게 하는 시, 부(賦), 송(頌), 편지, 절목(節目), 상소문, 논설, 통사(通史) 등 다양한 글을 실었다.

김영사. 600쪽. 3만3천원.
[신간] 딥 메디슨·오티움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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