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타, 임금 반납 등으로 1천700억원대 미지급금 일부 해소 시도
여전히 계약 파기 수순 시각 우세…제주도도 부정적 입장 전달

제주항공과 이스타항공의 인수·합병(M&A)을 둘러싼 갈등이 양측의 '폭로전'으로 최고조에 달한 가운데 업계에서는 이번 M&A가 사실상 무산된 것으로 보는 분위기가 우세하다.

다만 한쪽에서는 미지급금 해소 등을 놓고 물밑 협상이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어 '데드라인'을 앞두고 양사가 막판 극적 타협을 볼 가능성도 솔솔 제기되고 있다.

'갈등 최고조' 제주·이스타, M&A 무산이냐 극적타협이냐(종합)

9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이스타항공은 제주항공이 선행 조건을 모두 해결하라고 제시한 오는 15일까지 각종 미지급금 규모를 낮추기 위해 리스사, 국토교통부 등과 접촉하고 있다.

현재 이스타항공의 미지급금 규모는 1천7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는 물론 코로나19 사태 이전부터 이스타항공이 경영난을 겪으며 체납한 리스료, 유류비, 공항시설이용료, 조업료 등도 모두 포함된 금액이다.

이스타항공은 지난 3월 말부터 모든 노선의 운항을 중단했으며 이를 전후로 보유 중인 항공기 23대 중 4대를 조기 반납했다.

1대는 리스 계약이 만료돼 반납했으며 5대도 올해 안에 추가로 조기 반납할 계획이다.

항공기 운항은 중단됐지만 매달 60억원가량의 리스료(18대분)가 미지급금으로 쌓이고 있다.

이스타항공 관계자는 "리스사에 항공기 운항을 못 한 기간을 고려해 리스료를 감면해 달라고 요청한 상태"라며 "딜 성사를 위해 막판까지 할 수 있는 노력을 다 하겠다"고 말했다.

'갈등 최고조' 제주·이스타, M&A 무산이냐 극적타협이냐(종합)

그동안 밀린 공항시설사용료 등에 대한 감면도 국토부에 요청한 상태다.

이스타항공은 창업주인 이상직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지분 헌납'으로 150억∼200억원이 이스타항공에 남게 돼 임금 체불을 일부 해소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이와 함께 남은 체불 임금은 자체적으로 해소한다는 목표하에 직원들에게 임금 반납에 대한 동의를 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제주항공과의 인수가 무산되면 회사가 파산할 수밖에 없다는 이유를 들며 직원들에게 재차 고통 분담을 요구하는 셈이다.

최근 김현미 국토부 장관과 이상직 더불어민주당 의원과의 면담에서도 이 같은 내용이 언급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제주항공은 지난 7일 "이스타 측의 선행조건 미이행이 시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거래종결을 할 수 없는 것은 당연하고 합리적인 것"이라며 선행 조건 이행을 촉구했다.

결국 이스타항공은 임금 반납과 사용료 감면 등을 통해 미지급금 규모를 낮춰 제주항공의 부담을 덜어주는 방향으로 제주항공의 인수를 촉구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갈등 최고조' 제주·이스타, M&A 무산이냐 극적타협이냐(종합)

업계 관계자는 "양사의 갈등이 커지며 직원들은 물론 조업사 등의 위기의식 또한 커진 만큼 이를 이용해 미지급금 일부를 해소하고 막판 극적 타협을 이루려고 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양사의 M&A가 무산돼 이스타항공이 파산하고 1천600명의 실직자가 나오게 될 경우 제주항공 역시 사회적 비난을 피할 수 없는 데다 계약 파기의 책임 소재를 놓고 법정 공방까지 치달을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막판 성사 가능성이 솔솔 제기되고 있다.

다만 양사가 이미 셧다운과 구조조정 지시 등을 놓고 공방을 벌인 데다 최근 양사 대표의 통화 내용 녹취파일과 임원진 간담회 회의록 등이 공개되는 등 양사의 '진실게임'이 '폭로전' 양상으로 흐르며 갈등이 최고조에 달한 점이 여전히 걸림돌이다.

제주항공이 7일 공식 입장에서 "7월 1일 이스타 측에 10영업일 이내에 선행조건 해소를 요구했고, 이행되지 않을 경우 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고 못 박은 점도 사실상 계약 파기 수순에 가깝다는 해석이 나온다.

'갈등 최고조' 제주·이스타, M&A 무산이냐 극적타협이냐(종합)

제주항공은 이 의원 일가를 둘러싼 의혹을 거론하며 "최근 보도돼 사회적 논란이 되는 이스타 측의 각종 의혹은 이번 인수계약에서 제주항공이 매수하려고 하는 지분의 정당성에 대한 깊은 우려를 낳고 있다"며 "해당 지분 인수에 따라 안정적인 경영을 할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해 의문이 제기될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이는 사실상 이스타항공 측에 이후 계약 파기의 책임을 물으려는 포석이라는 것이 업계 안팎의 분석이다.

이에 대해 이스타항공 조종사노조 관계자는 "결국 제주항공이 인수 후 자신들이 해결해야 할 금액을 낮추기 위해 직원의 희생을 강요하고 있는 것"이라며 "고용 승계 보장 등도 없이 무턱대고 임금 반납에 동의할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이런 가운데 국토부에 이어 고용노동부도 뒤늦게 중재에 나섰다.

노동부는 전날 이스타항공 조종사노사와 면담해 체불 임금 해소를 위한 의견 등을 청취한 데 이어 조만간 제주항공과도 만날 예정이다.

한편 최근 제주항공의 2대 주주인 제주도(지분율 7.75%)가 "이스타항공 인수에 신중하게 접근해달라"며 부정적인 입장을 전달한 사실이 알려져 딜 무산 가능성에 무게를 더하고 있다.

제주도는 지난달 26일 열린 제주항공 주주총회에 앞서 김이배 대표에게 "유상증자에 최대한 참여하겠다"는 입장과 함께 이 같은 의견을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제주도는 8일 제주항공 유상증자 주식매입 40억원을 포함한 추가경정 예산안을 도의회에 제출했다.

이에 김 대표는 "항공업계 전망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이스타항공 인수 여부를) 판단하겠다"고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제주항공 입장에서는 2대 주주도 부정적인 의견을 제시한 만큼 M&A를 파기할 명분이 추가된 셈"이라고 말했다.

'갈등 최고조' 제주·이스타, M&A 무산이냐 극적타협이냐(종합)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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