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지난 성공의 기억과 이별할 때

조준호·김경일 지음
지식노마드 / 326쪽│1만6000원
[책마을] 변화 망설이는 사이, 다른 기업이 치고 나간다

“이건 실리콘밸리 창업 회사이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지 우리 회사와 같은 대기업에서는 불가능하다.” “제조업체로서의 사업 특성상 한번 불량이 나면 악영향이 커서 새로운 것을 시도하는 데 신중해야 한다.”

조준호 전 LG 사장은 김경일 아주대 심리학과 교수와 함께 쓴 《이제 지난 성공의 기억과 이별할 때》에서 “기업의 중견 간부, 임원은 물론 심지어 최고경영자(CEO)까지 이런 말들을 종종 한다”고 말한다. 그는 “나름 일리가 있는 얘기처럼 들리지만 결국 새로운 혁신을 시도하지 않고 과거의 관습에 머물러 있겠다는 뜻을 담고 있다”며 “어쩌면 한국 기업이 바뀌지 않는 가장 큰 원인은 CEO 때문일지도 모른다”고 지적한다.

이 책은 한국 기업이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필요한 경영 방식의 방향, 그 변화를 이끌어야 할 리더의 역할을 제시한다. 조 전 사장은 자신의 실패담을 소개하며 리더로서의 위기와 도전의 경험을 풀어놓는다. 그는 북미 휴대폰 시장에서 모토로라에 맞서 LG 프리미엄폰의 입지를 넓히는 데 기여했으며, 전기차 배터리 개발 사업에 도전해 성공했다. 하지만 스마트폰 시장에서 야심차게 추진하던 G5 개발 프로젝트는 결국 실패로 끝났다. 그는 “얼마 전까진 생각하기도 싫은 실패”로 기억되던 이 프로젝트를 비롯한 다양한 사례를 통해 기업의 의사 결정과 실행 과정부터 결과까지 치밀하게 분석한다.

기업이 성공하기 위해선 기존의 경영 관행에서 벗어나는 것이 중요하다. 저자들은 “이미 누군가 찾아 놓은 정답을 향해 최고의 속도로 돌진하는 데 한국 기업의 경영 관행으로는 지정학적인 변화부터 미래 기술의 변화에 이르는 환경 변화를 돌파할 수 없다”며 “이 변화의 지점에서 한국 기업들이 정체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조직이 변화하려면 “개인이 주도성과 창의성을 최대한 발휘하면서 일에 몰입할 수 있도록 뒷받침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또 “우리 조직엔 창의적인 사람이 없다고 푸념하는 리더가 많다”며 “하지만 더욱 중요한 건 창의적인 생각을 할 수 있도록 조직을 다시 세팅하는 것”이라고 덧붙인다.

이를 위해선 밀레니얼 세대(1980~2000년 출생한 세대)의 행동 특성을 잘 살펴보고 적극 활용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밀레니얼 세대는 한국 역사상 대학 진학률이 가장 높고, 해외 문물을 많이 접했다. 창의적 사고의 필요성도 잘 알고 있으며, 사회가 강요하는 삶이 아니라 자기 나름의 삶을 사는 것에 대해 깊게 고민해본 세대이기도 하다. 조직 내에선 나이가 많은 사람, 권력을 지닌 사람들의 불합리한 권위주의에 치를 떨고, 개인의 삶을 회사가 침범하는 것을 싫어하는 경향이 있다. 자신의 생각을 당당하게 드러내는 것에 거리낌이 없고 수평적 관계를 선호한다.

저자들은 “이들 세대가 지닌 역량과 특성은 우리 기업들이 배우고 싶어 하는 실리콘밸리 방식의 개인 주도적인 문화와 잘 맞는다”며 “한국 기업은 이들을 어떻게 활용할지 다양한 방식으로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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