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 지식의 한계, 세계관·경제학의 대결

▲ 젠더 / H₂O와 망각의 강 = 이반 일리치 지음, 허택 / 안희곤 옮김.
'그림자 노동', '전문가들의 사회', '행복은 자전거를 타고 온다', '깨달음의 혁명'에 이어 사월의책이 펴낸 '이반 일리치 전집'의 5번째와 6번째 책이다.

오스트리아에서 태어난 이반 일리치(1926~2002)는 사제 서품을 받은 후 미국으로 건너가 뉴욕 빈민가의 교구에서 보조신부로 일했고 푸에르토리코와 멕시코에서 진보적 사상에 관한 연구와 저술 활동을 하면서 교황청과 마찰을 빚은 끝에 1961년 스스로 사제직을 버렸다.

1980년대 이후 독일 카셀 대학과 괴팅겐 대학 등에서 서양 중세사를 가르치며 성장주의에 빠진 현대 문명과 자본주의 사회에 급진적 비판을 가하는 책들로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다.

'젠더'는 현대의 성차별적 현실을 뿌리로 거슬러 올라가 조명한 역사서이자 '경제적 인간'의 탄생에 관한 인류학적 보고서다.

페미니스트들의 주장과는 달리 저자는 '성'이 만들어진 것이고 인간은 처음부터 '젠더'로 태어나서 자란다고 말한다.

그에 따르면 생식기만으로 구분되는 여자와 남자란 인류 역사에 한 번도 존재한 적이 없다.

'성역할'이라는 이름 아래 남녀에게 생산과 소비의 기능을 각각 부여하고, 둘을 끊어질 수 없는 경제 단위로 묶은 것이 성(sex)이기 때문이다.

원래 남자와 여자는 불평등한 것이 아니라 비대칭적일 뿐이며 '젠더'라는 서로 비교할 수 없는 특징을 가진 존재들이었다.

그러나 모두가 동일한 상품을 생산하고 동일하게 필요를 충족하는 교환가치'에 바탕을 둔 산업사회에서는 성을 통해 남녀를 구분하는 것이 필요해졌다.

따라서 저자가 보기에 산업사회는 필연적으로 성차별적일 수밖에 없다.

성적으로 동등한 남녀가 희소성을 둘러싸고 경쟁을 하는 한, 여기서는 어떤 식으로든 지배하거나 종속되는 성이 나올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결국 그에게 젠더 회복은 성 해방만이 아닌 인간 회복의 문제로 귀착된다.

398쪽. 1만7천원.
[신간] 젠더 / H₂O와 망각의 강
'H₂O와 망각의 강'에서 저자는 물, 공간, 냄새와 같은 '질료'의 역사를 통해 근대 산업과 경제의 논리가 어떻게 인간의 풍요로웠던 삶과 문화를 평평하게 다지고 획일화한 사막으로 바꿨는지를 고발한다.

H₂O는 물이 아니다.

화학물질이며, 변기와 호수에 쓰이는 재활용수에 불과하다.

망각의 강으로부터 기억을 실어나르고 잠든 영혼을 일깨우던 물의 역할은 오늘날 사라졌다.

물이 H₂O가 되면서 차이와 우연에서 비롯된 세계의 다양성은 사라지고 우리는 연속적이고 균일한 환경이 끝없이 펼쳐진 근대의 획일화한 세상에 살게 됐다고 저자는 한탄한다.

162쪽. 1만3천원.
[신간] 젠더 / H₂O와 망각의 강
▲ 당신 지식의 한계, 세계관 = 리처드 드위트 지음, 김희주 옮김.
세계관(worldviews)이란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 또는 믿음을 의미한다.

패러다임이 주로 과학적인 큰 사고의 틀을 말한다면 세계관은 더욱더 넓은 철학적 틀이자 여러 믿음의 퍼즐 조각이다.

저자는 과거에도 그랬지만 오늘날 현대인이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 역시 과학을 떼놓고 생각할 수 없으며 과학은 인간이 가진 지식과 사고를 통해 바라보는 세계를 바탕으로 발전하고 대체되고 사라진다고 지적한다.

저자는 이 책에서 과학사와 과학철학의 기본적인 쟁점을 소개하고 '아리스토텔레스 세계관'에서 '뉴턴 세계관'으로 전환하는 과정을 탐구한다.

그리고 현대에 들어 등장한 상대성이론과 양자론, 진화론 등 과학 발전에 따른 세계관의 변천을 살펴본다.

이러한 새로운 발견과 발전으로 현대인 대부분이 간직한 중요한 믿음, 즉 세계관은 상당히 변화할 수밖에 없었다.

이처럼 과학적 믿음이 대체되고 사라지는 일은 과거에도 있었다.

지금 우리가 엉뚱하다고 믿었던 천동설이나 연금술도 당시에는 엄연히 당대 최고의 지식과 합리적 사고에 근거했다.

저자는 그와 마찬가지로 21세기의 과학적 사실도 언젠가 변할 것이라고 상상한다.

세종. 600쪽 2만5천원.
[신간] 젠더 / H₂O와 망각의 강
▲ 경제학의 대결 = 리처드 울프·스티븐 레스닉 지음, 유철수 옮김.
오늘날 경제학의 주요 이론인 신고전학파, 케인스주의, 마르크스주의를 비교 분석한다.

각 이론의 출발점, 목표와 초점, 내적 논리를 밝히고 이러한 측면에서 각 이론이 갖는 차이가 경제에 대한 정부의 역할, 생산의 계급구조 등 광범위한 정책 주제와 어떻게 연결되는지를 규명한다.

저자들은 왜 20세기 동안에 경제 논리의 주도권이 세 이론 사이에서 계속 바뀌어 왔는지, 왜 그런 변화가 오늘날에도 계속되고 있는지, 예를 들어 왜 2008년 대침체의 영향으로 신고전학파 관점이 새로운 케인스주의 접근에 무릎을 꿇었는지를 설명한다.

저자들은 특히 동서 이념 대결로 뒷전으로 밀려났던 마르크스주의 이론을 재조명할 필요성이 있다고 강조한다.

이들은 "마르크스주의 이론은 자본주의 경제에 대해서 신중하고 논리적이고 정교한 여러 사고방식을 포함한다.

자본주의 경제의 구조, 동학, 문제에 대한 마르크스주의 이론화를 계속 무시하면 많은 것을 잃게 된다"고 썼다.

원서는 1987년 출간된 '경제학: 마르크스주의 대 신고전학파'의 내용에 2007년 세계 경제 위기 등 최신 상황과 이를 계기로 관심이 고조된 케인스주의 경제학 부분을 추가해 2012년 출간됐다.

연암서가.

608쪽. 3만원.
[신간] 젠더 / H₂O와 망각의 강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