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상반기 유기동물 공고 6만4천83건, 전년보다 3.7% 늘어
어려워진 경제 상황 때문인 듯…동물단체 "휴가철이 더 걱정"

지난 6일 오후 청주시 서원구 개신동의 한 아파트에서 갈색과 흰색 털이 섞인 개 한 마리가 단지 안 이곳저곳을 헤매는 모습이 주민들에게 목격됐다.

태어난 지 1년이 채 안 돼 보이는 믹스견(혼종)이었는 데, 여러 날 굶었는지 비쩍 마른 상태였다.

비쩍 말라 길거리 헤매는 믹스견…코로나19 속 반려동물 수난
장마철 먹을 것을 찾아 여러 곳을 떠돌아다닌 듯 털에는 진흙과 오물이 잔뜩 묻어있었다.

현장에서 붙잡힌 개는 곧바로 청주시 반려동물보호센터로 인계됐다.

같은 날 흥덕구 오송읍에서도 몸무게 6㎏의 작은 믹스견이 집을 잃고 배회하다가 보호센터로 들어왔다.

이들 2마리의 몸에는 보호자 정보 등이 담긴 내장 칩이 없었다.

주인을 찾아줄 단서가 없다는 얘기다.

이들은 열흘의 공고 기간 주인이 나타나지 않으면 입양 절차를 밟게 된다.

입양이 여의치 않을 경우 안락사되기도 한다.

이날 하루에만 청주에서는 개 3마리와 고양이 3마리가 유기동물로 등록됐다.

앞서 지난 5월 흥덕구 옥산면에서는 새끼 고양이 3마리가 종량제 봉투에 담긴 채 발견된 일도 있다.

경찰 조사 결과 이들 새끼 고양이는 인근에 사는 주민이 쓰레기통을 뒤지는 등 집 주변을 더럽힌다는 이유로 붙잡아 이같이 몹쓸 짓을 한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동물보호법 위반 혐의로 해당 주민을 불구속 입건했다.

비쩍 말라 길거리 헤매는 믹스견…코로나19 속 반려동물 수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하면서 사람뿐만 아니라 반려동물도 힘든 나날을 보내고 있다.

경제 사정이 좋지 않다는 이유로 버려지거나 학대받는 경우가 늘고 있다.

9일 농림축산식품부 동물보호관리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유기동물 공고 건수는 6만4천83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6만1천806건)보다 약 3.7% 늘었다.

청주시 반려동물보호센터는 이미 포화 상태다.

견사는 수용 한계치인 150마리를 넘어 빈자리가 없고, 고양이도 40여마리로 자리가 꽉 찼다.

청주시에서 올해 상반기 발생한 유기동물은 882마리에 이른다.

청주의 동물보호단체 관계자는 "코로나19로 경기가 가라앉으면서 유기당하는 동물도 덩달아 늘고 있다"며 " 먹고 살기 힘들다 보니, 치료비나 사료비가 많이 든다는 이유로 반려동물을 버리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말했다.

문제는 유기동물이 여름 휴가철이 더욱 늘어난다는 점이다.

늙거나 병든 반려동물을 휴양지도 데려가 슬쩍 버려두고 오는 사례가 적지 않다.

심지어 장시간 집을 비우는 동안 맡길 곳이 마땅치 않다며 유기하는 사례도 있다.

비쩍 말라 길거리 헤매는 믹스견…코로나19 속 반려동물 수난
지난해 동물보호시스템에 공고된 유기동물은 13만3천516마리다.

이 중 29.7%인 3만9천553마리가 여름 휴가철(6∼8월)에 집중됐다.

임영기 동물구조119 대표는 "휴가철이나 연휴에 반려견을 맡길 곳이 없어서 버리는 경우가 많다"며 "여유가 있는 견주는 애견호텔 같은 곳에 맡기지만, 비용이 많이 들어서 장기간 맡기기에는 부담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휴가철에는 소유주들이 서로 반려동물을 돌봐주는 '펫시터(반려동물 돌보미)' 제도를 활성화할 필요가 있고, 유기동물 발생 시 사회적 비용이 많이 드는 만큼 반려동물을 버린 주인에 대한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반려동물을 유기하면 동물보호법에 따라 과태료 300만원을 물 수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