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간을 말할 때 우리가 이야기하는 것…그리고 이야기하지 않는 것
엄마는 너를 기다리면서, 희망을 잃지 않는 법을 배웠어

▲ 나는 위안부가 아니다 = 안세홍 지음.
일본군 성노예 실태를 알려온 저자가 지난 25년간 만난 아시아 성노예 피해 여성 21명의 이야기를 담았다.

한국 4명, 중국 4명, 인도네시아 5명, 필리핀 4명, 동티모르 4명 등이며 이 가운데 8명이 인터뷰 후 세상을 떠났다.

저자가 만난 이들은 가족들이 있는 집에서, 혹은 시장을 가다가 일본 군인들에게 성폭행당한 뒤 위안소로 끌려갔다거나 "좋은 직장에 취직 시켜 주겠다"는 거짓말에 속아 성노예가 된 사연을 털어놓았다.

하루 최소 3명에서 최대 20명의 군인을 받았을 뿐만 아니라 땅굴을 파고 빨래를 하며 밥을 하는 생활을 해야 했고 때로는 춤을 추고 민요를 부르며 '광대' 노릇까지 했다고 한다.

전쟁이 끝나고 고국으로 돌아간 뒤에도 이들의 삶은 순탄하지 않았다.

결혼을 못 하거나 하더라도 불임의 몸이 돼 자식 없이 홀로 노년을 맞은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아직 생존한 경우에도 대개 병마와 싸우며 거동조차 불편한 이들은 자신의 기록이 남겨져 이런 역사가 되풀이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인터뷰에 응했다고 저자는 설명한다.

저자는 1996년부터 한국은 물론 인도네시아, 동티모르, 필리핀, 중국 등 아시아의 성노예 피해 여성 140여명을 만나 그들의 증언을 기록하고 그들의 모습을 사진에 담아 전 세계에 널리 알리는 활동을 해 오고 있다.

지금까지 일본, 한국, 미국, 독일 등에서 50차례 이상 사진전을 열었고 2012년 일본 도쿄 니콘살롱에서 개최한 사진전이 니콘 측에 의해 일방적으로 중단되는 일을 겪기도 했다.

글항아리. 304쪽. 1만9천원.
[신간] 나는 위안부가 아니다
▲ 강간을 말할 때 우리가 이야기하는 것…그리고 이야기하지 않는 것 = 소하일라 압둘알리 지음, 김성순 옮김.
대학 입학을 앞두고 집단 성폭행을 당했던 저자가 자신의 아픈 경험과 이후 성폭행 피해자 지원을 위한 운동에 투신해 활동하게 되는 과정, 그리고 그동안에 갖게 된 성폭력에 관한 생각을 정리해 들려준다.

미국에 이주해 있던 저자는 17살 때 고향인 인도 뭄바이에서 남자 친구와 데이트하다 갑자기 길에서 흉기를 든 남자 4명에게 산으로 끌려가 집단 성폭행당했다.

몇 년 뒤 자신이 겪은 사건에 관해 쓴 글을 인도 잡지에 기고했으나 인터넷이 없던 시절이어서 그 글은 별다른 파장 없이 잊혔다.

미국으로 돌아가 인도의 성폭행 실태에 관한 논문을 쓰고 시민단체에서 일하는 등 성폭력과 맞서는 활동을 해온 저자는 2010년대 들어 몇몇 충격적인 사건을 계기로 인도에서 성폭행에 관해 사회적 여론이 분분해지는 와중에 자신이 30여년 전 썼던 잡지 기고문이 SNS를 통해 확산하면서 일약 '성폭행 생존자'의 대명사로 떠오르게 된다.

저자는 잊고 있던 30년 전의 사건이 큰 화제를 불러일으킨 것에 당혹하기도 했으나 이 기회에 성폭행에 관한 자신의 관점을 분명히 하고 자신도 성폭행의 악몽에 맞서 당당히 서기로 결심한다.

이 책은 그 같은 노력의 결과다.

저자는 성폭행 가해자에 관해서는 '한때의 실수'라고 이야기하면서 피해자에게는 침묵을 강요하는 사회 일각의 분위기에 분노를 표한다.

그는 "수많은 성폭행 생존자들이 트라우마와 고통 때문에 자신의 삶을 낭비하지 않았다면 얼마나 창의적이고 놀라운 일을 해냈을지 생각해 보세요.

그러니 앞으로 성폭행을 저지른 남자들이 '짧은 순간'의 실수 때문에 자신의 경력을 망쳐서는 안 된다는 이야기를 듣거나 읽는다면, 가던 길을 멈추고 분노의 욕지거리를 퍼부어준 다음 다시 즐거운 일을 하러 가시기 바랍니다"라고 썼다.

쌤앤파커스. 304쪽. 1만6천원.
[신간] 나는 위안부가 아니다
▲ 엄마는 너를 기다리면서, 희망을 잃지 않는 법을 배웠어 = 잔드라 슐츠 지음. 손희주 옮김.
독일에서 촉망받는 저널리스트가 다운증후군 아이를 배고 출산하며 겪은 이야기를 솔직하게 전하면서 독일 사회가 장애 문제에 얼마나 열려 있는지를 묻는다.

저자는 임신 13주 차에 시행했던 혈액검사에서 태아에게 '21번 세염색체증'이 발견됐다는 이야기를 듣게 되고 다운증후군 장애가 있는 아이를 낳을 것인지를 선택해야 하는 상황에 놓인다.

많은 사람이 중절을 권유했고 의사는 장애아를 가진 부모의 80%는 각자 다른 길을 간다며 '현명한 선택'을 해야 한다는 말까지 했지만, 저자는 33㎜짜리 태아의 초음파 사진을 보며 아이를 낳기로 결심한다.

장애아를 키워야 한다는 현실에 눈을 뜨자, 저자는 다른 세상을 만나게 되고 장애인이 한 인간으로서 당당하게 살아갈 수 있는 사회에 관해 생각하게 된다.

예상했던 대로 많은 어려움을 겪으면서 장애를 지닌 딸을 키우고 있는 저자는 다른 여성들도 자신과 같은 선택을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일 생각은 없다.

다만 "엄마가 될 여성이 장애가 있는 아이를 낳겠다고 결정한다면, 이들이 혼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고 사회를 믿고 의지할 수 있기를 바란다.

장애가 있는 사람을 사회에서 없애는 대신 이들과 함께 살아가는 일이 우리 모두에게 일상이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고 말한다.

생각정원. 304쪽. 1만6천원.
[신간] 나는 위안부가 아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