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무극 '잃어버린 얼굴 1895' 명성황후 役 박혜나

연기 변신 즐기는 '한국의 엘사'
명성황후 재조명 사극 첫 도전
"시대의 비극과 슬픔 담아
새로운 관점으로 인물 재해석"
"'조선의 국모' 아닌 '인간 민자영' 그려낼 것"

뮤지컬 배우 박혜나(사진)는 출연 작품마다 팔색조 같은 변신으로 화제를 모은다. 2013년 ‘위키드’에서 녹색마녀 엘파바를 연기하며 뮤지컬계의 인기 배우로 급부상했다. 이후 ‘드림걸즈’에선 화려한 디바인 에피, ‘데스노트’에선 신비로운 아우라를 내뿜는 사신 렘을 연기했다. 지난해 ‘시티오브앤젤’에선 귀엽고 유쾌한 비서 도나 역을, ‘킹아더’에선 아더왕의 누나이자 비밀을 감춘 마법사인 모르간 역을 해냈다. 하나의 고정적인 이미지에 갇혀 있지 않은 ‘도화지 같은 배우’로 평가받는 이유다.

올해엔 더 파격적인 변신을 시도한다. 이전에 출연했던 뮤지컬과는 장르와 캐릭터 자체가 다른 무대에 오른다. 창작가무극 ‘잃어버린 얼굴 1895’에서 주인공인 명성황후를 연기한다. 사극은 2011년 ‘왕세자 실종사건’ 이후 9년 만이다. 최근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하우스에서 만난 박혜나는 “대사 한 마디 한 마디에 시대의 비극과 깊은 슬픔이 모두 담겨 있다”며 “명성황후 캐릭터를 연기한 이후 배우로서 완전히 달라질 것 같다”고 말했다.

8~26일 서울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 무대에 오르는 ‘잃어버린 얼굴 1895’는 서울예술단이 2013년 8월 초연한 작품이다. 2015년과 2016년에 이어 네 번째로 공연된다. 극은 명성황후의 삶을 ‘명성황후가 을미사변에서 살해되지 않았다’는 생존설에 맞춰 재조명한다. 역사적 사실에 상상과 허구를 가미한 ‘팩션’물이다. 1945년 해방 직후 낡은 사진관을 배경으로 현재와 역사적 사건이 일어나는 과거를 자유자재로 넘나들며 이야기를 전개한다. 뮤지컬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 ‘여명의 눈동자’ 등을 무대에 올린 이지나가 초연 때부터 연출을 맡았다.

“그동안 명성황후는 ‘조선의 국모’라는 점이 주로 부각됐는데 이 작품을 보고 나면 다양한 해석을 할 수 있을 겁니다. 우리가 잘 몰랐던 인간적인 모습까지 비추면서 새로운 관점으로 명성황후에 접근할 수 있습니다.”

명성황후를 그린 기존 드라마, 영화 등과는 달리 이 작품은 황후로서의 모습보다 ‘인간 민자영’에 초점을 맞춘다. “황후라는 타이틀에 가려져 있는, 한 인간과 여인으로서 겪었을 불안함과 슬픔을 그리고 싶습니다. 그러면서도 살아남기 위해 부단히 노력한 모습을 표현해낼 겁니다.” 민자영의 감정선을 따라가는 것은 배우로서 큰 도전이다. 박혜나는 “사건이 전부 죽음과 연결되다 보니 체력적으로 많이 힘들어요. 발걸음과 표정, 얼굴 각도 하나로 드라마를 표현해야 합니다. 민자영의 대사와 호흡을 그대로 내뱉고 나면 어지러울 정도죠.”

그는 이번 공연에서 명성황후역에 더블캐스팅된 차지연과의 깊은 인연에 대해서도 얘기했다. 차지연은 2013년 이 작품의 초연 때 명성황후를 연기했다. 두 배우는 ‘위키드’와 ‘드림걸즈’에서도 같은 역을 번갈아 맡았다. “서로 결이 다른 연기를 하고 있지만 언니는 저에게 ‘내비게이션’과 같아요. 제가 가야 할 길을 알려주는 ‘살아있는 자료’죠.”

박혜나는 지난 1~2월 뮤지컬 ‘데스노트’로 일본 무대에 진출했다. 일본어로 연기하며 도쿄, 시즈오카 무대에 올랐다. ‘한국의 엘사’로도 통한다. 디즈니의 애니메이션 ‘겨울왕국’ 시즌 1, 2 한국어 더빙판에서 엘사의 노래를 불러 많은 화제가 됐다. 그는 “작품을 선택할 때마다 ‘새로움’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했다. “제가 하나의 이미지가 딱 떠오르는 배우가 아니잖아요. 신인 땐 힘들었지만 여러 역할을 다양하게 맡으며 오히려 연기의 스펙트럼이 넓어졌습니다. 물론 작품을 할 때마다 전혀 다른 캐릭터의 눈, 코, 입을 처음부터 그리는 게 쉽진 않죠. 하지만 늘 감사하게 여기며 다양한 도전을 해나갈 것입니다.”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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