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출판을 말하다

▲ 머니랜드 = 올리버 벌로 지음, 박중서 옮김.
영국의 탐사 언론인이 파헤친 금융과 돈세탁의 은밀한 세계에 관한 이야기다.

저자는 슈퍼리치들이 부정하게 얻은 부를 은닉해 두는 가상의 나라를 '머니랜드'라고 명명하고 그 실체를 집요하게 추적한다.

우크라이나 전직 대통령 빅토르 야누코비치가 자국에서 약탈한 자금의 경로를 추적하는 데서 시작된 취재는 전 세계로 확대되고 '부자와 권력자의 비밀을 숨겨 줌으로써 세계를 궁핍화하고 있는 시스템'에 대한 문제 제기로 이어진다.

그에 따르면 머니랜드는 하나의 시스템이며 각국의 제도적 허점과 사법관할구역 간 차이를 교묘하게 악용하는 방법으로 유지된다.

머니랜드를 굴러가게 하는 핵심 산업은 '자산 숨기기'로, 가장 흔하게 이용되는 방법은 서류상으로만 존재하는 유령 회사를 통해 소유권을 흐리는 것이다.

예를 들어 런던의 할리 스트리트에 명목상의 회사를 두고 그 회사를 다시 리히텐슈타인, 맨섬, 미국 델라웨어주 케이맨제도, 라이베리아 등 역외 사법관할구역 소유로 등록하는 것이다.

여기에 금융 비밀주의로 정평이 난 스위스 은행의 비밀 계좌를 덧붙이거나 신탁이라는 법적 구조물을 이용해 재산을 양도하는 것과 같은 수법을 보태면 자산의 기원과 소유권을 숨기고 세금을 회피할 수 있다.

저자는 "자유 질서에 대한 진정한 위협은 가난한 이민자들이 아니라 무책임한 돈이다.

역외 강도들은 세계를 약탈하고 있으며, 이런 약탈은 민주주의를 잠식하고, 불평등을 촉진하고, 우리가 차마 따라갈 수도 없는 머니랜드로 점점 더 커다란 양의 부를 빨아들인다"고 주장한다.

북트리거. 448쪽. 1만9천800원.
[신간] 머니랜드·산책자를 위한 자연수업 2
▲ 산책자를 위한 자연수업 2 = 트리스탄 굴리 지음, 김지원 옮김.
작가이자 항해사, 탐험가인 저자는 우리 주변에 널린 자연의 신호와 단서들을 알아보는 법을 담은 '산책자를 위한 자연수업'으로 '자연 내비게이션' 기술의 르네상스를 가져왔다는 찬사를 받았다.

이번에 내놓은 후속작은 물의 세계를 관찰하고 탐구한 결과를 담았다.

연못, 강, 호수, 바다 등 물의 영역부터 물 튀김, 밤의 물, 해류와 조수, 파도, 해안 등에 이르기까지 18가지 주제를 물리학, 화학, 생물학, 천문학, 지구과학, 해양학을 망라하는 광범위한 지식을 동원해 설명한다.

그리고 물과 교유하는 별과 바람, 동식물에 관해서도 다양한 지식을 펼쳐놓는다.

예를 들어 바다에서 만나는 새들은 그곳이 육지로부터 얼마나 떨어져 있는지를 알 수 있게 해준다.

제비갈매기가 보인다는 것은 곧 육지가 나타난다는 뜻이며 군함새의 출현은 육지에서 최대 110㎞ 떨어져 있음을 의미한다.

이밖에 잔물과 너울, 파도의 차이, 홍수 표지가 되는 식물들, 수맥 찾는 법, 가재가 있는 곳에 홍수가 나지 않는 이유, '구르는 돌에는 이끼가 끼지 않는다'는 말이 사실인 증거 등 미처 생각지 못했던 물과 그 주변의 이야기들을 들려준다.

이케이북. 464쪽. 1만9천800원.
[신간] 머니랜드·산책자를 위한 자연수업 2
▲ 독일 출판을 말하다 = 신종락 지음.
세계 출판 시장의 불황에도 큰 굴곡 없이 일정한 매출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독일 출판계의 현황을 살펴보고 한국 출판산업에 도움이 될 시사점을 찾는다.

독일 프랑크푸르트 미디어 캠퍼스(전 출판서적상업학교)에서 출판사, 서점, 그리고 출판유통을 공부한 저자는 독일 출판계의 특징으로 우선 협업과 상생의 원칙이 잘 지켜진다는 점을 든다.

출판사, 출판유통회사, 서점 업계 대표들이 독일출판서적상업협회를 중심으로 현안에 관해 논의하고 협조하는 체계가 자리잡혀 있다.

또 자체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해 인터넷 영업을 하는 초대형 서점뿐 아니라 중소형 서점도 출판유통회사의 도움을 받아 인터넷 서점을 운영하는 등 미래에 대비한 인프라가 마련돼 있고 60년 이상의 역사를 자랑하는 독일출판서적상업협회가 주관 '책 읽기 대회'와 같이 미래의 독자를 양성하기 위한 노력이 활발히 펼쳐지고 있는 점도 눈에 띈다.

저자는 특히 출판사, 유통회사, 그리고 서점이 서로의 영역을 인정하고 서로 간의 이익을 보장해주는 관행이 출판계 전반의 안정적인 경영을 보장하는 장치가 되고 있다고 지적한다.

예를 들어 한국에서는 출판사가 수익이 창출된다면 학교나 도서관 등에 직접 납품을 하는 일이 다반사지만 독일에서는 도매상과 서점이 공존할 수 있도록 출판사는 최종 소비자와는 직접 거래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지키고 있다.

저자는 "(한국에서는) 출판사, 출판유통회사, 그리고 서점들이 룰과 유통질서를 무시하고 나 혼자만 살겠다는 이기적인 생각을 하기 때문에 결국은 출판 업계 모두가 피해를 보는 결과를 가져왔다.

최근 인터파크송인서적 사태도 이와 관련이 있다고 할 수 있다"고 꼬집는다.

산과글. 228쪽. 2만원.
[신간] 머니랜드·산책자를 위한 자연수업 2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