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돈 주고 살 수 없는 평판이 돈 불려준다
‘기업이나 개인의 평판이 상호 간의 경제 활동을 통제하거나 촉진해 전체적으로 최종적인 부가가치를 결정하는 경제구조.’ 문성후 평판소통연구소장이 저서 《부를 부르는 평판》에서 주창한 ‘평판 경제(reputation economy)’의 정의다.

평판 경제의 개념을 좀 더 풀어 설명하면 이렇다. 기업은 평판 좋은 파트너와의 협력을 선호하고, 지방자치단체는 평판 좋은 기업을 지역에 유치하고 싶어한다. 소비자는 평판이 좋지 않은 기업의 제품을 불매하고, 평판이 좋은 기업의 제품은 집중 구매하며 응원한다. 투자자들은 투자 기업의 평판이 떨어지면 자금을 회수하고, 평판 좋은 기업에 그 회수금을 투자한다. 그는 “평판은 기업의 재무성과, 국가의 신용, 개인의 취업 등에 큰 영향력을 행사하면서 사회와 경제 흐름을 바꿔 놓는다”며 “이제는 평판이 화폐가 되고 자본이 됐다”고 말한다.

이 책은 평판 관리의 중요성을 설파한다. 주제는 크게 네 가지다. ‘평판이란 무엇이고 어떻게 측정하는가’ ‘좋은 평판을 구축하기 위해 점검해야 할 요소는 무엇인가’ ‘미래의 평판을 어떻게 관리하고 경영할 것인가’ ‘평판 경제 속에서 개인은 어떻게 살아남을 것인가’다.

저자는 평판을 수동적인 개념으로 여기고 받아들이는 인식부터 바로잡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평판은 누군가에게 맡겨 놓는 것이 아니라 내가 적극적으로 관리하고 유지해야 하는 개념”이라며 “특히 기업은 자사의 평판을 늘 점검하고 수정하며 관리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는 기업들이 평판을 점검하는 프로세스로 ‘피스타치오(PISTACHIO)’를 제시한다. 피스타치오는 기업이 지닌 ‘인격(Personality)’, 기업을 둘러싼 ‘쟁점(Issue)’, 기업과 관련된 ‘이해관계자(STAkeholder)’, 평판에 대한 ‘소통(Communication)’, 온라인에서 축적된 고객과의 ‘온라인 소통(Hypertext)’, 사회적 책임에 대한 ‘실행(Implementation)’, 평판 점검과 관리 실행에 대한 ‘최적화(Optimization)’ 등 각 프로세스의 영어 단어 앞글자를 따서 조합한 말이다.

저자는 피스타치오의 점검 항목을 구체적으로 짚으면서 기업들이 이를 기준으로 평판을 늘 점검하고 그 결과를 반영할 것을 주문한다. 예를 들어 ‘실행’ 점검에선 하이네켄의 ‘음주운전 방지 캠페인’ 사례를 들며 기업의 사회적 활동이 사업 본질에 부합하는지 면밀하게 살펴봐야 한다고 지적한다. “기업이 각종 봉사활동과 기부 등 엄청나게 많은 돈을 써서 사회적 활동을 했는데도 아무도 몰라준다면 소비자와 사회 등 이해관계자가 바라는 활동이 아니기 때문”이라며 “기업이 부지불식간에 만드는 문제를 스스로 해결하고 노력하는 맥락에서 사회적 활동을 했을 때 평판이 높아진다”고 강조한다.

기업만큼이나 개인에게도 평판이 중요해졌다. 저자는 4차 산업혁명이 엄청난 변화를 일으킨 분야 중 하나로 ‘평판 등급’을 꼽는다. 기업은 직원을 채용할 때 검색엔진을 통해 후보자의 평판을 알아내고 신용등급처럼 평판 등급을 매긴다. 저자는 “내가 스스로를 드러내지 않아도 동료들이, 고객들이 자꾸 내 평판을 찾아 저장해두고 필요할 때 꺼내 활용한다”며 “그 평판은 나의 부(富)와 직결된다”고 말한다.

송태형 기자 toughl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