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아의 독서공감] 책 읽기로 충분한 '있어빌리티'…어떤 주제에도 한마디 할 수 있죠
‘있어빌리티’란 신조어가 유행이다. ‘있어 보인다’와 능력을 뜻하는 영단어 ‘어빌리티(ability)’를 합쳐 만든 단어다. 남들에게 뭔가 있어 보이게 포장하고 싶은 욕망 또는 그럴 수 있는 능력을 말한다.

있어빌리티의 영역은 크게 물질과 정신으로 나뉜다. 물질적 측면에선 인스타그램이 대표적이다. 자신이 산 명품, 예쁜 여행 등의 사진과 후기를 올리면 사람들의 관심을 받는다. 이른바 ‘핵인싸(아주 커다랗다는 뜻의 ‘핵’과 잘 어울려 지내는 사람을 의미하는 인사이더(insider)의 합성어)’가 된다. 정신적인 있어빌리티는 풍부한 상식과 독서다. 다른 이들은 모르는 걸 아는 것에서 오는 즐거움과 보람, 두꺼운 책을 읽어냈다는 우월감 등이다.

요즘 출판가에선 정신적인 있어빌리티를 위한 책이 많이 나오고 있다. 바쁜 현대인들에게 유기농 스낵의 은총과도 같은 존재다. 마냥 가볍지 않고, 짧지만 생각해볼 거리를 주는 내용이다.

《지식 편의점: 생각하는 인간 편》은 tvN ‘책 읽어드립니다’ 도서 선정위원인 이시한 성신여대 겸임교수가 썼다. “편의점 삼각김밥으로 손쉽게 허기를 채우듯, 지식이 고플 땐 지식 편의점에서 손쉽게 머릿속 허기를 채울 수 있다”는 게 이 책의 핵심이다. 《사피엔스》 《총·균·쇠》 《그리스 로마 신화》 《군주론》 《이기적 유전자》 등 총 18권의 명저를 3단계 레벨로 엮었다. 질문하고, 탐구하고, 생각하는 인간의 모습을 분석한다. 책을 읽고 나면 18권을 다 읽은 듯한 느낌을 준다.

[이미아의 독서공감] 책 읽기로 충분한 '있어빌리티'…어떤 주제에도 한마디 할 수 있죠
《퇴근길 인문학 수업: 뉴노멀》은 백상경제연구원이 여섯 번째로 내놓은 ‘퇴근길 인문학 수업’ 시리즈다. “집까지 45분이 소요되는 주 5일 근로자는 석 달이면 45시간을 퇴근 혹은 출근에 소모한다. 1년이면 180시간”이라며 “퇴근길이란 시간에 맞춰 한 개의 주제를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다섯 개 강의로 나눴다”고 소개한다. 이 책엔 ‘기술과 행복’ ‘우리의 삶’ ‘생각의 전환’이라는 큰 카테고리 아래 총 12편의 강의가 담겨 있다. 디지털과 아날로그, 인공지능(AI), 한국인의 미래, 환경 문제, 100세 시대 등 뉴노멀 시대의 새로운 테마를 폭넓게 소개한다.

[이미아의 독서공감] 책 읽기로 충분한 '있어빌리티'…어떤 주제에도 한마디 할 수 있죠
《마흔이 묻고, 역사가 답하다》는 동양철학자 김준태가 이른바 ‘제2의 사춘기’라 불리는 40대를 슬기롭게 보내기 위해 필요한 역사 지식을 설명한다. 총 4장으로 구성됐다. 역사인물 38명의 삶을 들여다보며 개인 수양과 관계 형성, 성장 등을 논한다. 구방심(求放心: 놓치기 쉬운 마음을 붙들다), 도광양회(韜光養晦: 어둠 속에서 자신을 기르다), 인능홍도(人能弘道: 성패를 결정하는 건 바로 나 자신), 인연생기(因緣生起: 인간은 관계 속에서 성장한다) 등 네 가지 키워드로 설명한다. 황희, 정약용, 이원익 등 우리 역사 속 인물을 비롯해 제환공, 오자서, 제갈량 등 중국 역사의 이야기들도 펼친다. 저자는 “시대가 바뀌고 과학기술이 발전했다고 해도 인간과 인간사회의 본질은 별반 차이가 없다”고 말한다.

[이미아의 독서공감] 책 읽기로 충분한 '있어빌리티'…어떤 주제에도 한마디 할 수 있죠
책은 있어빌리티에서 진짜 ‘가진 사람’으로 성장하도록 이끄는 원동력이다. 이런 면에서 책에 대한 있어빌리티는 꽤 괜찮은 삶의 방식이다.

mi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