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시즘과 싸운 여성들·페미니즘들의 세계사

▲ 우리는 맞고 너희는 틀렸다 = 마이클 린치 지음, 성원 옮김.
자신이 보고 싶은 것, 자신이 믿고 싶은 것 이외에는 모두 부인하고 '가짜 뉴스'로 몰아붙이는 섣부른 자기 확신의 문제를 철학적으로 탐구한다.

미국 코네티컷대 철학과 교수인 저자는 가짜 뉴스와 음모론에 불을 지피는 파벌적인 자기 확신과 이로 인해 초래된 웃지 못할 일화들을 소개하면서 이런 행태가 초래하는 진정한 문제는 진실이 무엇인지가 더는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태도를 양산하는 것이라고 지적한다.

저자에 따르면 트럼프의 트위터를 믿는 사람들은 자신들이 중요하다고 생각하지만 주류 미디어에서는 좀처럼 다루지 않는 사안을 트럼프가 기꺼이 입에 올린다고 생각한다.

트럼프를 통해 그동안 무시당해온 감정과 과소평가된 경험들, 이를테면 '기후변화는 사기'라거나 '이민자가 미국을 장악하고 있다'는 위기의식이 비로소 재평가받는다는 것이다.

좌파도 대동소이하다.

자유주의자들은 자신들이 가장 잘 알고 똑똑하며 올바른 관점을 지니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런 가정하에서 많은 좌파는 마치 모든 보수주의자가 잘못된 가치를 좇을 뿐 아니라 멍청하거나 속임수에 넘어간 것이 틀림없다는 듯 행동한다.

저자는 이처럼 집요한 오해와 의도적인 경멸이 일상화한 풍경 속에서 무너진 공공 담론을 회복할 방안을 진지하게 모색한다.

소크라테스는 정치란 우리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에 관한 문제를 다룬다고 봤다.

저자는 이 질문을 바꿔 이제는 "우리는 어떻게 믿는가"를 물어야 할 때라고 말한다.

메디치미디어. 280쪽. 1만5천원.
[신간] 우리는 맞고 너희는 틀렸다
▲ 파시즘과 싸운 여성들 = 캐스린 애트우드 지음, 곽명단 옮김.
제2차 세계대전에서 나치와 맞서 싸운 독일, 폴란드, 프랑스, 네덜란드, 벨기에, 덴마크, 영국, 미국 등 8개 국가 여성들의 이야기를 모았다.

이 전쟁에서 영웅으로 기록된 이름은 대개 남성이고 그나마 이름이 알려진 여성도 자신이 벌인 활동보다는 '미녀' 스파이 등 수식어로 더 주목받곤 했지만, 학생으로, 직장인으로, 주부로 평범하게 살아가다가 나치에 조국과 자유를 빼앗기고 그들의 반인륜적 행위를 목격하자 주저 없이 들고 일어선 여성들도 많았다.

오빠와 함께 '백장미'라는 조직을 결성해 반나치 전단을 돌리다 체포돼 처형당한 독일인 조피 숄은 법정에서 장광설을 늘어놓던 판사에게 "누군가는 시작했어야 했어요.

우리가 말하고 쓴 것이 바로 많은 사람이 생각하고 있는 것입니다.

단지 자기 생각을 당당히 밝힐 엄두를 못 낼 뿐입니다"라고 소리쳤다.

자신이 가정부로 일하던 독일군 장교의 집에 유대인들을 숨겨주었다가 발각된 뒤 유대인들의 목숨을 살려주는 조건으로 그 독일군 장교의 내연녀가 돼야 했던 폴란드인 이레네 구트는 전쟁이 끝난 후 이 사실을 내내 감추다 홀로코스트가 거짓이라는 신나치주의자의 말을 듣고 분개해 자신의 경험을 알리는 강연과 저작 활동에 나섰다.

미용사로 일하다 첩보원이 된 프랑스인 앙드레 마르타 비로 필은 나치에 발각돼 수용소로 보내졌고 처형되기 직전에 노르망디에 상륙한 연합군에 의해 해방됐다.

책에 등장하는 여성들은 이렇듯 국적도, 직업도, 처한 상황도 모두 달랐지만, 광기로 뒤덮인 전쟁에서 정의의 편에 서기 위해 목숨을 걸었다는 점에서는 한결같았다.

돌베개. 324쪽. 1만5천원.
[신간] 우리는 맞고 너희는 틀렸다
▲ 페미니즘들의 세계사 = 플로랑스 로슈포르 지음, 목수정 옮김.
미국 독립혁명과 프랑스 혁명 이후 세계 근대사를 페미니즘의 관점에서 돌아본다.

페미니즘이 시대적 조건과 추구하는 지향점에 따라 다양한 모습을 지닌다는 점에서 페미니즘'들'이라는 표현을 제목에 담게 됐다.

평등과 자유라는 개념의 폭넓은 적용 범위와 다양한 해석의 가능성은 왜 페미니스트 운동에서 수많은 계파가 생성되고 그들 간의 경계가 불분명하게 나타날 수밖에 없는지를 설명해준다.

단일 목표냐 가능한 한 지평을 넓힌 목표냐, 개혁이냐 혁명이냐, 법률적·문화적 변화냐 광범위한 정치적 프로젝트와 연계한 변화냐에 따라 페미니즘의 지도는 복잡해졌고 아나키즘적, 사회주의적, 국가주의적, 시민주의적, 반식민주의적 등 수많은 수식어가 붙기도 했다.

가장 많이 회자하는 논쟁 중 하나는 선거권을 둘러싼 입장이었다.

여성의 선거권을 주장하던 그룹은 폭력적 행동까지 불사했다.

이 같은 의견의 불일치에도 불구하고 여성 운동가들은 선도적인 요구들을 둘러싸고 국가 단위, 국제 단위에서 종종 연대해왔고 억압적이거나 반동적인 정치 세력이 집권할 때는 다시 후퇴하기도 했지만, 그들의 연대투쟁은 자주 성공을 거뒀다고 저자는 설명한다.

책과함께. 184쪽. 1만1천원.
[신간] 우리는 맞고 너희는 틀렸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