앤드루 슈툴먼 '사이언스 블라인드'에서 설명

지평선을 향해 총에서 발사된 총알, 그리고 그와 동시에 총과 같은 높이에서 땅바닥으로 떨어트린 총알 가운데 어느 총알이 먼저 땅에 닿을까.

바다 한가운데서 전속력으로 달리는 배의 돛대 맨 위에 있는 망대에서 포탄을 떨어트리면 그 포탄이 떨어지는 곳은 망대 바로 밑의 갑판일까, 그렇지 않으면 배 뒤쪽 바닷물일까.

물리학을 제대로 배우지 않은 사람이라면 대부분 첫 번째 질문에서는 떨어트린 총알이 먼저 땅에 닿고 달리는 배에서 떨어진 포탄은 바다에 빠질 것이라고 대답하겠지만 이는 모두 틀렸다.

미국 옥시덴탈 칼리지의 심리학과 교수인 앤드루 슈툴먼은 '사이언스 블라인드'(원제 Science blind: Why Our Intuitive Theories About the World Are So Often Wrong·바다출판사)는 직관적 이론이 우리의 마음속에 얼마나 깊이 자리하고 있고 어떻게 우리의 과학적 인식을 방해하는지를 규명한다.

저자에 따르면 직관적 이론(intuitive theories)이란 세상이 어떻게 작동하는지에 대해 따로 배우지 않고 우리가 자발적으로 터득한 설명이다.

우리는 물리학, 생물학과 같은 과학을 배우지 않아도 자전거 타기나 개의 번식에 관해 일관되고 체계적인 생각들을 갖고 있다.

물론 우리가 아는 '상식' 가운데 잘못된 것이 있지만, 그 가운데는 단순한 사실적 오류가 더 많다.

직관적 이론은 일관성이 있고 널리 퍼져 있으며 우리의 마음속 깊숙이 뿌리 박혀 있다는 점에서 이에 기인한 오류는 '생각의 오타'라고 할 수 있는 사실적 오류와는 성격이 근본적으로 다르다.

앞의 총알과 포탄에 관한 질문에 제대로 답하지 못했다면 그것은 힘에 관한 우리의 직관적 이론 때문이다.

사람들은 수평으로 이동하는 물체(총에서 발사된 총알)는 그러한 움직임이 없는 물체(떨어트린 총알)보다 중력을 더 오래 버틸 수 있으며 배로 운반된 물체(포탄)는 수평으로 이동하는 배의 힘을 받지 않는다는 오개념을 지니고 있다.

좀 더 과학적으로 보면 이런 오개념은 물체가 내부의 '힘', 즉 기동력(impetus)이 전달될 때만 움직인다는 기동력설로 설명할 수 있다.

이 설은 오랫동안 과학자를 포함한 많은 사람이 믿어온 직관적 이론이다.

기동력설에 따르면 포탄은 기동력에 의해 움직이지만 이 힘이 점차 약해지다 마침내 소진되면 그때부터는 중력에 의해 수직 낙하한다.

그러나 뉴턴에 의해 정립된 근대 물리학은 포탄이 발사됐을 때 처음부터 끝까지 포물선을 그리며 낙하한다는 점을 근사하게 증명해낸다.

저자는 이 책에서 주로 영아와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실험과 비교 문화 연구 실험의 결과를 인용해 물리적 세계와 생물학적 세계에 관해 직관적 이론이 어떻게 생성되는지를 설명한다.

그리고 인간이 아무리 과학에 대해 많이 알게 된다 해도 직관적 이론은 절대로 없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단언한다.

직관은 어린아이 시기에 형성되며, 아이들은 과학적 정보의 유용성이나 접근성의 변화에 큰 영향을 받지 않기 때문이다.

또 직관적 이론은 일상의 일들을 이해하는 데는 도움이 되기 때문에 그 어떤 이론도 가지지 않은 것보다는 낫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직관적 이론은 현실을 잘못 이해하게 하는 것만이 아니라 그에 반하는 사실들을 무시하도록 한다는 것이 문제다.

저자는 세상을 올바르게 알려면 우리의 믿음과 생각을 바꾸는 것뿐만 아니라 그 생각들을 일어나게 하는 기본개념을 바꿔야 한다고 지적한다.

여기에 필요한 것은 개념적 변화(conceptual change)다.

이는 새로운 개념 또는 아예 새로운 유형의 개념을 터득하는 것이라는 점에서 우리가 이미 알고 있는 개념에 새로운 정보를 더하는 지식 양성(knowledge enrichment)과는 차원을 달리한다.

예를 들어 고래, 호흡, 공기라는 개념을 알고 있는 상태에서 '고래는 숨을 쉰다'는 것을 배우는 것이 지식 양성이다.

그러나 "물은 얼음보다 밀도가 높다"라는 생각은 '밀도'라는 개념 없이는 가질 수 없는 것이다.

그런 개념들은 우리가 본능적으로 타고난 지식에 포함된 것도 아니며 그렇다고 일상적인 생활에서부터 습득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저자는 이렇게 결론을 내린다.

"현대의 삶의 방식은 과학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에 우리는 과학의 이해를 가로막는 장애물, 즉 우리 자신의 직관적 이론들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봐야 한다.

직관적 이론은 각 세대에서 각각의 어린이들이 재창조하는 것이기 때문에 인류와 영원히 함께할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어렸을 때 구축한 이 이론들이 어른이 되어서 우리가 이루고자 하는 가능성을 가로막도록 놔두지는 않아야 한다.

"
김선애·이상아 옮김. 424쪽. 1만8천원.
직관의 벽을 넘기 어려운 이유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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