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7일 서울 예술의전당 IBK챔버홀에서 국내 첫 리사이틀을 여는 피아니스트 임주희. /강은구 기자 egkang@hankyung.com
오는 7일 서울 예술의전당 IBK챔버홀에서 국내 첫 리사이틀을 여는 피아니스트 임주희. /강은구 기자 egkang@hankyung.com
피아니스트 임주희(20)는 초등학교 4학년, 열 살 때 유럽 무대에 데뷔했다. 2010년 6월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음악축제 ‘백야의 별’에서 마린스키오케스트라와 협연했다. ‘지휘계의 차르(황제)’ 발레리 게르기예프가 그의 연주 영상을 보고선 직접 전화를 걸었다. 유럽 데뷔 무대로 독일 라인가우음악축제 초청공연을 준비 중이던 임주희는 거장의 전화를 받고 러시아로 향했다. 축제 기간에 연주 계획이 또 바뀌었다. 마린스키오케스트라와 카발렙스키의 피아노협주곡 3번을 연습하던 임주희에게 게르기예프가 “몇 곡 더 하자”고 제안했다. 급히 하이든의 피아노협주곡 D장조를 준비했다.

게르기예프는 어린 나이에도 곡을 소화해낸 임주희를 ‘찜’했다. 2012년 한국에서 열린 런던심포니오케스트라의 내한공연에서도 그를 깜짝 등장시켰다. 런던심포니오케스트라와 함께 라벨의 피아노협주곡 G장조를 협연했다. 임주희를 눈여겨본 거장은 게르기예프만이 아니다. 정명훈도 그의 연주를 듣고 단골 협연자로 낙점했다. 지금까지 임주희가 정명훈과 협연한 횟수만 17번이다. 올해 스무 살이지만 웬만한 중견 피아니스트 못지않은 경력이다.

지난달 30일 서울 서초동 스타인웨이홀에서 만난 임주희는 유년기부터 거장들과 함께한 공연 이야기를 했다. “열 살 때부터죠. 거의 모든 연주회를 공연 한 달 전부터 준비했어요. 느닷없이 닥쳤죠. 그러다 보니 무대에선 본능에 따라 피아노를 쳤습니다.”

‘게르기예프와 정명훈이 찍은 천재 소녀’란 수식어가 붙은 임주희가 이번에는 협연자가 아니라 독주자로 자신만의 색깔을 드러낸다. 오는 7일 서울 예술의전당 IBK챔버홀에서 첫 독주회를 연다. 그는 이번 리사이틀에서 프랑스 작곡가 카롤 베파가 임주희에게 헌정한 창작곡 ‘임주희’와 베토벤의 피아노소나타 21번 C장조, 쇼팽의 발라드 1번 g단조’와 피아노소나타 3번 b단조를 연주한다. “선곡부터 무대 연출, 구성까지 100% 모두 제가 책임지고 기획했습니다. 저만의 개성을 마음껏 드러내는 무대가 될 거예요.”

눈길을 끄는 작품은 ‘임주희’란 이름이 붙은 에튀드(기교 연습을 위해 만든 곡). 베파가 임주희를 뮤즈로 삼아 쓴 곡이다. 임주희는 “마디별로 리듬과 박자가 달라지는 변화무쌍한 곡”이라고 설명했다. 2011년 베파와 처음 인연을 맺었을 때도 임주희의 천재성이 드러났다. 프랑스 앙시페스티벌에서 피아니스트 데니스 마추에프 대신 베파의 자작곡 '피아노 토카타'를 쳐야했다. “축제 시작 이틀 전 악보가 완성되지 않았지만 무대에 올랐죠. 연주를 본 마추에프 선생님은 ‘악보를 보고 쳤냐’고 물었어요. 이틀 동안 외워서 쳤어요. 관객들에 대한 예의라고 생각했어요.”

나머지 곡도 연주하기 만만치 않은 작품들이다. 베토벤 소나타 21번 ‘발트슈타인’과 쇼팽 발라드 1번은 피아니스트들이 주로 국제콩쿠르 결선무대에서 연주하는 곡이다. “제가 진심으로 좋아하는 곡들입니다. 즐겨 치는 작품이어서 크게 부담되진 않아요.”

국내에서 처음 여는 리사이틀인 만큼 임주희는 연주법도 보완했다. “몇몇 평론가가 제 연주를 듣고선 ‘질주하는 야생마’ 같다고 했어요. 격정적이고 긴박하게 피아노를 친다는 뜻이죠. 리사이틀 무대에서는 더 차분하고 서정적인 연주를 들려드릴 겁니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