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 8일 개봉 영화 '밤쉘: 세상을 바꾼 폭탄 선언'
거대 권력 맞선 여성들의 짜릿한 복수극

로저 에일스 폭스뉴스 회장은 집무실에서 금발의 신참 여성 앵커에게 미니스커트를 들어올려보라고 얘기한다. 방송뉴스란 비주얼이 중요하니까 몸매를 보고 싶다는 이유에서다. 조금 더, 조금 더…. 에일스 회장은 그녀에게 발탁을 대가로 충성을 요구한다.

오는 8일 개봉하는 제이 로치 감독의 할리우드 영화 ‘밤쉘: 세상을 바꾼 폭탄선언’(사진)은 폭스뉴스 회장이 백인여성 앵커들에게 저질렀던 직장 내 성희롱 실화를 옮긴 작품이다. ‘밤쉘(bombshell)’은 금발미녀, 폭탄선언, 놀랍고 충격적인 이야기란 사전적인 뜻을 지녔는데, 영화는 세 가지 의미를 모두 품고 있다.

폭스뉴스 간판 앵커 메긴 켈리(샤를리즈 테론 분)가 미국 대선후보 토론회에서 ‘여성 비하 발언’을 했던 도널드 트럼프와 설전을 벌이는 것으로 시작한다. 켈리는 이후 트럼프 후보의 트위터 공격을 집중적으로 받는다. 비슷한 시기, 동료 앵커 그레천 칼슨(니콜 키드먼)이 에일스 회장을 성희롱 혐의로 고소하고, 신참 케일라 포스피실(마고 로비)은 에일스 회장의 성희롱을 견뎌내며 중요 보직에 발탁된다. 에일스 회장으로부터 이전에 성희롱 당한 켈리는 폭로 여부를 놓고 고민한다.

세 여성이 폭로를 결단하는 순간의 상황은 저마다 다르다. 공통점은 자신의 직위를 걸었다는 것이다. 기성 권력과 그를 추종하는 세력의 저항은 강력하다. 폭로 전후 세 여성의 삶은 바뀔 수밖에 없다.

영화는 남성이 지배하는 사회에서 억압받던 여성들의 통쾌한 반란을 그려낸다. 금발의 백인미녀란 미국 사회에서 가장 우대받는 여성집단이지만, 남성 권력에는 여전히 차별 대상이란 단면을 포착한다. 더불어 여성들이 스스로 권리 투쟁에 나서서 성평등 사회로 한 걸음 진전하는 모습을 담아낸다. 한 여성의 용기있는 목소리가 여성집단 전체로 퍼져가는 모습에서는 한 명의 선구자가 역사의 새 흐름을 만들 수 있다는 교훈도 준다.

유재혁 대중문화전문기자 yooj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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