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련서 '결혼의 종말', '비혼 1세대의 탄생' 출간

"결혼은 새장과 같다.

새장 밖의 새들은 안으로 들어오려고 애쓰며, 새장 안의 새들은 밖으로 나가려고 발버둥 친다.

"
16세기 프랑스 지성인 미셸 드 몽테뉴는 결혼의 실상과 본질에 대해 이같이 설파했다.

다수의 기혼자와 미혼자가 투덜거리듯 말하는 '결혼은 해도 후회, 안 해도 후회'와 동일한 맥락이다.

대체 결혼이 무엇이기에 이처럼 모호한 명제가 진실처럼 존재해왔을까?
근래 들어서는 '비혼(非婚)', '졸혼(卒婚)'이라는 용어가 새롭게 등장했다.

1990년대 X세대로 대변되는 비혼 1세대가 출현하더니, 결혼을 못한 게 아니라 안 하는 비혼은 이제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 됐다.

졸혼은 부부가 법적으로 이혼하지 않으면서 각자의 삶을 즐기며 자유롭게 살아가는 걸 뜻한다.

결혼이 생애 필수가 아닌 선택이 된 현실을 고찰하며 결혼의 본질과 역사 등을 구체적이고 깊이 있게 다룬 책이 나란히 출간됐다.

인문학 연구자 한중섭 씨의 '결혼의 종말'과 영화감독이자 작가인 홍재희 씨의 '비혼 1세대의 탄생'이 그것이다.

◇ 결혼의 본질과 역사 탐색한 '결혼의 종말'
결혼이라는 신화가 애초에 어떻게 생겨났을까? 결혼 제도는 인간의 본성과 부합하는 것인가? 자기 자신이 결혼을 진정으로 원했는가? 이 책은 결혼의 역사를 더듬으며 결혼이 어떻게 낭만적인 사랑과 결부됐는지 밝힌다.

더불어 인간의 성적 본능과 일부일처제가 왜 근본적으로 상충할 수밖에 없는지, 현대인의 사랑과 연애와 결혼의 특징이 뭔지 살핀 뒤 결혼이 사라지게 될 미래를 내다본다.

저자 한씨는 수렵시대에 가족을 구성했던 군혼(群婚)을 결혼의 시초로 본다.

군혼에서는 가족을 비롯해 집단구성원끼리 자유로운 성관계가 허용됐다.

이후 농업혁명을 거치며 혈족 간 성관계를 금하고 남녀가 한 사람의 배우자를 선택하는 대우혼(對偶婚)이 자리 잡았고, 이는 일부일처제로 진화했다.

하지만 농업혁명, 계급사회, 부계사회 전환, 여성 지위 하락 등의 변화를 거치며 소유욕과 질투, 비즈니스적 이해관계 현상이 나타났다.

남녀 당사자들의 애정이 결혼 조건의 우선순위가 되면서 연애와 사랑, 그리고 결혼 문화는 크게 달라졌다.

소설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에서 보듯이 낭만적 사랑이 결혼의 중요한 부분으로 인식된 것. 가문 간 비즈니스적 계약이었던 결혼이 사랑을 전제로 한 개인 간 약속으로 변화하면서 당사자들은 결혼의 주인공이 됐다.

이런 변화는 '데이트'라는 연애문화를 창조했고, 페미니즘 운동은 사랑의 역학 관계를 바꿔놨다.

저자는 현생 인류는 '가장 특이하게 섹스하는 동물'이라고 말한다.

다른 동물은 섹스의 목적이 '생식'인 데 반해, 호모사피엔스인 인간은 쾌락을 섹스의 주된 동기로 여긴다는 것. 이 같은 쾌락적 욕구가 강한 인간이 사회규범 때문에 도덕적 성생활과 일부일처제를 지키며 살기가 쉽지 않고 결혼생활에서 충돌의 원인이 될 수 있다.

사랑도 문화라는 말처럼, 저자는 사랑과 연애, 심지어 결혼까지도 시대 흐름에 맞물려 돌아가는 하나의 현상으로 본다.

그러면서 오늘날 자본주의가 '사랑한다면 소비하라'는 원칙 아래 인간을 상품으로 전락시키며 사랑의 본질을 퇴색시키고 있다고 지적한다.

특히 미디어는 사랑의 긍정성만 편향적으로 다루고, 범람하는 낭만의 합성 이미지는 '낭만 인플레이션'을 낳아 사랑에 대해 터무니없는 환상을 갖게 한다는 것이다.

저자는 "2030년쯤 결혼제도가 사라진다.

이혼이 간편해지고 90%는 동거로 바뀔 것"이라는 미래학자 자크 아탈리의 예견을 상기시킨 뒤 "이제 결혼은 고체가 아닌 액체의 속성으로 변했다"며 그 종말을 예고한다.

여성의 지위 향상, 경제적 불안, 개인주의 확산 등에 따라 지금의 결혼방식은 구시대의 유물처럼 변해가고 있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결혼의 종말은 디스토피아일까? 저자는 "다가올 결혼의 종말이 전체 인류의 역사에서 진보로 기록될지, 퇴보로 기록될지를 지금 시점에서 판단하기는 어렵다"면서 "분명한 것은 이미 돌이킬 수 없는 변화가 시작되었고, 우리가 원하든 원하지 않든 미래의 사랑·섹스·연애·결혼은 오늘날의 그것과 전혀 다르리라는 점이다"고 말한다.

도서출판 파람. 222쪽. 1만3천원.
결혼의 본질과 역사, 현실을 다시 들여다보다
◇ 결혼 아닌 다른 길 살핀 '비혼 1세대의 탄생'
저자 홍씨는 20대에서 30대 사이에 여러 차례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살았지만 끝내 가족을 꾸리고 싶지 않아 거듭 헤어졌다.

그리고 마흔이 되던 해에 마침내 홀로 섰다.

저자는 "다시 혼자가 된 것이 아니라 스스로 홀로, 솔직히 내가 선택한 삶이라 불만도, 후회도 없었다"며 "자존하는 삶은 무엇보다 내가 나일 수 있는 자유를 주었다"고 말한다.

이 책은 비혼 1세대가 어떤 배경에서 출현해 지금에 이르렀는지 자신의 삶을 중심으로 보여준다.

10대에 결혼 제도에 의문을 품은 뒤 20대와 30대를 거쳐 쉰 나이를 눈앞에 둔 지금에 이르기까지 비혼주의자로 살면서 겪고 느낀 바를 들려주는 '비혼 관통기'다.

책은 '비혼 1세대의 탄생', '사십대 비혼의 풍경', '조금 더 행복하게 사는 법' 등 모두 3장으로 구성돼 있다.

저자는 "결혼 아니면 비혼이라는 생각 역시 결혼을 전제로 한 것"이라며 "이런 이분법적 사고에서 벗어나 한 개인으로서 여성이 행복하게 살아갈 방법이 무엇인지 물어야 할 때"라고 말한다.

'결혼'만 있던 외길에서 벗어나 여러 길을 함께 보도록 시각을 바꿔보자는 것이다.

그러면서 제도적으로 '생활동반자법' 같은 결혼 제도 바깥의 다양한 사람들을 끌어안을 수 있는 사회적 제도가 필요하다고 역설한다.

비혼이라고 해서 꼭 혼자 사는 게 아니라 자신의 사생활을 지키면서 누군가와 동거할 수도 있다며 "남녀 이성애자 부부와 자식으로 구성된 정상가족 모델은 이미 낡았고, 새 사회를 견뎌낼 수 없다"고 주장한다.

행성B. 256쪽. 1만6천원.
결혼의 본질과 역사, 현실을 다시 들여다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