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와 문화의 가교 한경
[이 아침의 시] 유통기한 - 이근화(1976~)

오늘은 검은 비닐봉지가 아름답게만 보인다
곧 구겨지겠지만 그게 무슨 상관이람
사물의 편에서 사물을 비추고
사물의 편에서 부풀어오르고
인정미 넘치게 국물이 흐르고
비명을 무명을 담는 비닐봉지여
오늘은 아무렇게나 구겨진 비닐봉지 앞에서
미안한 마음이 든다

시집 《내가 무엇을 쓴다 해도》(창비) 中

비닐봉지에 담기는 것은 대개 라면이나 삼각김밥, 시장에서 산 것들이나 금방 배 속에 들어가 없어질 것들이지요. 허기를 달랠 만한 것들을 담아 털레털레 걸어봅니다. 비닐봉지는 음식물 쓰레기를 담기 위해서도 종종 사용합니다. 곧 구겨지겠지만, 비닐봉지의 매력이란 인정이 넘친다는 것이겠지요. 우리의 생활 가까이에 있다는 것이겠지요. 그런 비닐봉지에 왠지 친숙하고 미안한 마음이 듭니다.

주민현 시인(2017 한경 신춘문예 당선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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