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무늬를 슬퍼하는 기린처럼·마스 룸
우리가 불 속에서 잃어버린 것들·굿바이

▲ 나뭇잎 묘지 = 6·25 한국전쟁 70주년을 맞아 당시 세대가 흘린 피를 기억하고 다시 다가오는 전화 위기를 경계하고자 쓴 장편소설이라고 한다.

네 명의 주인공은 6·25 전쟁 발발 이전에 군대에 입대해 전쟁 기간 온갖 고생을 한다.

국군 2사단 17연대 소속의 이 젊은이들은 1952년 10월 '저격능선 전투'에 투입된다.

중공군의 인해전술에 고전하던 미군을 대신해 배치된 것이다.

이들은 42일간 28차례나 고지를 뺏고 빼앗기며 혈투를 벌인다.

피아 양쪽에서 2만명이 넘는 사상자가 발생하면서 6·25 전쟁사 최대의 인명 피해를 기록한다.

끝이 보이지 않는 소모적인 혈투에서 이들은 휴전 또는 철수를 소망할 뿐이다.

마침내 11월 중순 철수가 이뤄지지만, 주인공 중 둘은 죽거나 행방불명됐고, 살아남은 둘은 전쟁이 끝난 뒤 매년 이들을 추모하러 저격 능선을 찾는다.

고원영이 쓴 두 번째 6·25 전쟁 소설이다.

그는 "미래의 전쟁이 궁금하다면 70년 전 한반도를 뒤돌아보라"고 말했다.

지유서사. 326쪽. 1만5천원.
[신간] 나뭇잎 묘지

▲ 줄무늬를 슬퍼하는 기린처럼 = 현역 최고 서정시인 중 하나로 꼽히는 박형준의 일곱번째 시집이다.

등단 30주년을 한 해 앞두고 낸 이번 시집은 예민한 감수성을 바탕으로 감각적 이미지를 형상화하며 위로의 말을 건넨다.

우리 곁의 자연과 일상의 풍경을 찬찬히 돌아보며 사색과 명상에 젖게 하는 노래가 울려 퍼진다.

'자신의 줄무늬를/ 슬퍼하는 기린처럼/ 모든 테두리는 슬프겠지// 슬퍼하는 상처가 있어야/ 위로의 노래도 사람에게로 내려올 통로를 알겠지'(시 '테두리' 일부)
박형준은 1966년 전북 정읍에서 태어나 1991년 한국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했다.

시집 '나는 이제 소멸에 대해서 이야기하련다', '불탄 집' 등과 산문집 '저녁의 무늬' 등이 있다.

현대시학작품상, 소월시문학상, 육사시문학상, 유심작품상 등을 받았다.

창비. 156쪽. 9천원.
[신간] 나뭇잎 묘지

▲ 마스 룸 = 스티븐 킹과 마거릿 애트우드가 추천한 소설이다.

메디치 외국문학상을 받았고 맨부커상과 미국도서비평가협회상 최종 후보에 올랐다.

아이가 있는 20대 독신녀 로미는 스토킹을 지속한 남자를 공구로 살해했다.

종신형을 받고 수감된 그에게는 교도소 역시 폭력적인 공간이다.

누군가에게 스토킹 당하듯 사생활이 보장되지 않는다.

로미는 여자 교도소에서 만난 죄수들의 사연을 차츰 알아가며 수감 생활에 적응해 나간다.

작가는 이런 로미의 이야기를 통해 사법 시스템과 교정 시스템의 불합리성과 한계를 드러낸다.

미국에서 평단과 대중의 호응을 동시에 얻고 있는 작가 레이철 쿠시너의 세 번째 장편이다.

강아름 옮김.
문학동네. 524쪽. 1만6천원.
[신간] 나뭇잎 묘지

▲ 우리가 불 속에서 잃어버린 것들 = 마리아나 엔리케스 지음. 엄지영 옮김.
중남미 호러 소설의 진수를 보이는 소설집. 라틴 아메리카 고딕 호러의 여왕으로 불리는 아르헨티나 작가 마리아나 엔리케스의 작품이다.

폭력과 납치, 가정 폭력과 여성 혐오, 계층 간 차별 등 좌파 포퓰리즘의 결과로 발생한 부조리를 호러를 통해 풍자한 단편 12편이 실렸다.

소설은 사실 지옥이 현실에 있다는 점을 말하는 듯하다.

아르헨티나, 베네수엘라를 비롯해 적지 않은 남미 국가 국민들이 공포 영화 속에서 살고 있다는 사실을 소설은 에둘러 보여준다.

현대문학. 380쪽. 1만5천원.
[신간] 나뭇잎 묘지

▲ 굿바이 = 희귀성 난치병으로 시한부 진단을 받은 극작가가 남긴 삶의 마지막 여정에 대한 기록이다.

뇌와 척수의 운동신경 세포가 망가지는 '운동신경질환'에 걸린 조 하몬드는 죽음을 담담히 받아들이기로 하고, 사랑하는 이들과 이별을 준비하며 기록을 이어나간다.

2017년 11월 진단을 받은 뒤부터 삶이 끝나기 전까지 2년 동안 어린 두 아들을 위해 회고록을 남긴다.

그는 책이 출간되고서 석 달 뒤 가족 품에서 생을 마감했다.

아들들이 스물한 살이 될 때까지 매년 생일에 받아볼 수 있도록 미리 써둔 생일축하 카드 이야기가 감동적이다.

지소강 옮김.
한문화. 280쪽. 1만4천원.
[신간] 나뭇잎 묘지

/연합뉴스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