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말 예술의전당서 '이상트리오' 리사이틀
장르 넘나드는 파격 행보…"크로스오버는 예술세계 확장하는 데 도움"

"우리는 모든 것이 뒤섞여 있는 세상에 살고 있어요.

장르라는 선을 나누기가 쉽지는 않죠. 자신이 뮤지션으로서 무언가를 가지고 있다면, 장르를 넘나드는 게 큰 문제가 되진 않을 것 같아요.

"
피아니스트 지용(29)은 지난 25일 서울 서초구 서초동의 한 호텔에서 진행한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오페라 전공자들이 뮤지컬 넘버(노래)나 가요를 부르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을 받고서다.

그는 JTBC '팬텀싱어 3'에서 심사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피아니스트 지용 "바흐 음악은 완벽하면서도 자유롭죠"

심사위원을 하겠다고 했을 때, 주변의 만류도 만만치 않았다고 한다.

어머니는 직접적으로 나가지 말라고 했다.

보스턴 뉴잉글랜드음악원에 있는 스승(변화경 교수)도 마뜩잖아했다.

다만 "우리가 어떤 세상에 살고 있는지는 알고 있다"고 말하며 에둘러 반대한다는 의견을 피력하긴 했다.

사실 지용 자신도 장르를 넘나드는 데 익숙하다.

정통 클래식 전공자로서 직접 춤을 추며 바흐를 표현하고, 팝 아티스트 김태중과 협업하기도 했다.

2017년에는 서울재즈페스티벌에서 일렉트로닉 음악을 선보였다.

그는 "퓨전의 장점은 여러 가지다.

수용자의 측면에선 좀 더 쉽게 음악에 접근하는 길을 열어준다는 것이 장점이다"고 말했다.

이어 "음악인으로서는 다른 장르에 있는 작가들과 깊은 교감을 나누며 시야를 확장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예를 들면, 무용수들과 협업할 때, 춤추는 사람의 호흡과 움직임이 제가 치는 손가락의 움직임, 피아노의 연주 방식과 맞지 않는 경우가 있어요.

판소리를 하시는 분들도 끝부분을 독특하게 끝내는 테크닉이 있어요.

그럴 때 그분들과 소통하며 그들의 예술세계를 배우기도 합니다.

협업할 때는 특히 어떻게 프레이즈(악절)를 끌고 갈지 많이 고민해요.

"
크로스오버를 좋아하긴 하지만 작곡가의 의도를 벗어난 '변주'는 반대한다고 분명히 했다.

그는 "베토벤을 재즈나 팝처럼 연주하지 않는다.

베토벤이 나타내려고 한 완벽함을 연주자로서 존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가 클래식 연주자로서 걷고 있는 파격적인 행보로 봤을 때, 그의 첫 앨범은 현대음악 작곡가의 작품이거나 크로스오버 음악일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2018년 나온 그의 첫 음반은 아이러로니컬하게도 '서양 음악의 아버지' 바흐였다.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모르겠지만 바흐는 최고의 작곡가예요.

너무나 완벽해요.

모차르트보다도 완벽하죠. 음악 자체가 매우 단순해 보이는데, 깊이 들어가면 아주 복잡해요.

그가 쓴 대위법(둘 이상의 멜로디를 동시에 결합하는 작곡 기법)은 완벽하죠. 그런 완벽함 속에서도 연주자의 자유 또한 완벽하게 보장된다는 점이 놀라워요.

"
그가 내놓은 '골드베르크 변주곡'은 명반이 많기로 유명하다.

그중에서도 가장 대표적인 명반은 캐나다 출신 피아니스트 글렌 굴드(1932~1982)의 작품이다.

그도 역시 어린 시절부터 굴드를 많이 듣고 자랐다고 한다.

영향을 받았는지 묻자, "잘 모르겠다.

나도 모르게 뼛속 깊이 각인 돼 있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피아니스트 지용 "바흐 음악은 완벽하면서도 자유롭죠"

지용은 바이올리니스트 스테판 피 재키브, 첼리스트 마이클 니콜라스와 함께 올해 초 '이상 트리오'를 결성했다.

소설가 이상과 작곡가 윤이상의 세계를 이어받아 그들만의 음악적 이상향으로 향한다는 취지였다.

이들은 모두 실내악 그룹 앙상블 '디토' 출신이다.

"트리오 결성 논의는 5년 전부터 해왔어요.

그들과 함께 무대에서 연주하는 게 너무 좋아요.

일단 성격적으로 잘 맞아 부딪힐 일이 없고, 음악적으로 서로 교류하는 게 각자의 발전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했어요.

"
음악적 이견이 있을 때는 어떻게 하느냐고 묻자, "악보에 나와 있으니까 크게 싸울 일은 없다.

또 서로에 대해 잘 알기 때문에 말할 타이밍도 잘 안다.

주로 멜로디를 이끄는 사람의 의견을 존중한다"고 말했다.

이어 "바이올린이 선율을 이끌고, 내가 반주를 하면 바이올리니스트의 해석에 따라가는 편이다.

피아노가 주선율일 때는 그 반대다.

분량은 중요하지 않다.

우리가 선곡하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곡이 아름다운가, 그렇지 않는가다.

오직 음악만을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피아니스트 지용 "바흐 음악은 완벽하면서도 자유롭죠"

이들은 오는 8월 29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리사이틀을 연다.

쇼스타코비치 피아노 삼중주 2번과 멘델스존 피아노 삼중주 1번을 연주한다.

"멘델스존의 곡 안에는 다양한 층위의 감정이 있어요.

엑스터시를 향해 가는 감정이 강한 곡이에요.

반면, 쇼스타코비치는 그것보다는 좀 더 복잡하고 혼란스럽죠. 두 곡 다 멋진 곡이에요.

지난 1월에 멤버들과 손발을 한 번 맞춰봤는데, 이제 미국으로 들어가 본격적으로 연습할 예정입니다.

"
그는 최근 한국의 전통 소리에 빠져 있다고 한다.

특히 판소리를 좋아한다고 했다.

8세 때부터 미국에 살아 한국어보다 영어가 편하지만, 크면 클수록 자신의 아이덴티티가 궁금해졌다고 한다.

"판소리를 포함한 우리 소리에는 무언가가 있어요.

잘 들을 수는 없지만, 그 소리에서 내 안에 사라져버린 어떤 본질적인 아이덴터티 같은 걸 느낄 수 있어요.

처음에 듣고는 너무나 충격을 받았어요.

한국의 전통 소리를 공부하고 싶어요.

그래서 한국의 소리를 세계 무대에서 연주하며 세계인들에게 소개해주고 싶은 마음이 큽니다.

판소리랑 콜라보(협업)를 하든, 피아노로 편곡해서 연주하든 어떤 식으로든 한국 음악을 무대화하는 방안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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