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러시아에선 @를 강아지로 읽는다
이메일 주소에서 사용자의 아이디(ID)와 도메인 이름 사이에 쓰는 기호 ‘@’. 한국에선 보통 ‘골뱅이’, 영어권에서는 ‘at sign(앳 사인)’이라고 부르는 이 특수문자를 다른 언어권에선 뭐라고 읽을까.

영국 언어학자 데이비드 크리스털에 따르면 각국 사람들은 흥미로운 모양새의 이 부호를 벌레, 코끼리 코, 원숭이 꼬리 등 다양한 대상에 비유한다. 폴란드에서는 ‘malpa(원숭이)’, 러시아에선 ‘sobaka(강아지)’, 그리스에서는 ‘papaka(새끼오리)’로 읽는다. 크리스털이 가장 좋아하는 이름은 핀란드 사람이 붙인 ‘miukumauku(미우쿠마우쿠)’라고 한다. 핀란드어로 고양이의 울음소리인 ‘야옹’이다.

크리스털이 쓴 《언어의 역사》는 사람들이 흥미를 갖거나 궁금해할 만한 ‘소소한 언어 이야기’로 가득하다. 한국어판 제목이나 표지 도판을 보면 딱딱한 학술서나 역사책이 연상되지만 그렇지 않다. 원제가 ‘A little book of language’다. ‘언어에 관한 작은 책’이란 뜻이다.

저자는 엄마가 말을 못 하고 알아듣지도 못하는 영유아에게 건네는 ‘베이비 토크’부터 아기 울음 등 원초적 언어, 아이가 자라며 말과 글을 익히는 과정, 말과 글의 기원, 철자법과 문법, 표기법, 수화, 놀이언어, 문학어, 문자 메시지, 정치적 공정성에 이르기까지 언어와 관련된 다양한 주제를 쉽고 재미있게 풀어 놓는다.

사용자 수가 극히 적어 곧 사멸할 가능성이 높은 ‘위기언어’ 문제도 짚는다. 언어학자들은 100년 안에 전 세계 6000여 종의 언어 중 절반이 없어질 것으로 전망한다. 오늘날 2주마다 하나의 언어가 사라지고 있다고 말한다. 정부의 소수 언어 탄압과 새로운 언어 습득을 통한 개인의 성공 욕구 등을 언어의 다양성 보전을 해치는 요인으로 지적한다.

저자는 마지막 장에서 언어에 관심 있는 독자에게 ‘언어 세계’를 보다 살기 좋은 모습으로 가꾸기 위한 실천 방법을 제시한다. ‘위기언어에 관심을 갖고, 소수 언어를 존중할 것’, ‘가능한 한 많은 언어를 배울 것’, ‘언어에 존재하는 다양성을 인정할 것’, ‘언어에 존재하는 다양한 스타일에 관심을 가질 것’, ‘모국어를 배우거나 사용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람들을 도울 것’ 등이다.

송태형 기자 toughl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