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미술 살아있다는 걸 알린 듯"…새책 '이 망할 놈의 현대미술' 곧 출간
'무죄 확정' 조영남 "그림 잘 그려야할 책무 생겼다"(종합)
'그림 대작(代作) 사건' 재판에서 무죄가 확정된 가수 겸 화가 조영남(75)은 25일 "한국에도 현대미술이 살아있다는 걸 국민들에게 알린 것"이라고 판결에 대한 소감을 밝혔다.

그는 이날 오후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이번 판결을 '신호탄'에 비유하며 "앞으로도 현대미술이 살아있을 거라는 걸 알려주는 좋은 계기가 된 것 같다"고 말했다.

무죄 소식을 들었을 때 "그렇게 떨고 있지 않아서 '그렇게 됐구나' 하고 덤덤했다"는 그는 "처음부터 죄가 없다는 걸 알았다.

너무 강력하게 상대 쪽에서 죄가 있다고 생각하니까 어처구니가 없고 기가 막혔을 따름"이라고 했다.

그는 조수의 도움을 받아 완성한 그림을 자신의 작품으로 팔았다가 2016년 사기 혐의로 기소됐다.

1심 재판부는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지만 항소심은 이를 뒤집어 무죄를 선고했고 이날 대법원에서 무죄가 확정됐다.

5년가량의 법적 다툼을 마무리한 조영남은 앞으로 미술 작업과 가수 활동을 병행할 계획이다.

선고 결과를 듣고 가장 먼저 든 생각을 묻자 그는 "제가 나이가 들어서 목소리가 잘 안 나오게 되니까 대한민국이 이제부터는 '공식적으로 화가 노릇을 하라'고 한 느낌이 들었다"고 전했다.

그는 "사람들이 와서 (봤을 때) '이렇게 허접한 걸 가지고 5년이나 다퉜단 말야' 이런 말이 안 나오게 그림을 잘 그려야 하는 책무가 생겼다"고 말했다.

미술에 입체파, 추상파 등이 있는 것처럼 자신은 '트로트파'라며 "현대미술이 현대인들한테 매우 어렵게 다가갔다면 제 그림은 누가 봐도 금방 알 수 있고 이해가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무죄 확정' 조영남 "그림 잘 그려야할 책무 생겼다"(종합)
그는 현대미술을 다룬 새 책도 다음 주 출간한다.

제목은 '이 망할 놈의 현대미술 - 현대미술에 관한 조영남의 자포자기 100문 100답'(혜화1117 펴냄)으로, 현대미술의 탄생 배경과 역사, 현황, 조영남의 입장 등을 담은 입문서다.

조영남은 평소 주변 사람들에게 받아온 현대미술 관련 질문을 떠올린 뒤 이를 100개의 자문자답 형식으로 정리했다.

표지그림도 직접 그렸다.

출판사가 이날 일부 공개한 책 내용에 따르면 그는 "우리가 현대미술이라고 부르는 것에는 실제로 아름다움만 들어 있질 않다"며 "미(美)와 추(醜)가 한 덩어리다, 그게 바로 현대미술"이라고 썼다.

이탈리아 현대미술 작가 피에로 만초니가 자신의 배설물을 캔에 담아 제작한 '예술가의 똥'을 거론하기도 했다.

그는 "이 작품에 대한 자평도 걸작"이라며 "관객은 결국 예술가와 친밀해지기 위해 그 예술가의 작품을 사게 마련인데 친밀함으로 말하자면 예술가가 직접 배설해놓은 똥보다 더 친밀감을 나타낼 수 있는 게 어디 있겠냐는 것"이라고 소개했다.

조영남은 지난 2007년 '현대인도 못 알아먹는 현대미술'이라는 책을 펴낸 적이 있다.

그는 "(전작을 썼는데도) 사람들이 미술을 몰라도 너무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 아주 쉽게 쓰게 된 것"이라며 "탄력을 받아서 시인 이상에 대한 책도 곧 낸다"고 전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