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인권위원회 간판 [사진=연합뉴스]
국가인권위원회 간판 [사진=연합뉴스]
한 지자체 장애인체육회 간부가 여성 직원과 장애인 배우자를 비하하고, 사실혼 관계인 점을 공개적으로 조롱한 사실이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 조사에서 드러났다. 인권위는 해당 체육회에 이 간부의 징계와 전 직원 대상 인권교육 실시를 권고했다.

24일 인권위에 따르면 모 지자체 장애인체육회 운영팀장으로 근무하던 A씨는 지난해 3월 장애인 체육선수와 사실혼 관계인 B씨가 부하직원으로 입사하자 B씨에게 여러차례 장애인 비하 발언을 했다.

인권위에 따르면 A씨는 B씨를 따로 불러 "너는 장애인을 왜 만나냐, 지금 애는 너를 엄마로 생각하냐?", "나는 장애인 밥 먹는 모습만 봐도 토가 나와서 같이 밥을 못 먹는다"고 말했다.

A씨는 다른 직원들이 함께 있는 사무실에서 인기 가요를 개사해 "유부녀인 듯 유부녀 아닌 유부녀 같은 너"라며 노래를 부르거나, "얘는 유부녀인데 유부녀가 아니야. 너희들도 나중에 알게 될 거야"라는 발언으로 B씨가 사실혼 관계인 사실을 허락 없이 언급하기도 했다.

이에 B씨는 체육회에 인사위원회 개최를 요청했다. 그러나 해당 장애인체육회는 "운영팀장 A씨가 인격비하 발언을 한 것은 사실이지만 악의적 의도가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B씨는 지난해 말 계약만료로 퇴사했다.

인권위 조사가 시작되자 A씨는 일부 발언에 대해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했으며 다른 직원들 앞에서 '유부녀'를 언급한 데 대해서는 '분위기를 띄우기 위한 칭찬이었다'는 취지로 주장했다.

하지만 인권위 판단은 달랐다. 인권위는 "A씨의 언행은 비장애인과 장애인이 결혼하는 것에 대한 차별적 인식을 보인 것이며 공개적 장소에서 특정인을 지목해 사실혼 관계에 있거나 자녀가 이미 있는 자와 혼인하는 상황을 비하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A씨의 발언은) 장애인과 장애인 관련자에게 모욕감을 주거나 비하하는 발언"이라며 "장애에 대한 차별적 인식과 하급 직원에 대한 위계적 의식에 기반해 피해자의 인격권을 침해했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더욱이 A씨는 장애인의 체육문화 발전을 위한 사업을 수행하는 단체의 간부인 점에서 인권침해의 정도가 중하다"며 "A씨에 대한 징계와 체육회 전 직원에 대한 교육을 권고했다"고 덧붙였다.

강경주 한경닷컴 기자 quraso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