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한 분기점

▲ 신과 로봇 = 에이드리엔 메이어 지음, 안인희 옮김.
탈로스 신화를 비롯한 여러 옛날이야기 속에 숨겨진 과학적 상상력을 살펴보면서 자유의지, 노예제, 악의 기원, 인간의 한계 등 기술과 윤리에 관한 다양한 질문을 던진다.

그리스 신화 속 발명의 신인 헤파이스토스가 만든 청동 거인 탈로스는 지구 위를 걸어 다닌 최초의 로봇이었다.

'영생'을 미끼로 탈로스의 욕망, 즉 알고리즘의 맹점을 파고든 마녀 메데이아는 최초의 해커라고 부를 만하다.

고전학자인 저자는 탈로스의 신화에서 현대의 인공지능을 둘러싼 의문을 읽어낸다.

'탈로스는 왜 영생하고자 하는 욕망을 가졌는가', '이 로봇이 죽음 혹은 소멸을 두려워했다면 그를 인간적인 존재로 보지 못할 이유가 있는가', 그렇다면 '인간적인 존재와 인간의 차이는 무엇인가'와 같은 것들이다.

이런 방식으로 보면 판도라의 신화도 새롭게 읽힌다.

제우스가 인류를 파멸시키기 위해 인간을 닮은 로봇을 만들어 '악덕으로 가득한 항아리'와 함께 지구에 파견한 것이 판도라라는 식의 독법이다.

저자는 인공창조물에 관한 놀라운 상상력이 그리스 신화에 국한된 것이 아님을 보여준다.

자의식을 가진 안드로이드의 고뇌를 그린 '블레이드 러너'를 갈라테아 신화와 연결하고 저주가 돼 버린 영원한 삶을 그린 티토노스의 이야기는 소설 '뱀파이어와의 인터뷰
와 비교한다.

이밖에 '마징가 Z', '천공의 성 라퓨타' 등 신화 속의 발상에 기초해 만들어진 다양한 현대 작품들을 소개하고 역사와 과학을 혼합한 새로운 신화 읽기를 제안한다.

을유문화사. 452쪽. 2만원.
[신간] 신과 로봇·센시언트 머신

▲ 센시언트 머신 = 아미르 후사인 지음, 이석준 옮김.
AI 플랫폼 제공업체 최고경영자(CEO)로 AI의 이론과 실무에서 두루 경험을 쌓은 저자가 '센시언트(sentient)', 즉 주관적 지각 경험을 지닌 기계의 시대가 오면 인간의 삶이 어떻게 달라지고 어떤 번영을 누리게 될지를 설명한다.

딥러닝과 같은 기법을 통해 AI 기술은 비약적으로 발전하고 있으나 아직은 ANI(Artificial Narrow Intelligence·좁은 인공지능)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자율주행차, 창고 로봇, 군대의 기계 노새, 반자동 무기, 휴대전화 속 개인비서, 이세돌과 바둑 대결을 벌였던 알파고 등이 예다.

AI가 더욱 원대한 목표를 설정할 수 있는 능력, 즉 의도와 자기 인식을 가능케 해 주는 '센시언스(sentience)'를 갖게 된 것이 AGI(Artificial General Intelligence·범용 인공지능)다.

이러한 AGI의 탄생은 인류 역사상 획기적인 의미를 갖게 되겠지만, 이로 인해 인간이 기계에 지배당하거나 심지어 멸종될 수 있다는 두려움이 팽배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저자는 사물인터넷의 등장에서부터 헬스케어, 사이버 보안, 전쟁, 금융 시장 등 각 분야에서 AI가 개발되고 용도가 확대돼온 역사를 살펴본 뒤 이를 바탕으로 AI가 가져올 미래에 관해 전망한다.

센시언트 기계의 도래를 낙관한 저자는 그러한 미래에 의도를 갖게 된 AI가 인간의 생존을 위협하지 않을지, 그 위험을 어떻게 막을 수 있을지에 관한 기술적 논의보다는 인간의 존재론적 의미를 강조하는 것으로 결론을 대신한다.

저자는 "센시언트 기계라는 미래의 시작점에 있는 오늘, 이 기다림은 마침내 끝날 것이다.

지식을 통해 우리는 우리 자신의 전형적이고 생물학적인 진화 방향을 스스로 설정할 수 있으며, 가장 심오한 방식으로 인공지능과 협업할 수 있다"고 말한다.

MID. 248쪽. 1만7천원.
[신간] 신과 로봇·센시언트 머신

▲ 거대한 분기점 = 오노 가즈모토 엮음, 최예은 옮김.
인공지능(AI)을 비롯한 첨단기술이 가져올 자본주의와 경제의 미래에 관한 경제 분야 석학과 신진 학자, 언론인 등과 나눈 대담을 엮었다.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폴 크루그먼 미국 뉴욕시립대학교 대학원 교수, 퓰리처상을 세 차례 수상한 미국 언론인 토머스 프리드먼, 아나키스트 활동가로 유명한 데이비드 그레이버 영국 런던정치경제대학교 교수, 체코 경제학자 토마스 세들라체크, 경제잡지 이코노미스트 설문조사에서 '최근 10년 동안 가장 영향력 있는 경제학자'로 꼽힌 타일러 코웬 미국 조지메이슨대학교 교수, 유럽의 주목받는 젊은 사상가 뤼트허르 브레흐만, 빅데이터 연구의 권위자 빅토어 마이어 쇤베르거 영국 옥스퍼드대학교 교수 등이 대담자로 나온다.

원서에는 없는 최배근 건국대 교수의 글도 추가됐다.

기술이 인류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이들은 저마다 다른 대답을 내놓는다.

크루그먼은 "AI가 사람들의 일자리를 빼앗는다는 주장에는 과장된 부분이 많다"면서도 이로 인해 악화한 경제 격차 문제에는 적극적으로 대처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최저임금 보장 등을 통해 정당한 임금을 확보하는 선분배, 세금과 자본 이전을 통한 재분배가 그가 제시하는 대안이다.

그러나 보편적 기본소득에 대해서는 막대한 비용 문제를 들어 지금으로서는 적절하지 않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레이버 교수는 기술의 발전에 발맞춰 노동 시간을 단축하거나 필요한 일을 공평한 방식으로 분배하는 것이 아니라 '쓸모없는 일'을 만들어내거나 계속하는 것이 로봇으로 인한 일자리 상실보다 더 문제라고 비판한다.

그는 기본소득이 도입돼 생계 문제가 해결된다면 사람들이 보람 있는 일을 스스로 찾아 나설 것이기 때문에 무의미한 일자리의 문제는 자연스럽게 해결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밖에 여러 쟁점에 관해 구체적인 해법은 '백인백색'에 가깝지만, 기술의 눈부신 발전과 지정학적 변화가 중첩돼 인류가 '거대한 분기점'을 맞게 됐다는 데는 대체로 대담자들의 견해가 일치한다.

한스미디어. 224쪽. 1만5천800원.
[신간] 신과 로봇·센시언트 머신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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