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페라 연출가 뱅상 부사르(가운데)가 투명 얼굴 보호대를 착용하고 연기지도를 하고 있다.   국립오페라단 제공
오페라 연출가 뱅상 부사르(가운데)가 투명 얼굴 보호대를 착용하고 연기지도를 하고 있다. 국립오페라단 제공
“무관중 공연으로 뒤늦게 바뀌었지만 원래 올리려던 무대에서 단 하나도 바꾸지 않을 생각입니다. 출연진과 연출 방식 모두 그대로입니다. 관객이 눈앞에 있다고 상상하면서 공연을 펼치겠습니다.”

프랑스 오페라 연출가 뱅상 부사르는 21일 서면 인터뷰에서 무관중 온라인 스트리밍 공연으로 올리는 국립오페라단의 오페라 ‘마농’의 연출 방향을 이렇게 밝혔다. 이번 공연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세계적 대유행 이후 세계에서 처음 제작되는 전막 오페라 무대다. 당초 오는 25~28일 나흘간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거리두기 좌석제로 관객 대면 공연을 할 예정이었지만 코로나19 재확산세로 인한 정부의 수도권 방역 강화 무기한 연장 조치에 따라 지난 18일 비대면 공연으로 전환했다. 25일(오후 7시30분)과 28일(오후 3시) 2회 네이버TV와 VLive 채널을 통해 온라인 생중계를 한다.

이번에 올려지는 ‘마농’은 2018년 국립오페라단의 새 프로덕션으로 화제를 모았던 작품이다. 당시 공연에서 세련되고 감각적인 뉘앙스가 물씬 풍기는 프랑스 오페라 미학의 절정을 선사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프랑스 소설가 아베 프레보의 자전적 작품 ‘기사 데 그리외와 마농 레스코의 이야기’를 원작으로 귀족 출신의 데 그리외 기사와 평민 출신 소녀 마농의 격정적인 만남과 사랑을 다룬다. 사랑과 유희만을 끊임없이 욕망하는 마농의 짧고 뜨거웠던 삶과 변화무쌍한 심리적 갈등이 작곡가 쥘 마스네 특유의 섬세하면서도 관능적인 음악과 절묘하게 어우러지는 작품이다.

2018년에 이어 이번 공연의 연출을 맡은 부사르는 2주간 자가격리를 감수하고 한국에 들어왔다. 그는 “이번 공연은 국립오페라단이 세계 오페라계에 띄우는 메시지”라며 “엄격한 조건 속에서 연습하고, 연출한다면 관객들에게 다시 예전처럼 제대로 된 전막 오페라를 선보일 수 있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연출가를 비롯해 이번 공연의 주요 출연진과 합창 및 앙상블을 맡은 노이오페라합창단은 비말을 차단하기 위해 투명한 얼굴 보호대를 착용하고 연습에 임했다. “독일에서 오페라 ‘이 푸리타니’를 공연할 예정인데 제약 조건이 많아요. 무대에 오케스트라 대신 피아노 반주만 넣고, 공연 시간도 두 시간 이내로 줄여야 했죠, 성악가들은 서로 6m씩 떨어져 노래를 부르죠. 독일 같은 방식을 따르면 화성을 맞추기 어렵고, 자연히 예술성은 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부사르는 이번 공연의 콘셉트를 ‘즐기기 쉬운 오페라’라고 소개했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오페라를 두려워합니다. 배경지식이 없으면 즐기기 어렵다고들 생각하죠. 이번 무대는 누구나 공연을 보고 즐길 수 있게 꾸몄습니다. 온라인으로 관람하는 관객들이 이번 공연을 계기로 ‘오페라의 힘’을 느끼길 바랍니다.”

이번 공연의 지휘는 홍석원 한경필하모닉 음악감독이 맡는다. 연주는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가 한다. 마농 역은 25일 공연에선 소프라노 손지혜(25일)와 엄진희(28일), 데 그리외 기사 역은 테너 국윤종(25일)과 테너 권재희(28일)가 맡는다. 바리톤 공병우와 베이스 김철준은 각각 레스코와 데 그리외 역으로 출연한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