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딩스 비기닝스', 시종 흔들리는 세 남녀의 사랑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으로 지난 2월 미국 아카데미상 4관왕을 석권한 CJ ENM이 할리우드에서 투자·제작한 새 영화 ‘엔딩스 비기닝스(Endings, Beginnings·사진)’가 오는 24일 개봉한다. 진정한 사랑을 꿈꾸지만 실패를 반복하는 현대인의 러브스토리다. 만남의 행복보다는 이별의 상처와 아픔이 더 큰 젊은이들의 사랑법을 탐색한다.

오랜 연인과 결별한 다프네(셰일린 우들리 분)는 당분간 금욕생활을 다짐하지만, 새로운 두 남자에게 다시 끌린다. 다정하고 편안한 잭(제이미 도넌)과 섹시하고 열정적인 프랭크(서배스천 스탠)다. 다프네는 진정한 짝이 누구일지 가려보고 싶어 두 남자와 깊은 관계로 나아간다.

드레이크 도리머스 감독은 핸드헬드 촬영(카메라를 직접 들고 찍는 것)으로 세 남녀의 이야기를 시종 흔들리는 화면 위에 펼쳐놓는다. 불안한 사랑의 여정과 심리를 표현하기 위해서다.

감독은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다프네를 역설적으로 해석해 현대인의 사랑 부재를 그려냈다. 신화 속 다프네는 어떤 남자에게도 마음을 주지 않고 멀리 달아나는 냉정한 여인이었지만, 영화 속 다프네는 반대로 여러 남자와 육욕에 빠지기 때문에 진정한 사랑을 못 하는 현대인을 대변한다. 두 남자는 저마다 다프네가 원하는 반쪽씩만 지녔다.

영화는 사랑의 상대를 선택할 수 있는 현대인의 자유가 축복이 아니라 저주가 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선택의 자유는 축복이 아니라 불안과 고통을 수반하는 저주”라고 말한 프랑스 철학자 장 폴 사르트르의 실존주의 명제를 떠올리게 한다.

다프네가 가장 사랑한 존재가 결국 자기 자신이라는 사실은 관객에게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다프네가 임신한 아기에 대해 “(상대 남자의 딸이 아니라) 내 딸”이라고 말하는 대목이 그것이다. 아기 아빠의 존재는 더 이상 중요치 않다.

설득력 있는 연기를 펼친 세 배우는 한국 팬들에게도 잘 알려져 있다. 프랭크 역의 스탠은 ‘캡틴 아메리카’와 ‘어벤져스’ 시리즈에 나온 버키 반즈 역으로 익숙하다. 다프네 역의 우들리는 ‘안녕, 헤이즐’과 ‘디센던트’ ‘다이버전트’, 잭 역의 도넌은 ‘50가지 그림자’에 출연했다.

유재혁 대중문화전문기자 yoojh@hankyung.com